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고려인마을⑥] 타지키스탄 출신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가 섬기는 고려인공동체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외국인근로자 제1의 도시, 경기도 화성에서 고려인마을이 형성된 곳은 향남읍과 남양읍이다. 산업단지가 가깝기 때문이다. (사)더큰이웃아시아가 향남(발안)과 남양에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고가이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가 운영하는 고려인교회와 학교(학원), 어린이집 또한 남양과 향남에서 고려인공동체를 섬기고 있다. 어머니 고가이 스베틀라나는 타지키스탄에서 한국(화성)의 고려인 아동을 위해 파견된 선교사와 다름없다. 한국어가 유창한 딸 스텔라는 SK하이닉스에서 일하면서 어머니를 돕고 있다. 아니 동역자인 셈이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의 나라 타지키스탄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국가가 되었다. 한때 1만여 명의 고려인동포가 살았으나, 지금은 약 150명이 살고 있을 뿐이다. 후잔트는 수도인 두샨베보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가 더 가깝다.
1994년 한국에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홀로 후잔트에 들어온 이종분 선교사. 고가이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도 이종분 선교사를 만나 기독교인이 되었다. 이종분 선교사가 타지키스탄과 고려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의 사랑을 받은 고려인들은 잘 알고 있다. 아마 하나님도 잘 알고 계실 터다.
이종분 선교사는 태권도 사역을 시작으로 1994년 11월 2년 과정의 복음신학교를 열었다. 또 1997년 9월에는 타지키스탄 최초의 사립 국제학교인 선민학교를 열었다. 그후 25년 흐른 2019년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는 타지키스탄 선민교회와 선민학교를 화성에서 시작했다. 고려인동포가 많이 사는데, 고려인지원센터가 없었기 때문에 화성(남양)을 선택했다고 한다.
고가이 스베틀라나는 1994년 11월 이종분 선교사가 세운 신학교 2년 과정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어서 그녀는 1997년 선민학교가 문을 열자 이종분 선교사를 도와 학교 운영을 맡았고 교장까지 되었다.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는 이종분 선교사와 상의했다. 스베틀라나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고려인 아이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종분 선교사와 한국 후원교회의 지원과 기도로 2019년 11월 4일 화성 남양에서 선민순복음교회 창립 예배가 열렸다. 스베틀라나는 타지키스탄 선민교회가 파송한 선교사가 되었다.
2006년 5월 후잔트 선민학교를 졸업한 스텔라는 이종분 선교사의 소개로 2007년 2월 포항 한동대학에 입학했다. 그녀는 2011년 대학 졸업 후, 삼성엔지니어링(2011~2016)을 거쳐 SK하이닉스(2016~현재)에 근무 중이다. 스텔라는 2019년 10월 어머니 스베틀라나가 한국에 오자 그해 11월 어머니가 있는 화성 남양으로 왔다.
고려인 부모들은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고려인 아이들이 한국학교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었다. 한국어린이집은 아침 9시에 시작하지만, 고려인 부모들은 7시부터 아이를 맡겨야 했고, 매월 30만~40만원의 보육료도 문제였다. 어머니 스베틀라나가 러시아 학제로 가르치는 선민러시아학교에 이어 민들레어린이집을 시작하자 스텔라가 어머니를 도와야 했다. 마침 코로나로 온라인 근무가 가능해져 어머니 돕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는 화성에서 러시아학교를 열기 전에 안산 노아네러시아학원을 찾았다. 임현숙 원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100% 러시아학제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아 우선, 1학년 학생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2019년 9월 선민러시아학교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선민러시아학원’으로 등록했다. 두달 지난 2019년 11월 민들레어린이집을 시작했다. 교회와 학교, 어린이집까지. 이제 기독교 신앙을 가진 남양의 고려인공동체가 한 곳에서 신앙생활과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는 2023년 9월에는 향남 선민러시아학교와 향남 민들레어린이집이 문을 연다. 향남의 고려인공동체가 힘을 합친 것이다.
화성시는 2023년 5월부터 만 0~5세 아동으로 90일 이상 화성시에 외국인등록이 되어있는 화성 지역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생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다. “외국인 주민에게 차별 없는 보육서비스가 사회통합과 사회 안전망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명근 화성시장의 발표는 가족을 동반한 화성의 고려인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가 운영하는 러시아 어린이집(민들레)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고려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이다. 고려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어린이는 한국에서 자라는 어린이가 아닌가? 한국에서 일하는 고려인이 외국인노동자가 아니라 귀환 동포로, 조상의 나라에 정착하는 고려인이 외국인이 아닌 한국국적의 한국인이 될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