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고려인마을②] 동포지원 단체,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를 롤모델 삼길

동포지원센터는 연구소 건물 지하에 ‘고려인 전시실’ 꾸며 역사·문화체험관과 교육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해시 동상동 김해중학교 맞은편에 있는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안윤지 소장을 처음 만난 것이 2019년 10월이다. 2021년 봄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아시아발전재단, 2021) 책을 내면서, 또 그 이후에는 법무부 지원사업과 관련 몇 차례 전화와 문자로 대화를 나누다가 2022년 5월 만났으니 2년 7개월 만이다.

그동안 연구소가 건물 2, 3층을 사용했는데, 연구소 건물이 들어서자 지하 동포지원센터 세움 간판과 함께 ‘역사·문화체험관, 교육관, 상담관, 취업관’ 안내가 보인다. 필자가 제공한 고려인 자료가 궁금해 먼저 지하로 내려갔다.

고려인의 발자취 전시 사진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뿐만 아니라 동포지원센터도 경남도에 등록된 단체인데,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지하 동포지원센터 벽면에 ‘고려인의 발자취’ 주제로 고려인동포를 알리는 사진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고려인에 대한 간단한 정의, 고려인의 이주사와 고려인이 사는 중앙아시아, 그리고 1911년부터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아무르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고려인이 세운 신한촌(新韓村) 전경과 2004년 한국외대 연구팀이 3D로 복원한 신한촌 모습, 1999년 8월 15일 (사)해외한민족연구소가 세운 신한촌 기념비와 2004년 고려인 이주 140년을 맞아 ‘발해의 꿈’을 부른 가수 서태지가 헌정한 최초의 고려인마을 지신허 기념비 사진 등이다.

연구소를 방문하는 지역주민과 외부 손님들에게, 또 연구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고려인동포에게 고려인과 고려인 역사를 이해시키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그런데 아쉽다. 신한촌기념비와 지신허기념비 사진은 세로로 찍은 것인데, 전시공간 때문에 가로로 편집되어 사진이 왜곡되었다.

고려인 자녀들의 한국생활 사진

‘고려인 자녀들의 한국생활’ 주제로 전시된 사진들은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도입국 고려인 아동·청소년 수업 장면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 탐방 모습이다. 초기에는 조상의 나라 한국으로 ‘귀환하는’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고려인 자녀 중에는 미처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학적(學籍) 증빙자료를 챙기지 못하고 온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안윤지 소장은 고려인 학생의 학적을 만들기 위해 중앙아시아 현지와 연락하는 등 많은 수고를 해왔다. 지금은 다행히 교육청에서 학력심의위원회가 만들어져 무학적 학생도 편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중도입국 학생의 나이 등을 고려해 학년을 정하고 중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고려인 자녀들의 한국생활 사진을 보면서,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가 경남 지역의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마을학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해 무계동 행복마을학교 개관식 테이프커팅 장면 <사진 연합뉴스>


안윤지 소장, 경남도 세계인의날 행안부 장관 표창 받아

2022년 5월 2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남도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안윤지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소장이 행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해 지역 외국인주민이 보다 신속하게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실 및 각종 사업을 활발히 운영해 가족관계, 근로계약 등의 각종 고충 상담을 지속해서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안윤지 소장은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사업(레인보우스쿨)과 김해교육지원청, 김해시청과 함께 입국 초기 중도입국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 및 진로상담 후 제도권으로 편입학을 연계해주는 언어연수 프로그램(랭귀지 코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편입학한 이주배경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따라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방과 후, 주말, 방학기간에 공교육 제도권 밖의 틈새 보충교육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한국사회 이해교육, 진로상담(학부모 포함), 영·수, 특기적성 교육 등을 실천함으로써 이들의 한국사회 조기 적응을 돕고 있다.

안윤지 소장의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는 다문화연구소이자 이주배경 다문화청소년 지원센터가 되었다. 그동안 동반가족(F1) 비자로 들어온 고려인 자녀는 체류기간을 1년마다 연장해야 했으나, 2022년 1월부터 부모의 체류자격·기간과 상관없이 재외동포(F4) 자격으로 변경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고, 이후 국내에서 취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래 안윤지 소장은 김해의 모 중소기업(전자제품)에 고려인동포를 소개해 현재 10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고려인에 대한 좋은 반응이 나오자, 안 소장은 아예 고려인동포(30명)로 한 조립공정(라인)을 맡기는 방안도 제안할 예정이다. 바로 그 기업에서 고려인동포 교육에 써달라고 빔프로젝트와 컴퓨터 등 교육기자재를 기증했다.

지역의 기업이 외국인주민의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보면서 김해의 행복마을학교 사업이 김해의 새로운 이웃, 중도입국 이주민자녀의 교육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9년 2월부터 김해교육지원청은 “온 마을이 학교다”라는 목표로 김해행복마을학교(2019년 2월), 장유행복마을학교(2019년 4월)에 이어 무계행복마을학교(2022년 5월)를 개관하고 학교와 지역이 함께 하는 김해교육공동체 구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 1학기 학생중심 마을학교 운영(김해·장유·무계 행복마을학교 330명 28강좌) 등이 나와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마을학교 강사진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 학생이 수혜자로 보인다. 같은 ‘마을학교’를 지향하고 있지만, 2021년 8월 인천 선학중학교 내에 민(지역주민)·관(인천교육청과 연수구)·학(선학중학교) 협력을 바탕으로 건립된 교육문화공간 ‘마을엔’은 지역의 외국인주민에 더 다가가고 있다.

연수구의 외국인주민을 위한 ‘한국어마을학당’과 ‘이중언어주말학교(러시아어-한국어)’ 등이다. 이런 점에서 김해시 동상·서상동 고려인마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김해여자중학교 등에 4번째의 행복마을학교가 들어선다면,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와 협력할 수 있는 김해의 특별한 마을학교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마을엔 강좌 안내 <사진 박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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