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관계 기여 고려인 이일진 원로 별세
1980년대부터 한-소(러시아) 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했던 러시아 고려인 출신 시인이자 원로 방송인 이일진 선생이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고 <바이 러시아>가 3월 11일 보도했다. 향년 83세.
<바이 러시아>에 따르면 이일진 선생은 사할린 출신으로 모스크바국립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한반도 전문가로, 시인·방송인으로, 한-러 전문 통역사로 한소 수교및 관계 증진에 적극 활동해 왔다.
한국정부는 한러관계 발전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인정해 2011년 대통령표창을 수여했다.
현지 한글신문 <고려사람>은 그의 부음 소식을 전하며, ‘소비예트(소련) 페레스트로이카의 한국인 전령 사망’ (~корейский глашатай советской перестройк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 시작된 1985년부터 2002년까지 이일진 선생은 소련 중앙 TV라디오 방송국(이후 러시아 채널-1) 한국어 방송 파트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어 전문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사할린의 한글신문 <레닌의 길로>와 카자흐스탄 알마타의 <레닌기치>에 시 등을 기고했다.
은퇴 후에는 한-러 통역및 번역 작업에 매진해 2016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초청 ‘한반도의 평화통일 정책’ 특별강연회 통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또 사학자 이기백(李基白) 교수의 <한국사신론>의 러시아어 번역작업에도 참여했다. 모스크바 현지의 삼일문화원(원장 이형근 목사)이 대산문화재단 후원으로 번역한 <한국사신론>은 영어 일어 중국어에 이어 4번째로 러시아어로 2001년 출간됐다.
고인은 현대한국어사전과 한러사전 집필에도 관여했다.
이일진 선생은 또 러시아와 한국 소설 번역과 사회 정치 전문 서적 번역에도 기여했다.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 협의회장 김원일 박사는 “선생님은 모임에서 뵐 때마다 늘 유머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던 분이었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