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고려인마을③] 김관영 지사·정성주 시장께 드리는 세가지 질문

전북 김제시 위치도

“고려인은 누구인가?”
“구소련에서 어떻게 살았기에 한국어를 상실했나?”
“왜, 대한민국으로 ‘귀환’하고 있나?”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현재 진행중인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시범)은 지방자치단체별 고유한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생활인구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구감소지역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2022년 10월 시작했으니, 이제 8개월째다. 시범사업 종료 4개월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마다 유형 1(외국인 우수인재) 사업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90명을 배정받은 경상북도(5개 시군)만이 목표를 달성했다. 가장 많은 400명을 배정받은 전라북도(6개 시군)는 현재 222명을 모집한 상태이다.

전라북도는 사업 선정이 나오기도 전부터 사업 추진을 준비했다. 김관영 도지사 주도로 ‘외국인 우수인재 지역유입 및 정착을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산학관 업무협약’(2022.8.10)을 체결하고, 사업 개시 이후 가장 먼저 김제시에서 외국인 우수인재를 대상으로 한 취업박람회(2022.11.29)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아시아엔> 2023년 4월4일치 「[김제 고려인마을①] 정말로 가능하고 필요한가?」) 그런데도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사실 전북의 유형 1 사업은 ‘20~39세 외국인’으로 도내 전문학사(전문대) 이상의 학위취득 또는 졸업예정자를 자격 요건으로 정했다. 경북도와 달리, 전북은 비전문취업(E-9)과 전문취업(E-7) 비자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제외했다. 모집 대상자의 폭이 좁았다. 결국, 전북도도 2023년 1월에 모집 요건을 완화했다. 2023년 1월(김제)과 3월(고창·부안)에 이어 지난 4월에는 6개 시군 합동 지역특화형 비자 취업박람회를 전북대에서 개최했다.

300여명이 참가한 전북대 개최 취업박람회 참석자의 80% 정도가 타 시도에서 왔다. 이제 유형 1 우수인재 모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는 종전의 국내 대학 전문학사 이상 자격에서 전년도 소득이 2955만원 이상인 외국인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의 유형 1 사업을 완화 및 세분한 ‘전북형 유형1’ 사업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가족동반’ 유형③이다. 가족을 동반한 외국인 근로자가 6개 인구감소지역 시군에서 거주하고 14개 시군에서 취업할 수 있게 한 점이다. ‘창업’ 유형⑤ 또한 관심 가질 만하다. 14개 시군 어디에 살든지 취업(창업)을 6개 사업대상 지역에서 하면 된다.

전북도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신청유형

전북도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신청유형 중의 ‘가족동반’ 유형③은 인원 제한이 없는 유형 2(동포가족) 사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미 유형 2 사업으로 경북 영천으로 이주하고 있는 고려인동포 가족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미 소개했듯이, 경북 영천에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가 개소하고 주말 한국어수업이 시작되자 수도권(경기도) 안성 거주 고려인동포 가족들의 영천 이주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경산에 사는 고려인 동포가족들도 참여하고 있다. 영천시도 고려인동포의 주거와 일자리, 자녀교육 문제에 적극적이다. (<아시아엔> 2023년 4월12일치 「[영천 고려인마을①] 고려인은 ‘비자 혜택’, 영천시는 ‘인구 증가’」) 또한, 경북도는 지난 4월 3일 「2023년 고려인주민 정착 특화사업 보조사업자」 공고를 냈다. 경북도가 마침내 유형 2 사업에서도 첫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29일 전북연구원은 외국인 농업근로자의 장기체류를 위한 ‘전라북도 지역특화형 농업비자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이슈브리핑> vol. 279) 외국인 우수인재와 동포가족에게 지역정착 체류 특례를 부여하는 지역특화형 비자는 전북 도시의 인구감소 문제해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북 농촌지역의 과소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필자는 먼저 전북이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 2(동포가족) 사업부터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유형 2(동포가족) 사업으로 경북 영천에 정착하려는 고려인 동포가족은 농촌에서 일하기 위해 이주한 것은 아니다. 이미 공장에서 일해왔으나, 공장보다는 농촌에서 일할 수 있다면 오히려 ‘농촌일자리’를 희망할 수 있다. 다만, 소득이 보장되는가에 달려있다.

김제시민과 김제시, 전북도가 고려인동포 맞이해야

5월 2일 필자는 김제를 세번째 방문했다. 김제 고려인마을이 언제 가능할까? 김제시 동서로 115번지(교월동)에 세워지는, 고려인동포를 위한 온·오프라인 한국어 수업과 각종 상담을 맡을, 전북이주민통합센터(센터장 김지영)와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김제 향교와 김제 동헌, 김제 전통시장 등 김제의 교육문화와 상업 중심지다.

‘김제 고려인마을’ 소식을 듣고 현재 안산 등 수도권에 사는 고려인동포 가족 몇몇이 일자리만 있다면, 김제로 이주할 마음을 정한 상태다. 이제 김제시민과 김제시, 전북도 관계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차례다. “고려인은 누구인가?” “구소련에서 어떻게 살았기에 한국어를 상실했나?” “왜, 대한민국으로 ‘귀환’하고 있나?” 우리가 먼저 고려인을 이해해야 한다.

김제시 동서로 115번지 전북이주민통합센터 주변 지도

사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로 한국에 들어온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동포의 경우, 가족이 농사를 지었던 사람들이 많다. 현재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엔> 2023년 1월 31일치. 「[광주·김제 고려인마을⑤] 무국적 우크라이나 전쟁피해 고려인에 깊은 관심을」, <아시아엔> 2023년 3월 6일치. 「‘고려일보’ 100주년 기획전의 특별한 ‘감회’와 광주 고려인마을의 새로운 ‘시도’」) 또한 이미 한국에 일하기 위해 들어온 고려인동포들 또한 공장일뿐만 아니라 농촌일도 마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공장보다는 농촌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동포들도 있다. 충남 당진(합덕)에서는 고려인동포 몇 가정이 실제로 양파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3년 6월 개소를 앞둔 전북이주민통합센터


김제 고려인마을의 최적지는 지평선산단이 있는 백산면이다. 그러나 우선은 주거와 일자리, 자녀교육과 병원 등을 고려해서 김제 시내가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제 전북도의 지역특화형 사업도 유형 1뿐만 아니라 유형 2(동포가족) 사업도 나서야 할 때이다. 특히 전북도가 세분화한 ‘가족동반’ 유형③이 법무부가 제시한 유형 2 사업과 유사하다. ‘지역특화형 농업비자’도 결국은 필요하다. 다만, 공장과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고려인동포 가족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때다. 고려인동포와 가족은 ‘외국인 우수인재’로 공장에서, 또 현재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못지않게 농촌에서도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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