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바로알기] ①이슬람, 중동, 아랍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 대규모 무역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1970년대?수십만명의 인력이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게 이슬람이나 중동, 아랍은 매우 피상적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2011년 ‘아랍의 봄’ 같은 최근의 이슈들까지 속속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의미가 깊다.

아시아엔(The AsiaN)은?튀니지국립대 교수로?5년간 재직하며 ‘경제발전론’을 가르친 정상호 교수의 ‘이슬람 바로알기’를 30회에 걸쳐 연재한다.?정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10주에 걸쳐 주 튀니지 한국대사관이?한국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슬람사회의 과거와 현재’를?주제로 연 특강을 맡는 등 현장경험과 역사이론을 겸비한?중동 전문가로 꼽힌다. <편집자>

필자는 이슬람역사를 강의할 때나 신임 한국국제협력단 단원들을 대상으로 튀니지 사회와 경제 강의를 할 때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부터 던졌다. “이슬람, 중동, 아랍 세 개념의 범주가 어떻게 다른지 아세요?”

이때 가장 흔한 대답은 “셋 다 같은 거 아닌가요?” 또는 “중동, 아랍은 같은 말이고 이슬람은 인도, 파키스탄까지 포함하는 개념인가요?” 정도다.

만약 이 글 독자 중 이 세 용어의 개념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연재될 시리즈를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글은 철저하게 ‘생’ 초보자를 대상으로 아주 쉬운 내용들만 쓸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아랍이라는 개념을 보자. 이는 ‘아랍어를 쓰고 같은 아랍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일컫는다. 따라서 자기 나름의 언어를 갖고 있고, 아랍문화와는 다른 자체의 문화를 갖고 있는 터키나 이란은 중동 국가로 분류되긴 하지만 아랍권에 속하지 않는다. 터키와 이라크, 이란 등지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쿠르드족도 역사를 통틀어 아랍민족과 긴밀한 교류를 해왔지만 아랍인들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한편 모로코에서 알제리,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엄격하게 말해 인종적으로는 아랍인이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과거 이슬람 발흥 직후 7세기 중반부터 8세기 초까지 이 지역은 아랍민족에 의해 정복되었지만 그 후 수백 년에 걸쳐서도 중앙에서 파견된 아랍 통치 엘리트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신 베베르족이 계속 압도적으로 지배적인 인종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다는 이유로 아랍국가로 간주되는 것이다.

중동(Middle East)이란 표현은 사실 19세기 영국이 전세계를 지배할 당시 생겨난 순전히 ‘제국주의적인’ 용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영제국에 있어 최고로 중요한 식민지였던 인도를 통치하던 식민당국의 관점에서 세계지도를 들여다 보면 인도에서 서쪽 끝에 자신들의 본국인 영국이 자리잡고 있고 그 중간쯤에 아라비아 반도와 이집트, 이라크 등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싸잡아서 “동쪽도 아니고 서쪽도 아닌 것이 그냥 동쪽 중간이라고 이름 짓자”고 낙착을 봤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표현이 나중에 19세기 말 미국의 해군전략가였던 알프레드 마한의 저서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에서 언급되어 그후부터 널리 정착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제국주의적 냄새가 풀풀 풍기는 용어를 왜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느냐다. 필자가 보기에 그 이유는 아직도 중동을 대체할만한 적당한 용어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요즘에 일부에서는 중동 대신에 근동(Near East)이나 서남아시아, 서아시아 등을 대체해서 쓰곤 하는데 이들 모두 만족스런 대안은 못 되는 것 같다. 근동도 중동 못지않게 유럽 중심적인 말이고 서남아시아는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에 더해 “서북아시아”까지 있어야 균형이 맞는데 그렇지 않으니 마땅찮은 느낌이 든다. 또 서아시아도 중동에 비해 너무 넓은 지역을 포괄하므로 이를 정확하게 대체하는 용어는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슬람에 대해 말하자면 이 범주가 세 용어들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권이라고 하면 전세계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15억명이 살고 있는, 서쪽의 모로코에서 동쪽으로는 인도네시아까지, 북쪽으로 보스니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남쪽으로는 수단 그리고 심지어는 케냐와 탄자니아 일부까지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북아프리카나 인도·파키스탄 등지의 무슬림 이민자들로 북적대는 파리나 런던, 마르세이유 등 주요 유럽도시들도 이슬람권으로 꼽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