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가가린·후르시초프···옛소련 고려인 노력영웅들이 만난 사람들
[아시아엔=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 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귀한 책을 선물 받았다. 드미트리 신 선생이 소련시대 ‘사회주의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던 고려인 동포 206명의 생애와 업적을 담은 <고려인사회주의 로력영웅들>을 출간해 필자에게 전한 것이다.
특히 저자는 등장인물의 생애와 업적과 관련해 이들이 영웅칭호를 받을 당시의 신문과 잡지 등에서 근거를 찾아 넣어 신뢰도를 높였다.
5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 하드커버로 엮인 이 책의 제목은 ‘북한 문화어체’로 쓰여 있어 눈길을 끈다.
구소련시대 전체를 통틀어 2만4747명이 영웅칭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당시 인구비율로 따져보면 고려인 동포들은 8.32%에 이르는 압도적인 수치다. 전체 206명 가운데 여성은 16명이다.
주요 인사들을 보면, 김병화 선생은 2회에 걸쳐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 선생이 일했던 북극성콜호즈는 ‘김병화콜호즈’로 이름을 바꿀 정도였다.
고려인들은 대부분 농업부문의 성과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그런데 특이하게 어업분야에도 한 분이 영웅칭호를 받았다. 사할린에서 어업에 종사했던 ‘알렉산드라 한’이 그분이다.
‘김만삼’은 2차대전 중에 콜호즈에서 모아온 돈으로 탱크 3대를 살 정도의 금액을 소련정부에 기부해서 스탈린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고 한다. 또 ‘황만금’이 운영하던 콜호즈는 당시 수만개에 이르던 콜호즈 중에 유일하게 외국인을 위해 개방되어 소련의 경제성과를 선전하는 콜호즈로 지정되었다고 이 책에 기록돼 있다.
드미트리 신은 “8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이번에 자비를 들려 출판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