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내리 고려인마을 돌봄센터, 4일 어린이날 행사

어린이날 행사 포스터

2021년 7월 안성시 인구가 20만 명을 넘었다. 한국인은 아직 19만 명이 채 안 되지만, 외국인 주민이 1만 명을 넘어서이다. 그런데 대덕면에 26%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중앙대학교 후문 근처 원룸촌인 내리 ‘대학인마을’에 집거하고 있다. 이미 대학생은 많이 떠나고 그 자리를 주변의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동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4-15년 이후부터 고려인동포는 이미 ‘귀환’ 동포로 가족을 동반해 들어오고 있는데, 내리 광덕초등학교도 195명 학생 중에 고려인 학생이 100명을 넘어섰다. 그래서 이제 ‘대학인마을’은 ‘대학인·고려인마을’로 바꾸어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내리마을회관, 내리경로당 2층에 들어선 돌봄센터

지난주 단국대 러시아학 전공 학생들과 내리 고려인마을 현장탐방수업을 가졌다. 대덕면 행복마을관리소 이용준 사무원의 안내로 먼저,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안성시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을 찾았다. 다함께돌봄센터는 방과후 초등돌봄으로 내리마을 광덕초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어가 부족한 광덕초등학교 ‘이주 배경’(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교실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내리 마을주민과 어르신들이 마을회관/경로당 2층 유휴공간을 내어주고, 안성시가 리모델링해 학습실, 활동실, 상담 및 사무실, 화장실을 갖추었다. ㈔한국청소년복지문화원 안성지부가 수탁·운영하고 있다. 내리 마을 고려인 학생을 포함한 초등아동들 20명을 대상으로 학습지도, 미술, 신체 활동, 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돌봄센터를 찾은 단국대 학생들(양쪽 끝) 

돌봄센터 박진숙 센터장은 “(고려인)아이들이 특히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윷놀이도 가르쳤더니 좋아했다. 겨울방학에는 아이들 운동을 시키기 위해 탁구대를 갖다 놓기도 했는데, 3월 개학이 되면서 다돌만화방으로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아직 책이 많지 않은데, 대부분 한국어 동화책과 만화책이다. 대부분의 이용 아동이 고려인 학생들이니 러시아어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2020년 8월에 개관한 인천광역시 연수동 함박비류도서관은 러시아어 동화책 등 함박마을의 고려인 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러시아어책을 다수 비치했다. 4년 전 학교를 떠날 때 책 정리를 하면서 어린이용 러시아역사책 등을 안산시 선부동 노아네러시아학원에 기증했는데, 러시아 전공 연구자들이 소장하고 있는 ‘아동용 책’을 기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2월, 지역기업인 ㈜지산그룹의 후원으로 성탄절에 산타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한국 어린이라면 “가짜다!”라고 했겠지만, 고려인 아동들은 진짜 산타가 왔다고 좋아했다. 산타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돌봄센터가 2022년 안성시 어린이날 행사 운영 공모로 선정된 “탑승하라! 내리마을 2호!” 어린이날 행사도 물론 처음이다. 5월 4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다. 이날 아이들은 딱지치기, 제기차기, 공기놀이, 달고나게임, 투호 등 5개 미션을 수행하는데, 한국의 놀이를 모르는 고려인 아이들에게 즐거운 첫 번째 체험의 시간이 될 것이다. 박진숙 센터장은 단국대 러시아학 전공 학생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제 교육의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마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안정 및 건강한 신체, 인지, 사회성 발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안성시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은 한국어교육부터 시켜야 하는 ‘귀환’ 고려인동포 아동을 위한 ‘마을학교’인 셈이다.

행복마을관리소 마을지킴이와 단국대 학생들

안성시는 2020년부터 경기도 사업인 대덕면 행복마을사업을 아예 내리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시민동아리 사업인 ‘언어교환교실’ 프로그램으로 고려인에게 한글교실도 열었다. 2020년 11월 7일에는 내리 대학인마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마을축제(러시아의 날)를 개최했다. 이날 김보라 안성시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내리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작은 천사들의 귀여운 모습, 미소가 언제나 이어지길 바란다”고 격려했으며, 최승린 대덕면장은 “대덕 행복마을이 거주민들과 소통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내리 거주민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며, 이들도 안성시민이다. 내리를 안성의 ‘이태원’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사실 대덕 행복마을관리소는 2020년부터 내리 마을학교 기능을 수행해왔다. 2022년 사업에서도 다문화가정 아동미술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안성시는 2021년 사업으로 다문화지원센터를 유치했다. 2022년 8월에 센터 건물이 내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다문화지원센터 또한 행복마을, 다함께돌봄센터와 함께 공교육기관인 광덕초등학교와의 협력 속에 마을교육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기대가 크다. 다만, 광덕초등학교에 러시아어·한국어 이중언어 강사가 있듯이, 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 돌봄센터 선생님, 다문화지원센터 직원 중에 러시아어 전공자도 채용되었으면 좋겠다. 고려인주민 및 아동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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