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바로알기] ⑫ 몽골침략시대와 이븐 타이미야

몽골의 침략을 겪은 후 이슬람권의 지식인들은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이들이 철석같이 믿어왔던 역사관에 따르면 무슬림 커뮤니티를 세계 방방곡곡에 전파하고 전 세계를 이슬람화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궁극적 목적인데 기독교인도 아닌 이상한 미신을 믿는 몽골인들이 무시무시한 파괴를 초래했다는데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서?어떤 학자들은 몽골군의 도래가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경고했고 또 어떤 학자들은 하나님이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않던 ‘날탕’ 무슬림들을 저버리고 벌을 주는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이는 마치 5세기 전반에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훈족의? 지도자 아틸라에 대해 당시 기독교 신학자들이 대응했던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고 하겠다. 즉 외래 야만족 침략자들에게 풀 베이듯 죽임을 당하는 문명사회 믿는 자들의 입장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침략자가 하나님의 처벌 도구라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흔히 아틸라 본인이 “나는 아틸라, 하나님이 너희에게 내린 재앙이다”(Ego sum Attila flagellum Dei)라는 말을 했다는데 이는 어쩌면 당시 신학자들이 꾸며낸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13세기 이슬람권의 무슬림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뭐가 잘못됐나?

이런 지적인 공황 상황에서 나타난 인물이 다름 아닌 이븐 타이미야(1263?1328)였다. 그는 오늘날의 시리아, 이라크, 터키 접경지대에서 출생하여 어렸을 적 가족이 몽골군에 쫓겨 전 재산을? 내버리고 맨몸으로 피난을 다녔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영민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신학자였던 부친으로부터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법학 등을 배워 성인이 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 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타이미야 철학에서는 몽골의 출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이런 비극이 생긴 이유는 이슬람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만 무슬림들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5세기 기독교 신학자들과 주장이 얼마나 비슷한지 보라) 그래서? 무슬림들이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려면 초기 이슬람의 관행을 그대로 실천하고 그간 새로 생겨난 것들(bida;innovation)을 배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 마디로 타이미야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몽골 지배자들이 그렇게 학살을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슬림으로? 개종을 했다고 용서받거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과 싸워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타이미야는 지하드의 의무를 과거보다 크게 승격시켰다. 즉 과거 법률학자들은 지하드를 무슬림들의 집단적 방어적? 의무라고 간주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맘들만이 지하드 여부를 판단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정해 놓았다. 그런 반면 타이미야는? 이맘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라도 누구든지 정상적인 판단력만 있으면 지하드를 공격적으로 전개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여 과거의 전통적 해석과는 궤를 크게 달리 했다. 즉 누군가가 배교적, 위선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하면 이를 즉시 제재(‘타크피르’ 즉 살해하거나 두들겨 패는)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었다.?실제로 타이미야는 혈기왕성한 젊었을 적에 기독교인들이 모하메드에 대해 욕을 하는 것을 엿듣고 그날 밤 친구와 함께 이들을? 찾아내어 집단구타를 했다고 한다.

한편 타이미야가 속해 있는 이슬람 학파인 한발리 학파의 태두 아흐마드 이븐 한발(780-855)은 이 문제에 대해 타이미야와는? 정반대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즉 칼리프, 술탄, 이맘 등 이슬람국가의 지도자는 신앙이 의심되는 행동을 하거나 언행을 했다고? 해도 하나님이 그 지위에 오르도록 의도한 것이므로 피지배자들은 이들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여기에 더해 지하드에 대해서도 이맘이 최종적인 해석권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강조했다. 또 칼리프가 아무리 세금을 부정한 수단을 통해 수탈한다?해도 이에 대해 절대로 저항해서는 안 되고 복종을 하고 국가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타이미야의 사상은 현대에 들어와 사이드 쿠트브, 오사마 빈 라덴, 아이만 자와히리(이 세 인물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언급할 예정) 등으로 아직까지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마디 분명히 해둬야 할 사항은 타이미야의 사상이 이슬람 종교 및 철학 전통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지만 결코 주류도 아니고 지배적인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20세기? 들어 일부 근본주의자들이 700여년 전의 사상을 자기들 나름대로? 해석하여 자신들이 벌이는 테러리즘의 사상적 합리화 도구로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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