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고려인마을①] ‘더큰이웃아시아’를 향한 치밀한 열정

‘더큰이웃아시아’ 아시아문화소통센터를 방문한 한아찾 탐방팀 왼쪽부터 이상기, 로리타, 황한화, 멜로니, 심소영, 야요이, 박주희, 이용근, 양지윤, 이현지, 윤정숙, 김홍록, 채예진.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화성시, ‘제1의 이주민의 도시’가 될 수 있을까? 2021년 행안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화성시의 외국인주민은 6만2,542명으로 안산시 9만4,941명, 수원시 6만5,885명, 시흥시 6만4,570명에 이어 4위다.

그러나 화성시는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중 지역경제 규모 1위인 도시로, 2016년 기준 총 기업수가 2만6,176개(9.2%)에 이르는 등 빠르게 성장해왔다. 외국인주민 수는 당연히 안산이 1위 도시지만, 화성시는 다른 이주민 도시와 비교하면 중국(조선족) 이주민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태국인과 베트남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고, 필리핀인, 네팔인, 캄보디아인, 스리랑카인, 방글라데시인 등 주요 7개 나라 국적의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도 바로 화성시다.

경기도의 5대 이주민 밀집도시 외국인주민 자녀 수 추이

화성시는 2017년부터 사실상 ‘외국인근로자’ 전국 1위 도시가 되었다. 2015년에는 안산(3만1,101명)이 화성(2만5,977명)보다 많았으나, 2017년 마침내 화성(2만5,552명)이 안산(2만4,705명)을 넘어섰다. 코로나로 전체 외국인주민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2021년 화성(2만2,100명)과 안산(1만7,344명)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화성시의 외국인주민 자녀 수도 아직 안산에 이어 2위이지만, 그 차이가 줄어들고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안산(4,695명)의 외국인주민 자녀가 화성(2,835명)보다 1,860명이나 많았으나, 2021년에는 화성(5,407명)이 많이 증가해 안산(5,980명)보다는 적으나 수원(5,284명)과 시흥(4,962명)을 앞질렀다.

외국인가정 아동과 청소년지원 활동에 헌신해온 (사)더큰이웃아시아

화성시의 이주배경아동·청소년지원 지역기관연계 시범사업 주관기관의 하나인 (사)더큰이웃아시아는 2011년 4월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로 출발했다. 2012년 9월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센터는 2013년 3월부터 ‘아시아청소년학교’를 개강하고 방과후교실을 시작했다. 그해 6월에는 ‘아시아문화놀이터’를 개강해 기타교실, 타악기교실, 영상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어 2014년 2월에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세계를 품을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는 마을교육공동체인 ‘차오름공부방’을 개설했고 2015년 3월에는 작은도서관 아삭에 독립 공간을 확보했다.

작은도서관 아삭 입구와 2층의 ‘차오름공부방’

2017년 2월 법인 명칭을 더큰이웃아시아(Big Family Asia)로 변경했는데,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까지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과 함께 매년 ‘청소년 세계시민축제’를 개최했다. 2018년 9월에는 세계마을공작소·세계문화체험관을 개소했고, 2020년 8월에 고려인집거지인 남양에 ‘남양글로벌아시아센터’를 개소하고 이어서 ‘남양글로벌작은도서관 다모아’도 개관했다.

‘외국인가정 자녀 100% 무상보육’ 실현

더큰이웃아시아 이용근 상임이사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한아찾) 탐방팀에게 이주민의 도시 화성에서 더큰이웃아시아가 수행해온 일을 소개하던 이용근 상임이사가 뜻밖의 뉴스를 들려주었다. “마침내 2023년 5월부터 화성시가 0세부터 5세 외국인 자녀의 보육료와 유아 학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화성시사회복지사협회 이름으로 더큰이웃아시아가 제출한 다문화정책이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사실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중에 최초로 2023년 4월부터 외국인 보육료 지원대상을 만 3~5살에서 0~5살로 확대해 월 10만원씩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 제1의 도시’ 화성이 외국인 아동들에게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만 5세까지의 보육료와 학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하고 추가경정 예산까지 확정했다.

고려인마을을 찾을 때마다 보육료 부담으로 손자녀를 돌보기 위해 자녀를 따라 들어온 고려인 할머니·할아버지들을 만난다. 조부모가 없는 고려인 가정은 남편만 일해야 했다. 따라서, 인천시도 지원을 시작했는데, 경기도가 일부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 외국인주민의 ‘주민권’ 신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화성시 더큰이웃아시아에 있는 아시아 각국의 전통의상. 모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며 한국사회 적응도를 높여가는 것도 재한 디아스포라들의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이다. 

따라서 화성시가 ‘복지 사각지대 외국인가정 자녀 미취학 아동 보육료 지원’을 선도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 예방 백신을 한국인과 외국인 구별하지 않고 제공하듯이, ‘영유아 돌봄’도 내국인과 외국인 가정 차별 없이 지원되어야 했다.

한국에 정착하려는 귀환동포와 외국인주민 가정이 화성을 선호할 것은 자명해졌다. 화성이 일으킨 ‘선한 바이러스’가 경기도의 다른 도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로 퍼질 날을 고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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