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고려인마을③] ‘재외동포 이해교육’과 광주고려인마을

2016년 재외한인학회 광주고려인마을 방문. 아래 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판준, 주동완, 임영상, 최영호, 정막래, 유연태, 장윤수, 예동근, 조남철, 차민아, 김게르만, 양민아, 임영언, 이천영.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광주고려인마을을 처음 방문한 것이 2016년 5월 28일 토요일이다. 재외한인학회가 주최한 ‘광주고려인마을과 함께하는 전문가 간담회’ 행사였다. 그날 참석자들은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다문화 대안학교인 새날학교 등을 방문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고려인마을’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달았다. 이후 아침마다 광주고려인마을에서 보내는 소식을 카톡과 문자로 받았다.

서울에서 멀었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광주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2017년 4월 22일(토)에는 재외동포재단의 ‘재외동포 이해교육’ 주말현장탐방수업으로 서울에서 버스를 임차해서 학생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재외동포재단의 (대학생) ‘재외동포 이해교육’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2013년 3월 시범적으로 시행된 한국외대의 <세계의 한민족> 강좌에는 당시 재외동포재단 김경근 이사장이 출강했다. 재외동포 이해교육 강좌 지원사업은 점차 여러 대학으로 확대되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한국에 체류 중인 재외동포 차세대도 강좌에 초청되어 한국 대학생들과 대화시간도 가졌다. 그러나 5년 시행을 끝으로 강좌개설 사업은 2017년에 종결되었다. 이후 재외동포재단은 1개 대학에 3강좌 이내의 특강 형태로 ‘찾아가는 재외동포 이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1, 2학기에 걸쳐 총 17개 대학에서 특강이 진행되었다.

왼쪽부터 박현지-이새봄(전남대 대학원 문헌정보학과), 유지혜(전남대 사회학과), 임양희 숲속작은도서관 관장,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필자는 퇴직 후에도 재외동포 이해교육 특강에 참여하면서, 가능하면, 중국동포타운이나 고려인마을 현장 탐방수업을 진행했다. <동포사회 거리 모습을 보고, 해외현지와 다름이 없는 동포사회 음식을 먹고, 또 ‘귀환’ 동포나 활동가 이야기를 듣고> 직접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재외동포 이해교육’에 효과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줌(Zoom) 강의로 대체했는데, 2022년 올해는 1, 2학기 모두 지역의 고려인마을 탐방수업을 가졌다. 특히, 지난 10월 7일(금)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학부/대학원 특강은 광주고려인마을 이주민종합지원센터에서 대면(3인)과 비대면(20인) 동시 강의를 진행한 후에 대면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과 현장탐방수업까지 마쳤다. 평일인 관계로 대학원생 2인과 학부생 1인만이 참여한 것이 아쉬웠지만. 오후 3시~4시40분 강의를 마친 후, 오후 5시 폐관시간이 다가와 먼저 광주고려인마을의 자랑인 월곡고려인문화관을 찾았다.

전남대 문헌정보학과 재외동포 이해교육 안내문 (광주광역시 월곡동 이주민종합지원센터 2층)

1층 상설전시관에서 연해주 시절 고려인의 독립운동과 1920년대 이후 소비에트 고려인의 문화운동(한글신문 『선봉』과 고려극장 극단) 등이 전시되었다. 이어서 고려극장 창립 9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는 2층 기획전시실로 향했다. 1937년 강제이주 과정에서 1923년에 창간된 『선봉』의 기자들은 신문제작에 필요한 도구를 갖고, 또 1932년에 창단된 고려극장 배우들도 연극 대본을 들고 강제이주 열차에 탔다.

고려일보

그 덕택에 1938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선봉』의 뒤를 이은 『레닌기치』가 간행되었고, 고려극장도 다시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내년에는 해외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신문 『레닌기치』(현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월곡고려인문화관에서 열린다. 고려인의 이주사와 함께 『레닌기치』와 고려극장 등 고려인의 삶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자료가 전국의 고려인마을마다 전시되었으면 좋겠다.

월곡고려인문화관을 나와 홍범도공원을 거쳐 숲속작은도서관으로 갔다. 임양희 관장이 폐관시간을 늦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기도 해서 찾은 것이다. 고려인마을의 숲속작은도서관은 월곡동의 고려인, 한국인, 몽골인, 필리핀인, 캄보디아인, 베트남인, 중국인 아이들이 함께 모여 ‘그림책으로 다양한 놀이를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마을학교로 월곡동의 알려지지 않은 보물이었다.

숲속작은박물관을 나와 마을투어를 시작했다. 고려인마을의 중심인 고려인종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꽃을 좋아하는 러시아(고려인)의 문화를 알리는 꽃집과 소련시대 상품명을 상점명으로 사용하는 생활문화 전통에 따른 정육점, 레표시카(빵), 속옷가게, 그리고 마을의 오락시설인 러시아노래와 베트남노래가 있음을 알리는 가라오케와 당구장까지. 이주민 집거지를 걸으면서 만나는 ‘언어 경관’은 방문자에게 우리 안의 색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이점이 있다.

고려인마을에 가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사람의 삶과 문화를, 또 음식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다. 이런 이유로 재외동포 이해교육은, 가능하면, 현장탐방수업을 병행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려인마을 고려인종합지원센터(왼쪽)와 상점들(시계방향으로 ‘정육점’, ‘레표시카 빵집’, ‘가라오케와 당구장’, ‘속옷가게’,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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