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수교 숨은 공신’ 고려인 리 바실리예비치 추모집 ‘타올라라 내 별이여’ 출판회

리 겐나디 바실리예비치 선생 추모집 <타올라라 타올라라 내 별이여!> 표지

[아시아엔=모스크바/글·그림 김원일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구소련 문화부 고위 관료이자 문학가, 번역가, 성악가로 활동한 리 겐나디 바실리예비치 선생을 기념하는 추모문집 <타올로라 타올라라 내 별이여> 출판기념회가 12월 10일 유서깊은 모스크바 한 도서관에서 열렸다.

리 겐나디 바실리예비치(1935~1996) 선생은 모스크바대 졸업 후 그네신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으며, 이후 문학가와 번역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선생(가운데)이 90년대 초반 한국 방문 당시 외교부 공무원(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소련측 인사. 이 사진은 책 속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테이블에 태극기와 함께 구소련기가 눈에 띈다. 

그는 특히 뛰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1990년 한러수교 당시 소련 외무부에 파견 근무하며 한-소련 수교에 큰 역할을 했다. 선생은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면 양측 고위인사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 증진에 많이 기여했다.

선생이 한 행사에서 고려인출신으로 전설적인 러시아 공훈성악가인 남 루드밀라(왼쪽)와 자리를 같이했다. 오른쪽은 부인.  

바실리예비치 선생은 부친 영향으로 한국어를 매우 잘 구사하며, 한국 노래 부르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러시아 민족청, 全 러시아고려인연합회, 고려인신문, 모스크바프레스 등의 후원으로 개최되었다.

선생의 별세 25주년을 맞아 진행된 추모집 발간기념식엔 고인의 부인과 동생 등 가족과 여러 지인들이 참석했다.

김 모이세이 고려인연합회 고문단 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 마스크 낀 사람은 선생의 러시아 출신 부인. 한국과 러시아가 현재와 같이 발전된 관계를 이루기까지 리 겐나디 선생과 같은 많은 고려인동포의 크고 작은 기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고려인동포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정책과 관심을 보일 때다.  

행사를 담당한 김 모이세이 고려인연합회고문단 의장은 선생과 함께 근무했던 구소련 문화부시절을 회고하며 “선생은 매우 신실한 친구이자 동료였다”며 “비교적 짧은 삶을 살았지만 다방면에 거쳐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추억했다.

선생의 부인(러시아인)은 추모사에서 “선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심했을 때 한국문화와 정서를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며 “내 선택이 옳았음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선생에 대한 애정과 행복했던 결혼생활을 회고했다.

고려인 합창단 ‘금강’ 단원들이 축하노래를 부르고 있다. 

행사는 모스크바 코로나 상황으로 현장엔 제한된 인원만 참석할 수 있었고,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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