[오늘의 시] ‘지독한 사랑’ 박노해

박노해 시인은 “정말 무시무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었으니/ 나에게 독해질수록/ 세상과 사람들에게 독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세상에 독해지면 나와 세상이 함께 아파하느니, 차라리 내 혼자 아프고 말면 될 것 아닌가? 사진은 임인식 사진가가 1958년 가회동 골목에서 찍은 아이들. 

막다른 길에서
생의 끝 길에서
사람은 두 갈래다

스스로 무너지거나
스스로 독해지거나

죽음 앞에 세워질수록
나는 독해져왔다

아 나는
무수한 독화살을 맞은 자
치명적인 독을 품은 자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었으니

나에게 독해질수록
세상과 사람들에게 독해지지 않는 것

그 독을 내 심장에 품고
지독한 통증을 감당하며
묵연히 나의 일을 해나가는 것

지독한 사랑으로
울며 씨 뿌리며 몸부림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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