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바로알기] ⑮ 이슬람판 로미오와 줄리엣, ‘라일라와 마지눈’의 러브스토리

이번엔 수피전통은 어떤가 알아보자. 어떻게 보면 이슬람의 수피전통은 정통이슬람의 엄격한 율법주의에 대항해서 나온 영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수피즘은 기독교, 힌두교, 불교,? 이슬람시아파, 페르샤마니교 등의 신비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세속을 떠난 생활을 강조하는 면이 있지만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이슬람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수피지도자와 그 추종자들은 금욕생활을 하는 수도승과는 달리 결혼을 하고 수공업자, 연금술사, 상공인 직업을 겸하고 커뮤니티 내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피즘이 다른 종교의 신비주의 전통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슬람을 껍데기로 간주하고 하나님과 직접 만나기 위해서는 이 껍질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데 있다.

라일라와 마지눈

그럼 수피들의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라일라와 마지눈’의 러브스토리를 예로 들어보자. 라일라와 카이스는 어렸을 적부터 소꿉친구였다. 둘은 어디를 가든 언제나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니곤 하여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쟤내들 연애 하나 봐.” 그런 소문이 라일라의 가족들에게까지 전달되자 그녀의 부친은 카이스의 접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고 보고 싶고 안타까운 마음 끝에 카이스는 미쳐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카이스가 아니라 ‘마지눈’(미친놈이라는 뜻)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됐다.

마지눈은 결국 황량한 들판으로 나가 짐승처럼 살기 시작했고 라일라가 그리움에 괴로워하다가 병에 들어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의 무덤 앞에 가서 엎드려 몇 달이고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마을사람들이 말리고 싶었지만 그의 주변에는 맹수들이 버티고 으르렁대고 있어 접근도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수수방관해야 했다.

페르샤에서 맨 처음 전래됐다고 알려져 있는 이 설화는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마찬가지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장르의 하나다. 여기서 두 연인 간의 애타는 사랑은 사람들이 아무리 하나님을 찾고 갈구해도 끝내 만날 수 없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피들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순종과 자기멸각(滅却)과 무아(無我)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게 헛된 노력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하나님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는 것이 수피즘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는 신방에 앉아서 한없이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의 심정과도 같다. 신부는 죽을 때까지, 영겁(永劫)이 지나도 신랑이 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한편 이슬람전통에서는 드물게 여류시인으로서 일찌감치 이름을 떨친 라비아의 시를 읽어보자. 오늘날 이라크 남부에 위치한 바스라에서 태어난 라비아(‘봄’이라는뜻, 717-801)는 자신의 시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마치 연인에 대한 사랑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당신은 내 숨결
내 희망
내 동반자
내 욕망
내 한없는 부(富).
당신이 없으면 내 삶은
나는 이 땅을 끊임없이 헤매고 다니지도 않았을 거예요
난 당신의 사랑을 찾아 어디라도 갈 거예요
그러다가 언젠가는 갑자기 당신의 사랑에 가슴이 벅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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