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고려인마을②] 나그네 대접 잘했더니 100개월 연속 인구증가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비수도권 유일 100개월 연속 인구 증가…진천군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진천군을 검색하다가 나온 <한겨레신문> (2022-12-06) 기사 제목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 100개월 연속 인구가 증가한 곳은 진천을 포함해 경기 평택과 화성 3곳뿐이라는 내용이다. 진천의 인구 증가가 시작된 건 2014년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일대에 충북혁신도시(면적 6.9㎢)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여기에 필자는 같은 2014년 3월에 전주에 있는 우석대학교가 진천캠퍼스를 만든 것도 진천의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2일 이른 아침 동서울터미널을 떠난 버스가 안성 두원공과대학에서 학생들을 내리고 충북 진천에 들어서자 산업단지들이 계속 이어졌다. 이월면을 지날 때는 고려인 직원 대상 뿌리찾기 역사교육으로 알려진 ㈜면사랑 간판도 보인다. 면사랑에 알아보니 180명의 외국인 직원 가운데 130명이 고려인이다. 공장 기숙사에 사는 40여 명의 독신자를 제외하고 가족동반 고려인은 진천읍에 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의 이웃이다”

2003년 6월 12일 <충청리뷰> 홍강희 기자가 진천 충북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고은영 소장(당시 42세)을 인터뷰한 기사의 제목이다. 진천종합터미널에서 내린 후 청주대 이영범 교수와 함께 진천전통시장 상인회 건물 내 충북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찾았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인데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온화한 모습의 고은영 소장, 어떻게 저분이 ‘싸움닭’으로 살아야 했을까? 진천의 불우한 아동과 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서.

고은영 소장께 오늘은 진천의 고려인동포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다고 요청했다. “고려인은 성실합니다. 생활력이 강합니다. 토요일도 쉬지 않고 일합니다. 한국에 정착하려고 합니다. 재외동포(F-4) 비자에서 영주(F-5) 비자로, 그리고 귀화(국적취득)까지 하려고 하는데, 한국정부의 귀화 조건이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고급 한국어 실력이 필수인데… 한국어를 상실한 채 들어온 고려인동포는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6일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일요일 사회통합프로그램에 나와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버거운 상태입니다.”

고은영 소장은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들어온 아시아 출신 다른 외국인 노동자는 혼자 오기 때문에 동족끼리 잘 어울린다. 따라서 커뮤니티 형성이 잘 되어 외국인 축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고려인동포는 수도 적지 않고 가족동반 상태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중요한데 커뮤니티 형성이 과제라고 지적한다.

진천 고려인 커뮤니티는 전천읍 충북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2023년 6월 말 현재 진천군의 총인구는 93,096명이다. 내국인이 85,876명 외국인이 7,226명이다. 인구 10만 시대가 멀지 않았다. 진천의 중심 진천읍도 인구가 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충북혁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인구가 큰 폭으로 꾸준히 증가해 2019년 7월에 읍으로 승격하고 2022년 7월 마침내 진천읍을 넘어선 덕산읍의 인구 덕택이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빠르게 늘어났다. 고려인동포도 덕산읍에 더 많이 산다. 덕산읍에는 고려인교회도 2곳, 고려인마트와 카페(식당)도 6곳이다.

고려인 최드미트리 목사가 인도하는 덕산읍 농협 근처에 있는 은혜교회는 문이 닫혀 있어 사진만 찍었다. 덕산읍을 걷다가 고려인동포가 운영하는 덕산빵집(러시아 슈퍼)을 찾았다. 잠간 사이에 여러 손님이 들어와 레표시카와 소세지 등을 구입했다. 주로 주말 저녁에 고려인동포의 만남의 장이 된다는 고려인 카페도 보았다.

고려인 직원을 위한 역사교육과 한국어교육도 진행한 바 있는 이월면, 고려인 업소가 더 많은 덕산읍보다 역시 고려인이 함께 모이기에 편리한 곳은 전천의 중심 진천읍으로 보였다. 5일장 외에 한산한 진천 전통시장 상인회 사무실, 충북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적임지로 보였다. 진천의 역사와 문화(포석조명희문학관 포함), 그리고 대학(우석대학교 진천캠퍼스)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특히 사회통합프로그램(한국어 수업)이 하루종일 운영되는 일요일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너무 비좁다. 진천군과 진천전통시장 상인회는 진천의 새 이웃인 고려인동포와 외국인주민의 학습장이자 만남의 장으로 상인회의 빈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더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