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지독한 사랑’ 박노해
막다른 길에서
생의 끝 길에서
사람은 두 갈래다
스스로 무너지거나
스스로 독해지거나
죽음 앞에 세워질수록
나는 독해져왔다
아 나는
무수한 독화살을 맞은 자
치명적인 독을 품은 자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었으니
나에게 독해질수록
세상과 사람들에게 독해지지 않는 것
그 독을 내 심장에 품고
지독한 통증을 감당하며
묵연히 나의 일을 해나가는 것
지독한 사랑으로
울며 씨 뿌리며 몸부림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