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려인마을③] 월미도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연수동 ‘함박마을’까지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2년 10월 15일 ‘한아찾’ 탐방으로 인천 연수동 함박마을에 가기로 했다. 이날 오후 1시 민족의상을 입은 14개 나라 이주민의 퍼레이드로 시작되는 함박마을의 ‘함박웃소 축제’가 궁금해 인천 탐방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또 당일 오전 10시부터 월미도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박물관대축제가 열린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먼저 11시에 월미도에 들렀다가 함박마을로 가기로 했다.
꼭 한번은 가보아야 할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인천광역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하기로 하여 2008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그동안 “동방을 밝힌 등불, 북간도 명동촌(明東村)”, “젊음,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다”, “자이니치(在日) 학교들-재일 한인 민족교육” 등 특별전을 개최했다. 그래도 박물관은 미주한인이민사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지하 강당 전체를 전시장으로 꾸미고 고려인, 조선족, 재일코리안 등 다른 지역의 이민사도 잘 정리해 명실공히 ‘한국이민사박물관’으로 거듭나 있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750만 해외한인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국내외 한민족 누구나 꼭 한번은 가보아야 할 명소(名所)가 되었다.
‘인천에 온 이주민들’ 『인천일보』 특집기사 자료 전시가 눈에 띄었다. ‘가는 사람들’, ‘오는 사람들’, ‘우린 인천인’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함박마을의 고려인동포뿐만 아니라, 부평의 미얀마사람들, 그리고 송도 아메리칸타운에 미국에서 다시 돌아온 ‘귀환’ 재미동포들이 인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유럽한인문화타운을 조성하려 한다니 인천의 ‘오는 사람들’에 유럽의 한인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사람들’ 전시 사진 자료 중에 지난 7월 29일 함박마을에서 열린 재외한인학회의 찾아가는 재한동포 간담회 사진도 들어 있었다. 리 빅토르 함박마을 고려인주민회 회장이 발표하고 필자가 토론했는데, 그날 행사 사진이 ‘역사’가 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14개 나라 민족의상을 입은 이주민들의 퍼레이드가 궁금했다. 월미도에서 서둘러 떠난다고 했는데, 함박마을에 도착하니 막 오후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퍼레이드가 마리공원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아 축제장이 있는 장미공원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짧게 지나가 아쉬웠다. 함박비류도서관에서 출발해 마을의 중심도로를 지나 축제장으로 가도 되지 않았을까?
연수1동 주민참여예산으로 치러져
‘축제(祝祭)도 식후경(食後景)’이라 고려인마을에 왔으니 고려인음식을 체험하기로 했다. 함박마을에는 다양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주민이 살고 있다. 초창기에 들어온 사람은 중국동포가 중심, 그래서 아직도 중국식품점이 있다. 또, 무슬림을 대상으로 할랄 음식을 파는 중앙아시아 이슬람교도가 운영하는 식당과 규모가 큰 몽골식당도 있다. 그러나 고려인이 대다수인 만큼, 고려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다. 차이하나(茶房)는 그 말뜻에 걸맞게 차 마시기에 편안한 의자가 있는 식당인데, 한국어에 능통한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운영하고 있다. 고려인음식이 중심이다. 고려국수와 당근김치, 레표시카(빵)와 차만 먹어도 한 끼의 식사로 충분하지만, 큼지막한 양고기 샤실릭(꼬치구이)과 청어샐러드까지 더하자 모두 만족했다. 고려인 음식을 먹기 위해 함박마을에 오고 싶다고까지 했다.
식사를 마치고 축제장인 장미공원에 갔다. 문학산 기슭 장미공원에 축제를 즐기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함박웃소 축제는 연수구와 연수문화재단, 연수1동 주민들이 지난 5월부터 내외국인 어울림 한마당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인종, 언어, 종교, 식문화 등 삶의 모습이 제각기 다른 함박마을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을축제로 만들었다. 한 마을 주민은 젊은 고려인 부부가 아이들을 둘 셋 데리고 참여하는 모습이 참으로 좋았다고 했다. 고려인마을로 변화한 함박마을, 인구감소시대에 고려인을 포함한 외국인주민이 지역을 살리고 명소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확인한 한마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