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의 작은 학교들

월곡동 갓플리징교회와 전득안 목사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후, 3월 13일부터 생사를 건 위험 속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동포들이 ‘난민’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6월까지 광주 고려인마을(대표 신조야)의 모금으로 항공료를 지원받아 입국한 고려인동포가 450명이 넘었다는 것이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의 발표다.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인종합지원센터는 갑작스레 낯선 환경에 직면한 고려인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문화센터와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등을 통해 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 인근 초·중·고교 입학과 진학도 돕고 있다.

광주 월곡동 지혜학교 안내문

그런데 월곡동에는 ‘고려인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고려인마을 외에도 고려인과 이주민 청소년을 위한 지혜학교를 운영하는 이주민종합지원센터(센터장 전득안 목사)도 있다. 지난 5월 6일 광주 월곡동 NK비전센터에서 가진 재외한인학회 행사(제2회 찾아가는 ‘재한동포’ 간담회)에서 ‘광주시 고려인 4세의 한국어교육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이주민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이자 갓플리징교회 전득안 목사를 만났다. 발표회 후 교회를 방문했다.

갓플리징교회는 2014년 10월 다문화이주민선교를 위해서 시작된 교회였다. 처음 4년 정도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노동자들과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병원에 가는 일, 출입국관리소에 가는 일 등 자잘한 일상적인 어려움을 도와주었다. 그러다가 5년째쯤 되면서 고려인동포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코로나 전에는 100여명이 되었다. 2019년 6월 이주민종합지원센터 간판을 걸었고, 12월 (사)세움과나눔으로 등록했다. 교회 안에 있는 신자들만 돕지 말고 마을 전체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돕자는 취지였다.

현재 갓플리징교회에서 운영하는 이주민종합지원센터는 고려인과 이주민 청소년을 위한 지혜학교(방과 후 공부방)를 운영하고 있다. 60여명의 아이가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고, 두 분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부방 외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 댄스, 연극, 독서, 토론, 리더십 수업과 역사와 한문 수업도 하고 있다. 부모님들을 위해서도 일년에 다섯 차례 전문 강사를 섭외해서 저녁 시간에 두세 시간 자녀 양육법, 부부관계 세미나 등을 실시하는 ‘마을학교’다. 또 매월 네번 정도 일요일 오후에 치과, 이비인후과, 내과, 재활의학과 등으로 나누어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를 병원으로 모시고 가고 통역하고 하는 일들이 많은데, 교회 신자 여부와 관계없이 도움을 주고 있다.

학교 재직 시절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여러 번 찾았고, 요즘도 매일 고려인마을/고려인교회 이천영 목사가 보내는 나눔뉴스(최근에는 고려방송)를 통해 광주 고려인마을 소식을 듣고 있다.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은 이미 전국 고려인마을의 모범이 되었는데, 이주민종합지원센터/갓플리징교회도 작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숲속작은도서관 <사진: 임양희>

사실, 5월 6일 재외한인학회 간담회가 열린 월곡동 산정공원 앞 NK비전센터(New Korea Vision Center)에 도착했을 때, 1층에 전에 보지 못한 숲속작은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NK센터는 탈북민을 위한 NGO로 알고 있었는데, 1층에 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도서관이라고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학습 및 놀이 공간처럼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동화 교사인 임양희 관장과 아이들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놀고 있다. 궁금해서 들어왔다고 하니 임양희 숲속작은도서관 관장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사)뉴코리아비젼센터는 북한이탈주민, 고려인, 이주민과 지역민이 함께 새로운 코리아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이며, 숲속작은도서관은 비전센터의 교육공간으로 2021년 9월 문을 열었단다. 동네의 한국인, 고려인, 또 다른 나라 출신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에 모여서 어울리고 있다. 아이들이 예쁜 꽃이나 러시아 빵을 가져와서 나눌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랐다고 한다. 숲속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마을학교’다.

이미 2017년 1월,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 다문화가정 아동들을 위한 특별한 지역아동센터인 바람개비꿈터공립지역아동센터가 설립되었다. 국내 최초 공립형다문화지역아동센터로 고려인 어린이들의 한글 익히기와 사회질서 교육, 방과 후 돌봄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근 4개 초등학교에 고려인 아동만 550여명이다. 이주민종합지원센터 지혜학교처럼 숲속작은도서관도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의 마을학교로 합력하여 선을 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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