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려인마을③] ‘귀환’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에 누가 함께 하나? ?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1990년 한국과 소련(러시아) 수교 이후, 한국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러시아대사관 부설 학교만으로는 학생 수용이 어려워지자 한국에서는 학원이지만, 러시아 쉬콜라(초중등과정 1~11학년 통합학교)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루스끼돔어학원이 2011년 11월 서울 용산구 삼각지 인근에 설립되었다.
2018년 11월에 설립된 청주 루스끼돔어학원은 서울의 루스끼돔어학원과 자매기관으로 현재 40~50명의 고려인 자녀와 한국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2019년에는 9학년까지 운영되고 있었는데, 2022년에는 11학년까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장 류보위 대한고려인협회 청주 지부장, 청주대 이영범 교수와 같이 루스끼돔어학원을 찾았다.
2018년 청주 루스끼돔어학원이 설립된 배경을 장 류보위 지부장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미 청주에도 고려인동포들이 많아지자 당시 한국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던 라리사 피사레바 교수는 대한고려인협회 장 류보위 청주지부장 등이 방법을 찾아 나섰다. 대한고려인협회는 고려인동포를 위한 서비스기관 설립을 원했다.
그러나 루스끼돔어학원 설립을 준비하는 피사레바 교수는 처음부터 영리사업임을 분명히 밝혔고, 결국 독자적으로 어학원을 설립했다. 현재 안산과 광주, 인천, 부산과 광주 등 전국의 주요 고려인마을에 설립, 운영 중인 러시아학원 모두 월 40만원 내외의 교육비를 받고 있다.
루스끼돔어학원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러시아 학교와 똑같이 운영하는데, 토요일에는 한국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러시아어를 공부하기 위해 온다. 또한, 학령 전인 유치원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마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청주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만났다.
청주시 청원구 사직동에 있는 충인태권도장은 청주뿐만 아니라 한국의 어떤 태권도장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과거 3년 동안 러시아 선수를 지도한 바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한올레그 사범이 2018년부터 고려인 아이들만 모아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점이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고려인 사범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려인마을에서는 꽤 먼 거리인데도 고려인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현재는 30~40명 정도 가르치고 있는데, 마침 어린 학생팀이 끝나고 귀가하는 시간이었다. 말이 통하는 사범이 가르쳐주어 아이들도 행복했지만,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시절의 자신의 전문직업을 찾은 한올레그는 충인태권도장의 배려에 고마워했다. 한올레그 사범은 학생들이 많은 저녁 7시30분경에 다시 방문해달고 했으나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봉명동과 사창동 고려인마을에서 더 멀리 떨어진 청원구 율량동 소재 이주민노동인권센터(소장 안건수)는 지난 20년 가까이 ‘이주민노동자의 벗’으로 활동했다. 상담 및 복지, 연구, 금융서비스와 교육,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주력사업은 임금 체불 해결이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는 이주민 노동자들에겐 둘도 없는 지원군이지만, 체불임금 업체쪽에겐 저승사자나 다름 없다. 지금까지 체불임금 해결만 100억원 내외에 이른다.
현재 장 류보위 대한고려인협회 청주 지부장은 이주민노동인권센터의 교육사업(한국어교실)에 통역으로 일하면서 이주민센터와 고려인동포를 위한 사업 협력을 하고 있다. 2019년 7월 대한고려인협회 행사도 이주민센터 강의실에서 가진 바 있다. 지난 9월 15일 홍익대 대학원생의 ‘재외동포 이해교육’ 강의 장소로도 활용했다.
지난 9월 6일 법무부는 동포/외국인 대상’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선정된 지방정부를 발표했다. 대학과 협력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제1차 시범사업에 선정된 지방은 다음과 같다.
①광역지자체 : 충청남도(보령시, 예산군), 전라북도(정읍시, 남원시, 김제시), 전라남도(장흥군, 강진군, 해남군, 영암군), 경상북도(영주시, 의성군, 영천시, 고령군)
②기초지자체 : 경기도 연천군, 경상남도 고성군.
내년도에는 사업이 더 커질 예정이다. 이번에 빠진 충청북도는 2021년 조사에서 인구소멸지역에 들어간 음성군을 포함해 도농복합지역의 인구 부족 현안과 관련, 러시아의 연해주와 중앙아시아, 이후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토지대에서 ‘농사의 천재’로 이름을 알린 고려인동포의 한국정착을 도우면서 지역을 살리는 방안을 추진해도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청주 고려인마을의 ‘고려인의꿈’ 단체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