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화예술 횃불 ‘고려극장’ 창립 90돌 기획전
내년 2월말까지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에서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광주광역시 월곡동 고려인마을은 스스로 ‘역사마을 1번지’라고 한다. 경기 안산시 선부동 등 전국에 10곳 넘는 고려인마을이 있는데, 대단한 자부심이다. 아마 2021년 5월에 문을 연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때문이 아닐까?
월곡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은 1992년 28세 나이로 카자흐스탄에 들어가 25년간 한글학교 교사와 <고려일보>(전 <레닌기치>) 기자로 일했던 김병학이 2016년 귀국할 때 가져온 1만2천점의 고려인 유물을 기초로 설립된 고려인 전문 전시관이다.
지난 5월 6일 2022년 제2회 재외한인학회의 ‘찾아가는 재한동포 간담회’ 행사에 참석하기 앞서 먼저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둘러보면서 월곡고려인문화관을 찾았다. 광주한글학교 개교 30주년 기획전(2021.12.20.~2022.04.30.)이 막 끝난 상태였다.
5월 20일부터 월곡고려인문화관이 다시 ‘고려인 문화예술의 찬란한 횃불 고려극장 창립90주년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월곡고려인문화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극장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증명서, 사진, 배우들의 육필원고, 희곡작품, 신문, 서적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김병학 관장은 “이번 기획전을 통해 디아스포라 고려인이 이국땅에서 근 한 세기 동안 쌓아 올린 민족문화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고려극장은 소련 시기인 1932년 9월 9일 ‘원동변강고려극장’(조선극장)으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창립되었다. 조선극장은 1937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 ‘크즐오르다 주립음악희극조선극장(고려극장)’으로 재조직되었다가, 1968년에는 카자흐스탄 수도인 알마티로 옮겨오면서 카자흐공화국 국립음악희극 고려극장이 되었다. 1950~80년대를 거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고려극장은 중앙아시아 고려인사회(집단농장)마다 크고 작은 소인예술단이 조직되고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한편 지난 5월 6일 재외한인학회 간담회,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피난민 증언’ 세션에 고려인동포인 김다리야(63세, 오뎃싸쪽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의 공격을 막고 있는 ‘미콜라이우’ 출신)와 이마리아(34세, 앞서 러시아에 점령당한 ‘헤르손’ 출신)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나면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사회는 1995년부터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고려인문화예술축제 코레야다(КОРЕЯДА)를 개최해왔다. 지역마다 고려인 아마추어예술단이 활동하고 있는데, 하루속히 평화가 찾아와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고려인문화예술축제를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더불어 상생하는 월곡 고려인마을’ 사업으로 국토교통부 주관 ‘2019년 하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월곡동의 경관도 달라질 예정이다.
그런데, 사업 명칭에 ‘고려인마을’이 들어가 있다. 러시아문화 전공자로 도시연구를 수행해온 단국대 러시아학 전공 함영준 교수는 “문화예술단체가 자생하고 활동해야 도시재생이 가능하고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점에서 광주 고려인마을은 전망이 밝다.
월곡동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2016), 고려인청소년오케스트라 ‘아리랑’과 고려인청소년아리랑가무단(2018)에 이어 2017년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기념해 구성된 고려인마을극단이 마침내 2021년 1월 호남대학교 최영화 교수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고 광주고려인마을극단으로 정식 창단되었다. 광주고려인마을극단은 2021년 10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이주 스토리텔링 공연 ‘나는 고려인이다’를 성황리에 마쳤다.
앞으로 마을 내 공연장을 마련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나는 고려인이다’와 ‘나의 고향 연해주, 타슈켄트, 광주’, 연극 ‘홍범도’ 등의 상설공연도 꿈꾸고 있다.
현재 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 외에 전국의 고려인마을 중에서 자체 문화예술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곳은 안산과 인천 고려인마을 정도다. 안산 고려인마을에는 안산고려인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인천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 지원단체인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과 디아스포라연구소 외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려인주민회가 결성되었다. 그 외 김해와 경주, 화성과 광주(곤지암), 평택과 안성, 당진과 천안과 청주 등 전국의 고려인마을에도 한국인 지원단체가 있어 전시회는 개최할 수 있다.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의 고려극장 90주년기념 전시회가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의 협력 아래 다른 전국의 고려인마을에서도 <포스터> 형태로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귀환’ 고려인동포사회에 자긍심을 주고, 지역사회의 고려인동포 이해에도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터 제작비용은 재외동포재단이 지원해줄 수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