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영천 고려인마을④] “경북고려인통합지원센터가 경주·영천 통합운영하면 좋을 듯”

경북도 인구감소지역 및 관심지역 <이미지 경북일보>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3년 계묘년 새해에 경상북도 영천시 금호읍에 고려인공동체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 고려인마을이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국회에서 가진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 (동포가족) 사업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이후, 필자는 인구감소지역인 영천에 고려인공동체를 만들려는 경주 고려인마을의 노력을 지켜보았다. (<아시아엔> 2022월 12월14일 ‘2023년 경북 영천과 충북 제천에 고려인마을이 생길 수 있을까?’)

장성우 경주고려인마을 고려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방문취업(H-2) 비자 기간 만료로 ‘한국을 떠나야 하는 고려인동포’를 돕기 위해 시작했지만, 인구절벽 시대에 경주의 고려인동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고려인동포를 위해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대상에 포함된, 바로 이웃으로 인구감소지역 영천시를 찾았다. 영천시로 이주하면 재외동포(F-4) 비자를 받고 동반가족(F-1) 비자인 타민족 출신 배우자도 일할 수 있는 특례 내용을 알렸다. 이미 영천시에 거주하는 고려인동포들도 만났다. 고려인을 대신해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제출할 서류 작성을 도와줄 고려인협동조합 조합원인 박경진 행정사도 동행했다.

영천시 금호읍에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가칭)가 문을 여는 것은 ‘귀환’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 역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법무부 주관, 행정안전부 협력)의 외국인 정책의 변화로 인구감소지역 지방 중소도시에 고려인마을이 생길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고려인 실태조사 및 지원정책 연구』 보고서 표지

경상북도 고려인 실태조사 및 지원정책 연구

2022년 12월, 경북행복재단이 간행한 정책연구보고서 <경상북도 고려인 실태조사 및 지원정책 연구>가 나왔다. 경상북도의 시군별 고려인 규모 등 실태를 분석하고, 고려인 지원정책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2022년 1월부터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중국 및 고려인동포의 미성년 자녀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외동포(F-4) 비자를 부여하고 있는 점과 현재 1년(2022.10~2023.10)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유형2(동포가족) 사업의 대상과 특례까지 언급하면서 고려인의 농촌 정착 방안까지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보고서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고려인 현황에 대한 내부 행정통계(2016, 2021)와 통계청의 ‘이민자의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2020, 2021) 원자료를 활용해 경상북도 고려인의 규모와 실태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현재 경북에 4843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경주시 4332명, 경산시 151명, 영천시 119명, 구미시 63명, 영주군 47명, 포항시 25명 등의 순으로, 경주시가 경북 전체의 89.4%이다. 전국의 시군구별 고려인 규모는 경기 안산시(14,980), 충남 아산시(7,672), 인천 연수구(6,507), 경북 경주시(4,332), 광주 광산구(3,993), 경기 화성시(3,973), 경기 안성시(3,921), 충북 청주시(3,639), 경남 김해시(3,025), 경기 평택시(2,717), 충남 천안시(1,948), 서울 중구(945) 순서로, 경주시는 전국에서 고려인 규모가 4위인 기초지자체이다. 물론 실제 체류자는 더 많을 수 있으나, 참고할 만한 자료다.

지방시대 대전환을 주창하는 이철우 경상북도 지사 <이미지 페이스북>

경상북도 지방시대정책국 외국인공동체과

경상북도는 2023년 1월 1일자로 경북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지방시대를 구체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설된 지방시대정책국 산하에 인구감소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군에 ‘외국인?동포’의 유입으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외국인공동체과가 만들어진 것이 눈에 띄었다. 2019년 7월 경기도가 외국인 지원 전담부서인 외국인정책과를 신설한 것에 비교하면 다소 늦었으나, 외국인을 ‘정책 대상’ 이상의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규정하는 외국인공동체과로 작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외국인공동체과가 신설됨으로써, 경북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1(우수인재)뿐만 아니라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경주뿐 아니라 고려인공동체가 조성될 영천 등 도내 고려인사회를 위해 경북도가 2019년 제정한 ‘경북 고려인 주민지원 조례’를 시행할 수 있는 담당부서가 생겼기 때문이다. 경기도도 2019년 7월 신설된 외국인정책과가 2020년부터 ‘경기도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에 따라 연간 2억원 이상을 고려인지원 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엔> 2022년 12월20일자 [경주 고려인마을③]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 글을 읽는다면…

영천 고려인공동체가 발전하면…

영천 고려인공동체는 토대가 잡힐 때까지 경주고려인마을 장성우 이사장이 경주와 영천을 왕래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는 이를 계기로 경북고려인통합지원센터 센터장이 경주·영천 고려인마을을 통합해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간의 노하우에 경상북도의 실질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사실 경주 성건동 고려인마을은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도 주변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할 상태다. 성건동 흥무초등학교에 고려인 학생이 너무 많아져서 학생지도도 어렵고 무엇보다도 고려인 학생의 한국어 학습과 나아가 한국생활 적응에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고려인 실태조사 및 지원정책 연구’ 보고서도 이주 배경 학생의 비율을 3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근 초등학교에도 이중언어 교사를 배치하여 고려인학생을 수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경주시 성건동에서 영천고려인지원센터가 들어설 금호읍(교대리)까지 41km, 자동차로 41분 거리다. 경상북도로서도 도내 최대 고려인 집거지인 경주시 성건동과 바로 이웃한 영천시 금호읍 교대리를 크게 하나로 묶어 고려인사회를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 경산시의 주요 고려인 거주지인 진량읍도 영천시 금호읍과 길하나 사이다. 영천고려인공동체가 발전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경주시 성건동 고려인마을의 협력으로 고려인공동체가 만들어지는 영천시 금호읍. 바로 왼쪽이 경산시 진량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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