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신부동에 ‘고려인센터’가 필요한 까닭

천안 신부동의 고려인 식품점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필자는 지난 4월 28일 단국대 러시아학 전공에서 ‘재외동포 이해교육’으로 “고려인동포의 귀환과 고려인마을: 경기남부·충청북부” 강의를 마친 후, 단국대 학생과 함께 천안 신부동 고려인마을을 찾았다. 2019년 10월 방문했으니 1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고려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 1곳에서 3곳으로, 식당이 2곳(1곳은 우즈벡 식당)에서 3곳으로 늘었고, 정육점과 꽃집도 각 1곳이 생겼다. 신부동이 천안의 중심거리에서 가까워 임대료가 비싼 곳임을 고려할 때에 고려인의 상권이 커졌으며, 정육점도 식품점이므로 신부동에 거주 고려인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꽃집이 생겼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별히 꽃을 사랑하고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러시아문화가 천안 고려인사회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천안 신부동의 고려인사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4년 1월이다.

2014년 1월 고려인협동조합 창립총회 장면 <사진 충남시사신문>

천안시 신부동 천안외국인교회 내 휴먼터치센터(센터장 석정림)는 고려인들의 유일한 ‘사랑방’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새벽녘 터미널부근을 서성이는 고려인들 (…) 이들을 한 명 두 명 보듬어 안아주다 보니 어느덧 외국인교회는 이들에게 ‘양산박’이 돼버렸다. 2014년 1월 26일 오후 1시에 시작된 고려인협동조합 총회에는 조합원으로 가입한 고려인 125명이 대부분 참석했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양승조(민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과 김미경·황천순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했다. 또한 이광형 천안시청 다문화가족팀장도 얼굴을 보였다.

2014년 1월 28일자 <충남시사신문>에 실린 ‘고려인들, 천안에 이렇게 많았나?’ 기사의 일부이다. 2014년이면,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과 광주광역시 월곡동 등 공단 배후지에 고려인동포 집거지가 나타났을 때였다. 천안종합터미널 등 천안의 중심거리가 가까운 신부동에 고려인 집거지가 생긴 것은 주변의 단국대, 호서대, 상명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저렴한 원룸주거단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천안 지역의 정치인들까지 참여하고 축하해준 천안 고려인협동조합은 아쉽게도 창립 1년 후인 2015년 해체되었다. 대신에 천안외국인교회에서 분리, 독립한 천안고려인교회가 천안 고려인사회의 중심이 되었다.

2016년 12월 천안고려인교회 성탄절 <사진 국민일보>

천안 지역 내 고려인 집합소가 된 천안러시아교회는 천안외국인교회와 휴먼터치센터에서 출발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이강헌(64) 목사는 고려인들이 늘어나자 2015년 10월 현재 러시아교회 담임인 이게라심(56) 목사를 초빙했다. 이 목사 부임 후 천안외국인교회는 러시아공동체를 독립교회로 분리시켰다. 예배를 드리는 공간은 같지만, 시간을 달리하고 순차적으로 재정도 자립시켰다. 1년여 만에 성도 수는 30여 명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위는 2017년 6월 6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이주민 선교 성공의 키, 현지인 목회자 세워라」 기사 중의 일부이다. 현재 천안러시아교회는 신부동 휴먼터치센터에서 천안역 가까운 성황동(천안천7길)으로 옮겼다. 고려인 교인도 200여 명으로 늘어났고 매주 7차례 집회도 한다. 지난 4월 28일 목요일 저녁 최 세르게이 집사의 안내로 교회를 찾아갔을 때도 막 집회가 끝난 직후였다.

예배당 안에서 이게라심 목사(중앙)와 강우석 단국대 학생(좌), 최 세르게이 집사(우)

천안러시아교회, 예수사랑교회를 인도하는 이게라심 목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최대의 고려인집거지인 크림반도 장코이 출신이다. 그는 오뎃싸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자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필자는 2001년 여름 키예프(키이우)를 거쳐 크림반도 심페로폴과 장코이, 또 현재 전쟁 중인 헤르손과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를 다녀왔다. 자연스럽게 천안에도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전쟁 난민이 들어왔는지 물었다. 중부의 크리비리흐(Кривий Ріг)에서 탈출해온 고려인 가족이 있다고 했다. 물론 고려인교회가 돌봐주고 있다.

충남북부인 천안, 아산, 당진과 청주, 진천(충북), 그리고 경기남부인 평택, 안성, 화성 등에 각기 수천 명의 고려인동포가 집거지를 이루고 있다. 이들 도시 가운데 단지 화성에만 외국인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고려인집거지에서 귀환하는 고려인동포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시정부가 협력해 운영하는 고려인지원센터(문화센터)는 경기도 안산시,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 세 곳이다. 그 외 경북 경주시와 경남 김해시, 경기도 화성시 등은 사실상 민간단체가 고려인사회를 돕고 있다.

교통의 요지인 천안 신부동에 고려인지원센터가 설립된다면, 천안뿐만 아니라 아산과 청주, 평택과 안성 지역까지 고려인 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천안종합터미널은 과거 ‘천안삼거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신부동 고려인마을이 바로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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