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고려인마을①] 포승읍 자율방범대, 마을봉사단 활동으로 치안 많이 개선돼

고려인의 소통공간인 ‘포승 페이스북’. 여기엔 5월 16일 현재 2482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난주 토요일(5월 13일) 평택시 포승읍 도곡리 박준우 이장과 연락한 후, 2년 만에 포승 고려인마을을 다시 찾았다. 동행한 대한고려인협회 채예진 부회장과 포승 고려인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인 박준우 이장은 이미 서로 아는 사이였다.

박준우 이장은 일행을 2022년 7월 발족한 ‘푸른 (외국인) 자율방범대’ 사무실로 안내했다. 한국인과 고려인을 포함해 40명이 참여 중이며 금요일과 토요일 중점적으로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국가산단에서 일하는 젊은 외국인노동자의 거리인 도곡리를 걷다 보면, 많은 유흥업소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치안이 불안정했는데, 자율방범대가 활동하면서 실제 경찰서로부터 지역 치안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방범대가 순찰하면서 좋아진 것이 또 있다. 고려인 가정의 가정폭력 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고려인 여성이 신고하는데, 방범대가 고려인 남성에게 설명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정폭력이 중요한 범죄다. 외국인의 경우 바로 추방당할 수 있다.”

평택시 도곡리 ‘푸른 방범소방대'(왼쪽 건물)와 오른쪽 작게 보이는 건물은 설비 중인 고려인봉사단/청소년 모임방

포승 고려인마을봉사단도 2022년 8월 발족했다. 매월 1회 마을봉사단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는데, 봉사단의 주 구성원이 고려인 청소년이다. 그래서 방범대 옆에 새롭게 컨테이너를 마련했는데, 봉사단 사무실 겸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공부/모임방으로 꾸미고 있다. 1800만원 들여서 바닥에 앉아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온돌장치까지 설비하고 있다.

고려인마을 거리로 들어섰다. 고려인동포의 마을 휴식처인 어린이공원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손목이 돌아갈 정도로 중상을 입은 데니스(8세)가 누워 있다. 구급차가 와서 응급조치한 후에 응급병원이 있는 안중읍 병원으로 떠났다. 데니스 아버지가 옆에서 지켰지만, 데니스 아버지도 한국어 소통이 어려워 채예진 부회장이 통역해 주었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박준우 이장과 통화했다. 데니스의 병원비가 600만원이 나왔다는 것이다. 데니스 가족이 보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크게 부상한 8살 데니스(가운데 누운 어린이)를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 하고 있다.

도곡리에 평택가족센터 분원(돌봄센터) 설치를

근래 경기 남부 평택과 안성에 정착하려는 고려인 가족이 빠르게 늘어났다. 포승읍 도곡리와 대덕면 내리다. 포승 고려인사회는 최근 지역의 한국인과 고려인이 함께 참여하는 ‘포승 고려인마을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전국의 고려인마을을 다녀보니 포승 고려인사회의 여건이 아주 불리하다. 안성 내리는 교통은 불편한 편이지만, 중앙대 안성캠퍼스 대학생들이 거주했던 ‘대학인마을’이 ‘대학인·고려인마을’로 변했다.

마을 행사에 중앙대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경기도 사업인 ‘대덕면 행복마을관리소’가 아예 외국인 집거지인 내리에 사무실을 열고 외국인주민 지원 사업에 열심이다. (<아시아엔> 2021-6-23 「[안성 대덕면 고려인마을①] “그곳에 행복이 싹트고 있다”」)

또한, 내리 경로당 2층에 안성시돌봄센터 1호점이 들어서 광덕초등학교와 협력하면서 방과후 교실(한국어 수업 외)을 열어 고려인 학생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시아엔> 2022-5-3 「안성시 내리 고려인마을 돌봄센터, 4일 어린이날 행사」)

그런데 포승에는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없다. 평택항은 지척이지만, 평택시청이나 평택대학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이 더 걸린다. 안산과 인천 고려인마을의 경우, 대학이 가까운 곳에 있어 대학생들이 고려인 청소년을 멘토로 도와주고 있다. 근래에는 한국에서 3~4년을 생활한 고려인 고등학생들이 동생들도 지도해주면서 부모님들을 위한 통역사가 되었다. 포승의 고려인마을은?

2020년 11월 7일 열린 대덕면 내리 고려인마을 러시아의 날 축제에서 “내리 거주민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며, 이들도 안성시민”이라는 기사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도 농촌도 멈춰야 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가 최대 현안이다. 인구감소지역의 경제, 생활인구 증대를 위해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우수인재(유학생)와 동포가족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면 한국 정착에 유리한 비자 특혜를 주고 있다. 벌써 안성의 몇몇 고려인 가족이 인구감소지역인 경북 영천시로 이주했다.

국가산단이 있는 평택 포승은 일자리가 많아 고려인동포가 늘어났다. 그러나 자녀교육 등의 생활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다. 이제 평택시가 적극적으로 고려인동포의 정착을 지원해야 할 때이다.

고려인가족이 많이 늘어난 아산시 읍내리에 아산시가 <아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신창분원>을 세운 것처럼, 평택시도 <평택가족센터 포승분원>을 ‘시급히’ 도곡리에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 대한 보편적 가족복지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어교육, 가족상담, 다문화가족지원, 아이돌봄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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