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선부동 고려인마을③] 심훈 소설 ‘상록수’의 최용신 선생이 지금 안산에 오신다면

최용신기념관을 찾은 한아찾 탐방단(왼쪽부터 이형복, 임영상, 문민, 김홍록, 윤정숙, 곽승지)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2년 10월 1일 토요일,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최용신기념관에서 ‘샘골에서 상록수로’라는 주제로 제9회 상록수문화제가 열렸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것인데, 과거에는 9월 제3주 토요일 추석을 전후로 열리곤 했다.

최용신기념관은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여주인공 채영신의 실존 인물인 최용신(1909~1935)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7년에 세워진 공립박물관이면서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 시설이다. 최용신은 중학교 국어책에 실려 있어 많은 한국인이 알고 기억하고 또 존경하는 인물이다.

심훈의 <상록수> 표지. 이 책은 식민지 시대 많은 젊은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2009년 최용신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주제: 최용신 기억 속에서 아시아로 걸어 나오다) 토론에서 필자는 “최용신 선생이 지금 한국사회(안산)에 다시 오면 무슨 일에 열정을 쏟았을까?”라고 질문했다. 1930년대 농촌계몽운동으로 안산 샘골에서 야학을 운영한 최용신 선생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어를 상실한 채 조상의 나라를 찾은 고려인동포 한글 야학교실일 것이라고 했다.

바로 단원구 선부동과 상록구 사동 고려인마을이었다. 필자의 외국어대 재직 시 재외동포 이해교육(세계의 한민족) 강좌의 주말 현장탐방 수업으로 선부동과 사동 고려인마을과 함께 최용신기념관을 찾은 이유였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심훈의 <상록수> 작품 소개

그런데 지난 4월 원곡동 다문화특구/중국동포타운 탐방 때에 원곡동 다문화특구에서 36년째 운영 중인 안산용신학교(교장 김경옥)를 알았다. 반월공단 근로자를 위한 야학교실을 열면서 최용신 선생의 이름을 교명으로 정한 것이다. 36년 전에 최용신 선생이 안산에 다시 온 셈이었다. 그래서 2022년 가을 안산 고려인마을 탐방은 최용신기념관에서 시작해 선부동 땟골 고려인마을, 원곡동 안산용신학교 세 곳을 찾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최용신 거리와 조형물 위치 <사진 최용신기념관>

탐방팀은 지하철 상록수역 3번 출구에서 만나 최용신 거리를 걸으면서 최용신 선생과 제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조형물(만남, 이끔, 향함, 안김)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최용신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 전시실에서 최용신 선생의 생애, 특히 샘골강습소 운영 시기를 주의 깊게 살핀 다음에, 기획전시가 열리는 기념관 뒷마당으로 갔다. 처음 강습소로 사용된 (샘골)교회와 최용신이 심은 향나무와 옛 샘골강습소 주춧돌이 눈에 들어왔다. 마당에 최용신 선생의 생애와 당시 모습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최용신 선생과 함께 방문기념사진을 찍고, 선생의 묘지로 내려가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올리고 기념관을 나섰다.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한아찾) 탐방은 함께 걸으면서 우리와 다른 이주민 동네 거리 모습을 [보고], 해외현지와 다름이 없는 이주민의 음식을 [먹고], 이주민의 한국살이 및 이주민을 돕는 한국인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먹고 듣고 세 가지 이점(利點)을 누릴 수 있는 ‘이주민 동네 한 바퀴’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선부동 땟골까지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에 도착했다. 고려인 역사관이 닫혀 있었다. 센터 사람들 모두 원곡동에서 열리는 제6회 고려아리랑 행사에 참여 중이었다. 다행히 땟골에서 10년 동안 고려인동포를 위해 봉사했던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출신 김진영 이사(인천 새꿈학교)가 잠시 원곡동 행사장에서 나와 문화센터로 와있어서 탐방팀은 역사관을 볼 수 있었다.

중국동포타운이든 고려인마을이든 찾을 때마다 역사/전시관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새 삶터를 일구는 동포 자신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주민과 외부 방문객도 “동포들이 왜, 언제 한반도를 떠나 어떻게 살다가 다시 대한민국으로 ‘귀환’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전시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선부동 땟골 고려인마을은 행운이다. 반지하 작은 공간이지만, 고려인동포의 이주사와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와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된 (고려인) 역사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안산 고려인마을 탐방의 마지막 여정은 원곡동 안산용신학교다. 안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를 통해 나오면, “아! 한국에 이런 곳이 있구나!”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속의 작은 세계’, 원곡동 다문화특구의 중심인 원곡시장이다. 외국인에게 “원곡동은 우리의 ‘고향’이예요.” 특히, 주말에는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어우러진다. 물론 중국동포가 절반 이상이라 원곡동 중국동포타운이기도 하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원곡동에 많은 고려인동포가 삶터를 일구고 있다. 고려인동포의 주식이기도 한 레표시카 빵집도 안산역 맞은편 대로변 상가 1층에 생겼다.

원곡동 다문화특구 원곡시장은 늘 활기가 넘친다. 길 양쪽의 서로 다른 언어로 쓰인 간판과 다른 얼굴 모양의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는데, 다문화어울림공원 끝에 안산용신학교가 있다. 1987년 설립 이래 제도교육의 기회를 놓친 청소년 성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을 실시해 오다 2014년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 지정 학력인정(초·중등과정) 교육기관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안산시 위탁사업으로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과 법무부 지정 사회통합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최용신 선생이 기뻐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근래 고려인동포가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원곡동 안산용신학교를 찾은 탐방단(왼쪽부터 이형복, 김홍록, 문민, 조남철, 윤정숙, 김채화, 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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