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고려인마을④]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발안 ‘문화더함공간 서로’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서부 화성의 한 중심인 향남읍에는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가 있다. 그런데 외국인주민이 많이 사는 향남읍의 구도심, 새로 들어온 이주민 공동체가 형성된 발안만세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이미 ‘아시아촌’으로 변한 시장(市場) 동네의 ‘문화더함공간 서로’가 궁금했다. 화성시 향남읍 3.1만세로 1113번지 지하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1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큰 공간이 나온다. 공유주방과 회의실 등까지 합치면 총 276.3㎡ 규모다. 마을주민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시민단체가 이렇게 큰 공간을?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시아촌’으로 변한 발안 만세시장통
향남읍 평리 발안만세시장 주변을 걷다 보면, “아! 이곳은 ‘아시아거리’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 아시아 각국의 상점들을 볼 수 있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전국의 많은 외국인 집거지에서 이주민이 사실상 ‘분리 상태’인데 이곳은 달랐다.
시장상인회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든 만세도서관(2015년 설립)이 특별했다. 만세운동의 만세 외에 ‘만 명의 스승을 만나는 세상’의 뜻도 담았다는 만세도서관. 특히, 토요일 10시부터 1시까지 한국 어린이와 이주민 어린이가 함께 수업하고 먹고 노는 ‘만세이야기’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단다. 만세도서관에서 시작해 2020년 다올공동체가 만들어지고 2021년 5월에 다문화·외국인주민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 ‘문화더함공간 서로’까지 운영을 맡았다.
‘서로’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터로 짐작할 수 있었다. 실로 외국인주민들의 소통공간이자 또한 함께 모여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더하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주민이 각기 공동체를 이루고 각종 소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확 트인 ‘운동장(소통공간)’을 만들었는지? ‘공동체 활동공간이냐? 지원센터냐?’ 논의가 많았다. 결국, ‘아시아촌’으로 변화한 지역의 외국인주민 커뮤니티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칸막이로 분리할 수 있는 ‘서로’가 되었다.
베트남전통타악기트룽 ‘연쭈엔’ 동아리 포스터가 시선을 끌었다. 베트남 결혼이주민(남성, 여성)으로 평일은 일하고 주말에 모여서 연습한다고 했다. 이제 상당 수준에 이르러 베트남공동체 모임은 물론이고 외부 공연도 다닌다. 공연료를 받아 단체복도 구매했다. 지난 2023년 2월에는 문화더함공간 서로와 베트남공동체가 함께 준비한 ‘2023 화성베트남공동체 뗏(설날) 함께 즐기기’ 행사도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주한베트남대사관 레반홍 1등 서기관,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 노경신센터장, 다올공동체센터 오현정 대표이사, 화성베트남공동체 응웬티푹 대표와 베트남 근로자, 다문화가족 100여 명이 참석해 행사를 함께 즐겼다.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면서 지역사회의 상호문화 능력의 증진과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하는 ‘서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세도서관의 운영위원이던 조정아 ‘서로’장은 오래전 학교 앞에서 러시아 부모가 소통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때 만난 러시아에서 온 무비나(2학년), 무슬리마(1학년), 묵시나(5살) 세 자매와 함께 있었다. 이들 세 자매는 만세도서관에 계속 나오면서 한국어도 빠르게 늘고 성적도 좋아졌다.
특히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 묵시나는 운동을 좋아해 ‘서로’에서 배우는 6명의 우슈를 배우는 아이들의 리더라고 소개한다. 선생님이 오지 않는 날에는 영상을 틀어놓고 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공동체와 동아리 대표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묵시나의 우슈 동아리도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향남의 문화더함공간 ‘서로’
문화더함공간 ‘서로’는 화성시 다문화 외국인 주민들의 참여와 성장, 소통과 교류를 북돋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행복한 지역사회를 함께 만들어왔다. 문화더함공간 ‘서로’의 조정아 서로장.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어디 또 있을까?” ‘서로’를 나오면서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라는 한아찾 탐방 팀원의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아직 신안선이 개통되지 않아 불편하지만, 사당역에서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