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앙아 수교 30주년 빅토르안 ‘고려인 사진전’

‘빅토르 안 자화상’으로 만든 기획전 포스터.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온몸으로 겪은 빅토르 안 사진전이 고려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되돌아보고, 내다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한-중앙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고려인 사진작가 빅토르 안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고려인 생활문화’ 사진 특별전이 7일(수)부터 11월 7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2개월 동안 계속되는 특별전 개막에 앞선 개막식(9월 6일 오후 2시) 행사에서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은 사진 352점을 기증한 빅토르 안 작가에게 기증증서를 수여했다.

빅토르 안 작가에게 기증 중서를 수여하는 김종대 관장(오른쪽)

이어서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이건욱 박사와 빅토르 안 작가는 전시실을 함께 돌면서 고려인의 농업과 음식, 주거와 일생의례(돌, 혼례, 환갑, 장례)와 세시 및 놀이, 음식 사진 등을 설명했다. 먼저, 오래된 사진기가 눈에 들어왔다. 빅토르 안 작가가 여러 기종의 부품을 조합하여 직접 만든 카메라다. 아직 필름이 남아 있어 사용 중인 카메라를 특별전을 위해 가져왔다. 전시회 포스터로 활용 중인 ‘자화상’ 사진도 이 카메라로 찍었다.

빅토르 안이 조립해 사용 중인 중형 카메라(오른쪽)

1947년 타슈켄트주 고려인 콜호즈에서 태어난 빅토르 안은 사진작가가 되기 전에 철공기술자, 라디오기사, 영사기사 등 다양한 일에 종사했다. 그는 1978년 <레닌기치> 기자로 입사하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고려인의 역사, 고려인의 모습’을 주제로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지역 고려인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작품설명을 하는 중에 이건욱 박사는 “빅토르 안이 오전에 특별전을 미리 보면서 ‘사진에는 두 종류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아트 사진. 그런데 다큐멘터리 사진은 지내고 보니까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작품 설명하는 이건욱 박사(왼쪽)와 빅토르 안 작가

빅토르 안 작가를 민속박물관에 소개한 <미디어 사람> 채널 협동조합의 채예진 이사장이 제공한 영상 다큐멘터리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시 작품 사이에 빅토르 안의 설명이 담겨 있다. “옛날에 고려인들은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부끄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는 친구들과 하늘 아래 우리들의 권리와 자리를 주먹으로 쟁취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빅토르 안의 설명을 보면서 한국에서 삶터를 만들고 있는 고려인동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재외동포법이 제정되었지만, 코리아(Korea)에서 고려인은 코리안(Korean)이 아니었다.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재외동포’가 되었으나, 고려인은 ‘귀환’ 동포임에도 여전히 ‘이방인’이다. 아니 한국어를 상실했기에,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고 들어오는 ‘외국인근로자’보다 한국살이가 더 힘든 처지다. 전국의 고려인마을에 사는 고려인동포가 곧 1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쟁 난민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고려인도 벌써 1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이다.

중앙아시아 콜호즈(집단농장) 시절 ‘고려인 사진’은 고려인동포에게 향수와 함께 지친 한국살이에 새 힘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때로는 휴일도 없이 일하는 고려인동포가 전시회를 보려고 서울에 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고려인 사진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하고, 재외동포재단 및 고려인마을이 소재한 지방정부가 판넬을 제작해 고려인마을마다 전시하길 제안한다. 이는 한국사회의 고려인 이해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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