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려인마을④] 외국인주민 3.4%, 충청북도가 변하고 있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2년 8월 청주대학교 러시아문학 전공 이영범 교수와 대화하다 법무부가 공모 중인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유형2(동포가족) 사업이 ‘귀환’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이 교수가 바로 충북도에 문의했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여 사업을 신청하는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에 청주대가 관심이 있다.”
법무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할 지자체를 선정, 발표했는데 충북은 포함되지 않았다.(2022.9.5.) 그런데 충북의 인구감소지역을 살피는 중에 제천시가 있어 놀랐다. 지방 명문사학인 세명대학교도 있고 인구 13만이 넘는데 89개 인구감소지역에 들어가다니…
아시아발전재단과 <아시아엔>, 엄태영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를 개최했다.(2022.10.27.) 한국 실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고려인동포에게 사업을 알리고 추가공모를 준비하는 지자체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광주, 경주, 김해, 당진, 청주 고려인마을 활동가와 대한고려인협회, 재외동포재단, 제천시, 그리고 법무부·행안부·교육부 관계자가 참여했다. 특별히 제천시는 김창규 시장이 바쁜 업무 중에도 직접 토론발표자로 참여했다.
지난주 월요일(3월 6일) 충북도 영상회의실에서 개최된 충청북도 외국인정책 자문회의는 ‘외국인의 유입·정착·통합’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을 위한 인구정책담당관’을 신설한 충북도가 외국인정책을 본격화한 것이다.
2021년 11월 1일 기준, 충북에는 전국 외국인주민(2,134,569명)의 3.4%인 73,529명이 거주하고 있다. 경기(33.5%), 서울(20.0%), 인천(6.3%), 충남과 경남(5.8%), 경북(4.6%) 다음이다. 필자가 작년에 제안한 ‘충청북도 고려인주민 지원조례’도 4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발의할 예정이다. (<아시아엔> 2022-9-23 [청주 고려인마을①] 충청북도도 ‘고려인주민지원조례’ 제정 서둘길 기사 참조
충청북도 제천시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2021년 행안부가 발표한 전국 89개 인구감소 시군구 중에 전북(6), 전남(6), 경북(5), 부산(3), 충남(2), 충북(2), 경기(2), 경남(1), 대구(1) 등 광역지자체에서 현재 28개 기초지자체가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2022.10.4.~2023.10.3)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충북 제천시만이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적극적이다. 2023년 2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입법 예고한 상태인 제천시는 5월부터 고려인마을 조성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카자흐스탄) 국외 협력관을 위촉했고 자문위원회도 구성했으며 키르기스스탄 대사 출신인 김창규 시장이 3월26일~4월 1일 직접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한다.
제천시 관계자들이 2013년 전국 최초로 ‘광주광역시 고려인주민 지원조례’를 제정한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이미 다녀갔다. 전국의 고려인마을 가운데 롤모델로 발전한 광주고려인마을을 학습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천 고려인마을은 가까운 청주 고려인마을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재외동포(고려인)를 제천시민으로 유치하려는 제천시가 고려인마을 조성에 성과를 이룬다면 그 자체로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 중인 청주 봉명동·사창동 고려인마을
충북도 외국인정책 자문회의를 마치고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는 청주 고려인마을을 다시 찾았다. 작년 9월에 왔으니 6개월만이다. 짧은 기간인데 새로운 상점(식당과 식품점)들이 늘어났다. 한국인이 운영했던 ABC STORES 2호점이 지난해 9월 고려인으로 주인이 바뀌었는데, ABC STORES 1호점도 고려인이 운영하는 밀리온카점(MILIONKA)으로 새 단장을 하고 있었다. ‘아이세 우즈벡 음식점’ 간판을 단 고려인 식당도 한달 전에 문을 열었다.
짬뽕 맛집이 러시아어와 우즈벡어로 환영한다는 인사말이 쓰인 보스톡(Vostok 동방) 식당으로 최근 고려인동포가 개업했다. 바로 옆에 화덕에서 빵을 구워 파는 고려인동포가 식당도 인수해 개업한 것인데, 그는 우즈벡 농촌 출신이라 우즈벡어도 구사한다. 청주 고려인마을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겨냥해 종업원도 우즈벡사람을 고용했다. 안에 들어가니 모두 우즈벡 사람들이다. 청주고려인마을의 명소가 될 것으로 보였다.
청주 고려인마을의 중심은 고려인 학생의 증가로 ‘1교실 2교사제’로 운영하는 청주봉명초등학교 앞 대로변 주변이다. 방문취업(H-2) 비자를 재외동포(F-4) 비자로 바꾸기 위한 기술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려학원 건너편에 외부 방문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고려인 상점이 최근 개업했다. 고려인이 운영하는 홈베이커리(Home Bakery)가 바로 옆 치킨집에 러시아식품점 가스트로놈 베이커리까지 연 것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식품들이 깨끗하게 진열되어 있다.
청주 고려인마을의 더 놀라운 변화는 이미 6개월 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외국어학원 건물 2층에 고려인교회(New Zabet)와 청주시평생학습관이 주관하는 ‘이국동성(異國同成)’ 한국어교실을 연 고려인 박알렉산드르 목사가 3층에 복싱(Boxing) 교실을 연 것이다. 방과 후에 갈 곳이 없는 고려인 아동들이 권투를 배우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게 하는 교육장이다. 지역아동센터가 있지만, 러시아어로 지도하는 복싱 교실이 고려인 아동에게는 더 즐거운 곳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청주고려인마을에 아직 고려인주민회가 없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