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고려인마을 로뎀나무학교 27일 ‘2021 송년 한글놀이 한마당’

안성 로뎀나무학교 ‘2021 고려인의 밤 한국어로 잇는 놀이 한마당’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오는 27일 오후 6시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2021 고려인의 밤 한국어로 잇는 놀이 한마당’은 한국에 정착하는 고려인동포 사회에 큰 힘이 될 뜻깊은 잔치로 전망된다. 특별히 한국학교에 갈 수 없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한국살이에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따라 중도입국한 고려인 청소년들이 갈 곳 없어 방황할 때 ‘쉬면서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2019년 8월 안성시 공도읍에서 청소년목회를 하던 소학섭 목사가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학교는 겨우 만 2년이 지난 상태이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로뎀나무학교는 정규 한국학교 공부를 보충하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다문화대안학교인 새날학교와 다르다. 학생도 고등학교 연령인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다.

러시아 학제로 수업을 하는 경기도 안산시(선부동)의 노아네러시아학원에도 들어갈 수도 없는 청소년들이다.

현장수업에 참석한 고려인 학생들 <사진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제공>

로뎀나무학교의 교과목은 특별하다. 당장 한국살이에 필요한 한국어공부가 중심이다. 오전 시간은 등급별로 한국어수업에 집중한다. 오후 시간은 사회에 나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미싱, 가구디자인,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기술교육을 배우고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학생이 주체인 학교다. 학생회 자치회도 구성되었다. 정규수업 외에 K-POP, 수공예, 밴드 등 다양한 동아리활동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근의 안성, 평택 외에 멀리 인천에서도 오고 있다. 숙소는 소학섭 이사장이 마련한 인근의 아파트를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등교도 소학섭 이사장이 자비로 구입, 직접 운전하는 25인승 미니버스를 이용한다.

학비는 없다. 단지 학기마다 5만원의 교재비는 받는다. 주5일 수업이지만, 매 수업의 시작이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이다. 목요일까지 수업을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을 고려해 금요일과 토요일에 아르바이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학교운영은 독지가들 후원으로 시작했다. 이제 첫걸음을 디뎠는데, 2021학년에 겹경사를 맞았다. 경기도교육청 주관 ‘학교 밖 청소년 교육사업’에 선정되어 전문가를 초청해 기술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고려인 안성 로뎀나무학교 수업장면 <사진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제공>

또 경기도가 주관하는 ‘고려인동포 정착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다. 학생들은 더 많은 한국어 수업과 폭넓은 교외 활동을 지원받게 되었다. 지난 6월에는 인근 대덕면 내리 고려인마을 다문화 축제에 참여해 K-POP 공연도 펼쳤다.

토요일인 27일 열리는 ‘2021 고려인의 밤 한국어로 잇는 놀이 한마당’ 행사 또한 경기도 지원사업의 성과 발표회를 겸하고 있다. 지난 한글날에도 비슷한 행사를 가진 바 있는데, 문화를 통한 한국어 학습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합창과 중창, 독창도 기대가 되지만, 한국의 전통놀이를 소개하는 한국어 발표와 ‘흥부와 놀부’ 연극 공연 또한 많은 준비를 했다. 러시아 연해주 시기부터 스탈린 정권의 폭압으로 강제로 이주한 중앙아시아에서도 고려인사회의 문화예술 사랑은 남달랐다. 한민족의 문화전통을 이어왔다.

조상의 나라 한국으로 귀환한 고려인동포도 문화예술 사랑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힘든 한국살이를 시작하는 고려인동포, 특히 청소년들이 남사당놀이로 한국의 대표 전통놀이를 지켜온 ‘문화예술의 도시 안성’에서 나래를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성의 문화예술인들도 초대공연으로 참여하는데, 로뎀나무학교 고려인 청소년들을 성원하고 있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로뎀나무학교의 총 입학생은 42명이다. 3월에 입학한 학생이 24명, 나머지는 9월에 입학했다. 이 중에 코로나19 위험으로 3명이 자진 휴학했고, 1명은 출신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다시 온다는 마음으로 잠시 학교를 떠났다. 현재 38명이 수업하고 있다. 모두 로뎀나무학교를 만난 것에, ‘지역주민’으로 받아주고 있는 안성시에 감사하고 있다.

1970년 2월 졸업한 용산고 제21회 3학년 2반 출신들이 회원인 삼이회. 아랫줄 왼쪽부터 소학섭 이사장, 이관배 스테파노 신부, 김철수 은사님 내외, 밑줄 송재욱, 김종부, 공수영, 백종한, 임영상, 양철배씨

지난봄 용산고등학교 출신 삼이회 회원들과 함께, 안성 대덕면에 사시는 김철수 은사님도 찾아뵙고 동기동창인 금광면 던지실성당 이관배 주임신부님도 만날 겸해서 안성에 갔다. 로뎀나무학교도 찾았다. 대부분 현업에서 물러난 칠십 인생들이나, 로뎀나무학교가 고려인 청소년의 한국살이에 큰 힘이 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가자고 했는데. 코로나가 방해했다. 2022년 새봄을 기약하고 있다.

로뎀나무대안학교는 장차 고려인 청소년들을 위해 학력이 인정되는 제도권 기관으로 나아가려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다. 한국어 실력과 디지털 기술 등을 익혀 전국의 고려인마을과 안성과 평택, 천안과 아산 등 지역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일꾼도 양성하고 싶다. 선배가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재능기부가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들어오고자 하는 고려인 청소년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교회를 개조해서 만든 학교가 아닌 학교다운 학교도 지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 공모사업도 계속하면서 선한 이웃(한국인뿐만 아니라 고려인)과 합력(合力)하여 선(善)을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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