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에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동포마을’이 조성된다면

10월 27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토론회’ 참석자들 <사진 광주고려인마을 고려방송>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난주 목요일(10.27) 오후 서울(대한민국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고려동포’ 관련 토론회가 동시에 열렸다.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서울에서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가, 광주에서는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는 법무부가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과 관련해서였다. 즉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방문취업(H-2) 비자 고려인동포가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으로 선정된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면 재외동포(F-4) 비자로 선(先) 변경해주는 한편, 단순 노무 업종에도 취업할 수 있게 해주는 특례비자가 시행되고 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 모습. 광주고려인마을 이천영 목사 발표로 녹음내용을 듣고 있다.

추가공모 사업을 준비 중인 제천시는 김창규 시장이 직접 참여해 토론에 임했고, 광주, 김해, 경주, 청주, 당진 고려인마을 활동가(고려인, 한국인)들이 참여했다. 광주고려인마을 새날학교 교장인 이천영 목사는 사정으로 녹음한 토론문을 보내왔다.

비대면으로 참여한 김제시의 한국어교육 전문가인 김지영 선생이 전라북도에서 가장 외국인 비율이 높은 김제시에 고려인마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외국인 대상 한국어교육센터(가칭)를 설립하려 했는데, 고려인동포 토론회를 통해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선정된 전라북도(김제시)에도 고려인마을을 조성하고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을 돕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정성주 김제시장 면담도 신청했다고 했다.

한편, 광주에서의 토론회는 광주고려인마을에 들어온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과 과제가 그 내용이었다. 지난 2월 24일 전쟁 발발 후에 광주고려인마을이 모금해서 보낸 항공권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로 피난한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 800여명이 한국에 들어왔다.

안산과 인천, 천안, 청주 등 다른 지역의 고려인마을도 항공권을 지원해 고려인동포들이 피난민으로 들어왔는데, 현재 14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서울 토론회에서 발표한 김해 고려인마을 활동가인 황원선 구소련친구들 대표는 김해 우크라이나 동포가 광주고려인마을 전혀 모르던 신조야란 분이 비행기표를 보내주어 한국에 들어온 후 김해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김해 고려인공동체는 무엇을 했는가? 자책했다고 전해주었다.

김제시 김지영 선생의 ‘희망’을 듣고 생각했다. 어차피 김제의 고려인동포마을 조성은 같은 호남권인 광주고려인마을의 지원·협력이 절대적이다. 우선 김제에는 고려인동포 가족이 없다.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인구감소지역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에 선정된 경상북도 영천시와 충청남도 예산군은 각기 인접한 경주고려인마을과 당진(합덕)고려인마을이 협력하려고 노력 중이다.

경주와 당진의 고려인동포가족 가운데 비자 혜택을 얻기 위해 영천과 예산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차제에 광주고려인마을의 우크라이나 피난 동포의 한국 정착지원을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시행하려는 김제와 나눈다면, 서로 좋은 일일 것이다. 특히, 김제에 정착하는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동포는 법적 지위가 재외동포(F-4) 비자를 받게 된다. 비동포 동반자(F-1)도 체류(F-2) 비자를 받고 단순 노무 일도 할 수 있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 관련, 조사와 학술발표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총 5차례 방문한 바 있다. 2014년 전쟁에서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크림)반도의 중북부인 장코이 지방(이곳의 고려인동포 상당수가 이미 한국 귀환)과 이번 전쟁의 격전지인 헤르손(러시아가 전쟁 발발 3일 만에 병합), 고려인 주지사가 영웅적으로 방어 중인 미콜라이우도 방문해 고려인동포를 만난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들어온 고려인동포는 사실상 ‘난민’이다. 한국사회에서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동포는 특별하게 접근해야 한다. 더구나 인구감소지역인 김제시가 진행 중인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의 바로 해당자이다. 다행히 전라북도는 이미 ‘고려인주민 지원 조례’도 제정한 상태이니 긴급 지원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2023년부터 매년 1조원 10년 동안 공모사업으로 집행할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지원금을 받는 데도 유리하다.

김제와 남부 우크라이나를 생각해보니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 김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느낄 수 있는 호남평야의 중심이고, 고려인동포가 떠나온 지역은 유럽의 빵공장인 우크라이나 흑토지대이다. 고려인동포 중에는 바로 흑토지대에서 농사를 짓다가 온 분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농촌은 이미 5개월 계약으로 들어오는 동남아 계절노동자가 없다면 고구마와 양파 등 밭작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이다. ‘농사의 천재’ 고려인동포도 근래에는 많은 수가 도시민이 되었으나, 농사를 잘 짓는 DNA를 다시 김제에서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생각해보니 김제는 피난 동포와 인연이 깊다. 용지면에는 1950년 한국전쟁 후인 1954년 4월 29일 황해도 은율·송화·해주 등지에서 피난 내려온 황해도민들이 군용천막을 지으면서 총 450세대, 5천여 명이 정착한 곳이다. 현재 170여 가구에 300여 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1세대도 100여 명이 생존해 있다. 1860년대 이후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 연해주로, 다시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다시 비옥한 남부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고려인동포가 현재 ‘귀환’ 동포로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이미 9만이 넘고 곧 10만에 이를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에 영면해 있던 홍범도 장군이 2021년 8월 15일 대전현충원으로 ‘귀환’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다모아어린이공원을 홍범도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홍범도장군 동상도 세웠다.

광주고려인마을은 전국의 15개 고려인마을 가운데 으뜸이다. 다른 고려인마을의 롤모델이다. 김제 고려인마을의 형성과 발전에 광주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