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바로알기] ? ‘술 취한’ 수피즘을 보고도 이슬람이 원리주의라고?
라비아로 대표되는 수피즘은 정의를 얘기하고 두려움과 경외심을 갖기를 요구하는 딱딱하게 꽉 막힌 듯한 주류 이슬람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이슬람의 전통이 얼마나 다양한 지를 잘 보여준다. 수피즘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노래 부르는 전통이 있는가 하면 또 묘한 이름의 ‘술취한 수피’라는전통도 있다. 이런 전통을 고수하는 수피들은 평상시의 의식상태와는 다른 일종의 환각상태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이들은 예를 들어 단식을 하거나 밤 새워 기도를 드린다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반복해서 주문처럼 부르는 방식을 통해 이를 성취했다. 이들은 또 춤을 추거나(메블레비 계파), 반복적인 노래를 부르든지 아니면 마약이나 커피를 복용하여 환각상태를 유도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이들을 술 취한 수피(drunken sufis)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그런 한편 ‘말똥말똥한 수피’(sober sufis)라고 불리는 수피계파도 있어서 이 계파의 창시자격인 알주네이드(910년 사망)같은 지도자는 술 취한 수피들은 위험할 수 있으며, 자기 멸각이 반드시 정상의식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그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이룬 자는 다시 정상생활로 돌아와서 보다 절제되고 완성된 인격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알주네이드의 제자 중 하나였던 알할라지(858-922)는 떠돌이생활을 하며 이슬람 사회질서를 뒤엎는 수위 높은 발언을 하다가 나중에는 바그다드 저잣거리에서 “나는 진리다”라고 부르짖고는 감옥에 쳐넣어지는 운명에 처했다. 이는 마치 옛날 예수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나니…”(요한복음)라고 말했다가 십자가에 처형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할라지는 11년의 복역중에도 반성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이 최고의 선지자로 숭배하던 예수와 비슷하게 결국은 끔찍한 참형을 자초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알가잘리는 “할라지는 정신 나간 떠벌이에 불과하고 그는 이슬람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해 죽어 마땅했다”고 논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할라지의 죄는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자칭한 신성모독이 아니라 소수의 수피고수들 사이에서만 공유되어야 할 비밀을 성급하게 천기누설한데 있다고 의외의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슬람 역사상 수피즘의 대가(大家)들로는 이밖에도 수흐라와르디, 이븐알아라비, 잘랄루딘루미, 하페즈 등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논외로 치기로 한다.
그럼 이슬람철학과 수피전통이 왜 중요한가? 이슬람의 철학과 수피전통은 보통사람들이 이슬람에는 엄격한 율법주의만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계파와 접근방식이 오래 전부터 발달되어 왔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개인의 독자적인 판단력을 중시하는 이즈티하드의 전통도 비록 11세기에 단절되긴 했으나 오늘날 이슬람개혁론자들에 의해 부활되어 새로운 이슬람개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즈티하드를 계승해서 오늘날 21세기의이슬람개혁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상가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