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고려인마을④] ‘한국속의 아시아’ 김해, 동포역사문화관 개관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전국의 중국동포타운과 고려인마을을 탐방할 때마다 아쉬웠다.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가 누구인지? 왜, 한반도를 떠났다가 귀환(歸還)하는지? 대체 해외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동포들이 모여 사는 곳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은 전시 자료/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물론 경기도 안산시와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운영을 지원하는 안산 고려인역사관(2016년)과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2021년)은 예외다. 어쨌든 80만 중국동포와 10만 고려인동포가 함께 사는데, 너무 우리가 동포들을 잘 모르고 있다. 아니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기도 했다.
지난 3월 31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 부설 동포지원센터에 고려인, 사할린한인, 조선족 동포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동포역사·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안윤지 소장의 요청으로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 김병학 관장이 소중한 역사 사진을 제공했다. 필자도 고려인과 조선족의 역사·문화를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또 지도와 사진 자료도 제공했다. 중국동포(리광평)와 고려인동포(채예진)도 사진 자료를 제공했고, 조선족의 역사·문화관 한어(漢語) 번역은 전북이주민통합센터 김지영 대표가 수고했다.
개막행사로 김정호 국회의원과 정희정 부산출입국외국인청 부청장, 임주택 김해시 복지국장의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필자(‘귀환’ 동포사회의 현황과 과제)와 김병학 관장(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의 자료와 의의)의 짧은 특강 후에, 동포지원센터는 동광초등학교, 푸른숲 법률사무소, 화이트치과, 그리고 김해시가 설립한 가야글로벌센터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제 김해 동포지원센터는 경남이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거주 동포와 연구자·학생들이 방문할 수 있는 명소(名所)가 될 것이다.
필자는 장성우 경주 고려인마을협동조합 이사장, 대구에서 일하는 박경진 행정사와 김해 동포지원센터 개막행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장성우 이사장은 2021년 가을에 이미 카페 ‘고려인이랑’ 내부에 (사)너머와 한국외대가 제공한 고려인 역사문화 자료를 전시한 바 있다. (<아시아엔> 2022-12-20 「[경주 고려인마을③]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 글을 읽는다면…」) 김해 동포지원센터 전시관을 함께 살펴보자고 했다.
우리는 오후 1시 조금 지나 동포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전시관을 둘러본 후, 개막식 행사까지 40여 분의 시간이 있었다. 필자는 서둘러 동상시장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보도를 통해 확인했지만, 80개 이상의 나라 출신 이주민이 모여 사는 김해시가 설립한 외국인주민 정착 및 화합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 공간인 가야글로벌센터가 궁금했다. 동상동 다어울림센터 6층에 올라갔다.
교육, 상담, 체육·문화행사, 취업, 지역연계 센터를 알리는 홍보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개소 1주년이 안 되어 한국어교육 외에 다른 사업은 준비 중인 듯했다. 앞으로 외국인주민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어떤 사업과 활동이 있을지 기대된다.
‘한국 속의 아시아촌’ 김해의 상징인 동상시장과 ‘종로’를 찾았다. 평일 한낮이라 시장은 조용했지만, 점심시간 때여서인지 종로에는 중앙아시아 출신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와는 다른 이주민 거리의 모습(간판 등)을 보고, 이주민이 먹는 음식을 먹고, 또 가능하다면 이주민의 ‘한국살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주민집거지는 더는 ‘게토’(ghetto, 빈민지역)가 아니다. 오히려 에스닉 경제로 낙후 지역이 재생된 사례가 훨씬 많다. 김해 구도심 동상동 또한 이주민이 모여들면서 지역이 활성화되지 않았는가? ‘보고 먹고 듣고’ 세 가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김해의 ‘에스닉타운’에 학생과 연구자, 시민들이 더 찾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