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후기] 인구감소지역에 ‘고려인 콜호즈’가 조성된다면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와 주최측 인사들. 왼쪽부터 이상진 전 교육부 차관, 이상기 아시아엔 대표, 장류보위 청주 이주민노동인권센터 부장, 황원선 김해 구소련친구들 대표,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문영숙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 조남철 아시아발전재단 상임이사(토론회 주최/주관), 엄태영 국회의원, 김창규 제천시장, 채예진 대한고려인협회 부회장, 최준호 법무부 체류관리과 사무관, 조충래 행정안전부 지역균형발전과 사무관, 김현아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 교육연구관,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곽승지 전 연변과기대 교수, 정광일 재외동포재단 사업이사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고려인 콜호즈’ 긴급토론회를 마쳤다. 1920년대 후반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의 농업집단화 정책인 농촌의 집단농장 ‘콜호즈’가 대체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에서 가당한 일인가?

사실 필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주최측은 사람들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필자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인구감소지역, ‘고려인동포 콜호즈(집거지)’가 가져올 효과(效果)는 무엇인가?”라고 발제문을 다소 길게 적었다. 콜호즈 설명도 ‘집단농장’이 아니라 ‘집거지’라고 했다.

아울러 발제문의 제1장 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나?에서도 “2022년 오늘 생각하는 ‘고려인동포 콜호즈’는 고려인 집단농장이 아니라 지역에서 농사일도 함께 할 수 있는 고려인동포 가족을 초청하는 형태”라고 밝혔다. 그리고 발제문을 토론자 모두에게 미리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토론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토론회 제목을 보고 어떤 언론은 소련 시대 콜호즈(집단농장)와 솝호즈(국영농장)까지 설명하면서 토론회 개최에 관심을 보였다. 토론회 후 보도가 이어졌다. 또 토론회에서도 소련 시대 사회주의 체제의 ‘콜호즈’가 어떻게 오늘날 한국 농촌에 적용될 수 있느냐?고도 했다.

고려인 출신 토론자는 “과거 고려인사회에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콜호즈를 떠나 도시로 가라’”고 전했다. 결국, 마지막 토론자도 용어에서 ’고려인 동포마을‘이 온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좌장을 맡은 곽승지 교수는 “주최측의 노이지 마케팅Noise Marketing)이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긴급하게 개최한 토론회임에도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주체인 법무부(체류관리과)와 협업 부서인 행정안전부(지역균형발전과)와 지자체(제천시), 그리고 중도입국 고려인동포 자녀교육과 관련 교육부(교육기회보장과)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전국의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89번째로 인구감소지역에 들어간 제천시의 김창규 시장은 전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서울 출장 일정이 있을 정도로 바쁜 시정임에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본인 스스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유일한 지자체장이다.

오랜 기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했고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카스피해에 연한 아제르바이잔 대사를 역임한 터였다. 1993년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개설 초기에 고려일보와 고려극장 등 민족언론과 문화단체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리는데 노력했고 늘 고려인동포를 생각해왔던 터였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참석자 모두 ’귀환‘ 고려인동포가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이해했다. 이에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89개 인구감소지역 지자체가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 이미 체류 중인 동포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는 동포의 경우에 방문취업(H-2) 비자 동포들이 출입국이 자유로운 재외동포(F-4) 비자로 선(先) 변경되면서도 방문취업(H-2) 상태에서 하던 일을 거의 그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비동포(非同胞) 배우자의 동반가족(F-1) 비자도 체류비자(F-2)로 변경되면서도 취업이 가능해졌다.

김해 고려인마을 활동가인 황원선 구소련대표는 김해 고려인공동체의 환영과 바램을 토론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과연, 오늘 한국에서 농사를 지을 고려인동포가 있을까? 당진(합덕) 고려인마을에서 고려인을 돕고 있는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언구소 소장은 이미 고려인동포 다섯 가정과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광주 고려인마을 지도자인 이천영 목사는 공장노동이 어려운 여성과 노년 세대를 위한 돌봄 형태로 농촌살이를 시행하고 있었다. 5개월 계절 농사만이 가능한 농촌보다 오히려 일년 내내 할 일이 있는 어촌에서 고려인 콜호즈(집거지)가 가능하다는 이천영 목사의 주장에 참석자 모두 공감했다. 당진에서 온 김학로 소장이 지적했듯이, 이번 토론회에 농수산부 관계자도 초청했어야 했다.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의 주관 부서인 법무부와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특별지원을 시행하는 행정안전부, 그리고 인구감소지역 학교에 편입하는 이주배경 학생을 위한 교육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교육부 관계자도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기대를 거는 고려인동포 사회의 바람과 현실을 이해했다.

인구소멸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하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음도 알았다. 귀환 동포, 특히 고려인동포 가족을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를 나눈 토론회였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주장, 특히 지역 고려인마을 고려인·한국인 활동가들이 전한 생생한 이야기는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아시아엔>이 연속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고 주관한 아시아발전재단은 현재 안산의 고려인지원센터(미르)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구감소지역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을 돕는 사업을 개발,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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