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로뎀나무대안학교④] ‘2022 고려인청소년의 밤’ 대성황

고려인 청소년의 밤 행사를 마치고 모든 참석자와 함께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사)청소년미래연구 부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경기도 고려인동포 정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6일 2시부터 한바탕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한국어가 미숙한 귀환 고려인동포 자녀들을 위한 전문 대안학교로 매년 대학 입학과 사회 진출을 위한 성과를 내는 고려인청소년 대안학교다. 광주광역시 새날학교와 다른 점은 전원이 고려인 학생이고 학교 인근의 아파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학생들이 오고 있다.

이번 고려인 청소년의 밤 행사는 200명 넘는 학부모와 내빈들이 방문하여 고려인 청소년 70여명이 그동안 배워 온 한국어 실력을 보여 준 학예발표회였다. 올해 3회를 맞은 학예발표회는 1부, 2부로 나눠 시종 뜨거운 반응 속에 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1부는 학교의 야외무대에서 70여 학생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 교실을 증축하고자 소학섭 교장과 선생님, 전교생들이 발 벗고 나서 먹거리 장터 모금을 했다. 이에 닭꼬치, 햄버거, 닭강정, 솜사탕 등을 학생이 직접 준비하여 학예회에 방문한 이들에게 판매하였고, 이런 마음에 공감이라도 한 듯 방문자들은 선뜻 학교를 위해 기부하는 행렬이 이어지며 따뜻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본격적인 2부 순서로 사단법인 청소년미래연구 소학섭 이사장의 개회사가 있었다. 소학섭 이사장은 “오늘 오신 많은 학부모님과 내빈 모두를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벅찬 감격을 전하였다. 이어서 2020년부터 물심양면으로 고려인 청소년을 돕는 합정종합사회복지관 이재오 관장은 “안성, 평택 지역의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 고려인 청소년 여러분들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도와주겠다”고 축사를 하였다.

이어 필자는 격려사를 통해 “오늘 여러분을 만나서 너무 기쁘다. 꼭 오고 싶었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고려인동포의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내년에는 좀 더 큰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하기 바란다”고 했다.

대한고려인협회 채예진 부회장은 “작년에 왔을 때보다 행사 규모가 커져서 놀랐다. 날이 갈수록 성장해나가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를 보니 너무 기쁘다. 오늘 열심히 공연을 준비한 학생들의 무대가 기다려진다”고 격려사를 마쳤다.

왼쪽부터 소학섭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이사장, 이재오 함정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채예진 대한고려인협회 부회장

2부 첫 번째 순서는 현재 학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공부하고 있는 고급반 학생들의 ‘로뎀뉴스’였다. 이들은 2022년도 학교 주요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발표했으며 한국어 기초(초급1반)의 귀여운 율동과 노래인 ‘아기상어와 바나나차차’로, 초급2반의 ‘빨간모자’ 동화구연으로, 중급반은 한국어로 가사를 개사한 ‘도레미송’으로 뮤지컬 무대를 연출했다. 고급반 학생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한국 단편 영화에 한국어 더빙을, 다른 한 팀은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 연극으로 한국어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한국어교사들의 러시아노래 공연 (왼쪽부터 주선정, 박소영, 기타반주 데니스 고려인 학생, 김향심, 오필준)

또한, 로뎀나무학교의 한국어 선생님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러시아노래인 빅토르 최의 ‘빠치카 시가렛’ 노래를 선보였다. 재학생과 많은 관객이 같이 불러주어 더욱 뜻깊은 무대였다.

축하공연으로는 중앙대학교 전통 예술학부의 판소리, 가야금 병창, 해금 연주가 선보이며 우리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었다. 이는 특히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자아내는 데 의의가 있었다.

CCM가수 반애린씨의 이문세의 ‘사랑 그렇게 보내네’와 ‘내 길 더 잘 아시니’ 등 아름다운 노래가 200여 관객들과 만추 밤을 수놓았다. 그리고 라틴댄스로 축하공연을 해준 배솔지 선생님과 마지막 초대공연으로 김건형님의 색소폰 연주가 있었다. 색소폰 연주는 많은 사람의 환호 속에서 시작돼, 준비한 3곡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음색이 대단했다.

발표회에 색다른 이벤트가 있었는데 교실 만들기를 위한 기부자들에게 행운권 추첨을 하여 관객들에게 색다른 행운의 기쁨과 여러 상품을 전달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마지막 순서로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전교생이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합창하며, 우리는 아직 애벌레처럼 여리고 작지만 언젠가 날개를 활짝 펴고 멋지고 예쁜 나비가 되리라는 소망의 마음을 부모와 관객들에게 전하였다.

바로 이어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하여 관객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했다. 모든 관객은 기립해 힘찬 박수로 호응했다. 

참여 학생 전체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합창

발표회를 마치며 소감을 전한 학생 대표 마유리군은 “이번 발표회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준비하면서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주변의 응원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회의 러시아노래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오필준 선생님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할아버지의 나라로 부품 꿈을 가지고 온 고려인 청소년은 한국 생활에서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겪게 된다. 한국사회가 이들을 품어야 할 이웃이 아닌 외국인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너희들을 한국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에서 응원하고 싶어 어려운 러시아어 노래를 열심히 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좋아해서 고맙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소학섭 교장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고려인 청소년의 한국 정착은 한국어에 달려있다. 경기도의 꾸준한 한국어 지원으로 해마다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 체험과 고려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할 때다. 그래서 이번에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지역사회의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 보도제작과(팀장 김나연) 학생들과 함께 코린(러시아어로 뿌리라는 뜻) 영화를 제작 중이며 다음 달 12월 23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사단법인 청소년미래연구 부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고려인 중도입국 청소년이 한국사회에 안정된 조기정착과 진로와 취업을 위해 로드맵을 준비하는 대안교육기관으로 경기도교육청 교육인가인 다문화위탁 대안교육기관이며 권역별 예비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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