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바로알기] ⑬ ‘이즈티하드’ 전통
지금까지 모하메드 출현에서 몽골의 아바시드왕조 멸망에 이르기까지 6세기에 달하는 시간을 숨차게 달려왔다. 여기서 역사에 대한 서술을 잠시 멈추고 대관절 이슬람이 뭔지 중세의 신학자나 철학자, 신비론자들이 뭐라고 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반드시 이슬람이 아니더라도 기독교나 힌두교, 불교를 불문하고 어떤 종교든 여기에 접근하는 방법은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나뉘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신자들은 그냥 지도자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아무런 생각없이 종교에서 가르치는 율법을 그대로 따라 살다가 천국에 간다. 이런 첫 번째 길은 보통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흔히들 이슬람에서는 이것만이 유일한 계파라고 생각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일부 머리에 뭔가 든 사람들은 그런 식의 무비판적인 추종을 배격하고 대신 종교적 원리를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꼼꼼하게 따져가면서 궁극적으로 이것이 자신의 판단에 맞는다고 생각될 때만 참된 종교인으로 귀의하게 된다.
그런데 세 번째 부류의 종교인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율법이나 철학적 사유를 완전 무시한 채 직관적으로 하나님과 직접 만나는 길을 선택한다. “당신들은 어떻게 하나님과 직접 만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 대해 이들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애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데 왜 에둘러서 연애편지를 읽겠느냐?”고 반문하곤 한다.
이 세 가지 길 가운데 철학적 전통은 소위 ‘이즈티하드’(독립적인 사고방식)라는 이름으로 수백년 간 이어져 오다가 11세기 이래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금기시되기 시작했고 그후부터는 극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이즈티하드를 주장했다가 고난을 당한 사례로서 1993년 이집트 카이로대학의 이슬람학자 아부자이드(Nasr Hamid Abu Zayd)를 들 수 있다. 그는 코란이 하나님의 말씀을 담은 성스러운 책이긴 하지만 이는 7세기 아라비아라는 문화적 환경의 산물이고 따라서 역사적 문맥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이집트 최고의 종교학교인 알아즈하대학의 울레마(종교지도자)들에 의해 배교자로 낙인 찍히고 자신의 부인과 강제로 이혼당하는 위협에 처했었다. 부부는 결국 네덜란드로 피신해야 했다.
한편 수단의 법학자 모하메드타하(Mahmoud Mohamed Taha)는 코란 텍스트 가운데서 메카와 메디나시대에 쓰여진 부분이 각기 다른 역사적 시대에 완전히 다른 대중들을 대상으로 집필된 것이므로 이를 감안하여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결국 1985년 처형당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런 반면 직관적인 수피(Sufi) 전통은 지금까지 이슬람권 전역에 걸쳐 뿌리깊게 자리잡아 특히 도시 이외 지역의 민중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피즘은 원래 수피지도자가 이끄는 교단(敎團)에서 추종자들이 ‘도(道)’를 깨치도록 돕는 체계적인 과정이었으나 근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토착신앙과 결합하여 부적, 신비체험, 귀신쫓기 등에 더 집착하는 성격이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