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고려인마을②] 대구논공초등학교에서 만난 이태윤 교사

고려인 학생이 많은 초등학교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안산 선일초등학교, 광주 하남중앙초등학교, 인천 문남초등학교, 경주 성건초등학교, 아산 신창초등학교, 당진 신촌초등학교, 김포 대곶초등학교, 안성 광덕초등학교, 청주 봉명초등학교 … 필자가 직접 방문했거나 교사와 만나 대화를 한 고려인 학생이 많은 초등학교다. 어떤 학교는 직접 학교를 찾아 교사와 대화를 나눈 바도 있으나, 대부분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아! 이 학교구나.”라고 확인하고 교문에서 학교 사진을 찍은 정도다.

그런데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논공초등학교는 특별했다. 지역 초등학교에서만 6년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온 이태윤 교사와 사전 연락이 닿았다. 또한, 이태윤 교사가 학교의 허락을 받아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국어학급인 정음반 강의실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2021년 6월부터 혼자 자유롭게 전국의 고려인마을을 찾은 지 만 2년, 마무리 단계에서 만난 ‘행운’이었다.

이태윤 교사를 알게 된 것은 계명대학교 러시아·중앙아시아학과의 김성완 교수 덕분이다. 2022년 12월 16일 경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학술대회 발표를 마치고 경주 고려인마을, 창녕 고려인마을,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일정을 갖게 되었다. 두 번째 운전 봉사를 해주는 영어권 사람들에게 한국어/문화를 가르치는 윤랩(YoonLap) 윤애숙 소장에게 물었다. 대구에 고려인이 많이 사는 동네를 아느냐? 모른다는 대답이다. 경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검색하다가 계명대 러시아문학과 학생들이 방학 동안에 대구북동초등학교의 한국어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기사였다. (<참교육뉴스> 2021.7.30 「북동초, 계명대학교 러시아문학과와 방학 중 ‘쑥쑥 Up 캠프’」) 바로 김성완 교수에게 전화했다. 이태윤 교사를 소개해주었다.

이태윤 교사는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또 첫 부임지는 경기도 동두천이었다. “저도 이주민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럴까? 검색을 해보니 대구교육청의 2023 다문화가정 학부모 교육 행사의 유명 강사다. 이태윤 교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마침내 지난 6월 1일 만났다. 마침 현관에서 방과 후 한국어수업을 하러 들어가는 고려인학생들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사가 나오면 꼭 학생들에게 보여 주라고 했다) 한결같이 밝은 표정이다.

지역사회의 합력이 필요한 고려인 아동 교육

2018년 봄학기까지만 해도 한국어학급은 북동초등학교에 1개 학급뿐이었다. 그런데 고려인 학생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북동초등학교가 2개 학급 증설을 요청하자, 심각성을 인지한 대구교육청이 북동초등학교에 2개 학급을 증설하고 또 이웃 논공초등학교에도 1개 학급을 신설했다. 고려인 학생이 절반이 넘게 되자 고려인 학생들끼리 러시아어로만 대화하고, 소수가 된 한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고려인 학생을 돌봐주는 일도 꺼리게 되었다. 고려인 학생을 나눈 결과, 가르치는 교사도 부담이 줄어들고 학급 분위기도 좋아진 것이다.

이태윤 교사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업 교재를 보여주었다. 한국어 조사 아래에 러시아어가 쓰여있다. 한국어학급의 교사는 최소한 기초 러시아어 대화가 가능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사뿐 아니라 교육 주체 간의 합력도 필요했다.

처음에 학교는 가족과 함께 들어온 고려인 학생들이 몇 년 후에 출신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조상의 땅 한국에 정착하려는 ‘귀환’ 동포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고려인 학생들의 상황을 인식한 대구시 달성군은 외국인 아동에게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안정적인 보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2022년 10월부터 대구에서 최초로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달성군이 추가 경정 예산을 확보하여 관내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만 0~5세 외국인 아동에게 보육료의 50%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최대 월 25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비전문취업(E-9)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과 달리 고려인동포는 방문취업(H-2)이든 재외동포(F-4) 비자이든 가족동반이다. 보통 3~4명의 자녀가 있는 고려인 가족의 한국살이에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대구교육청은 2023 다문화가정 학부모 교육, “한국학교! 그것이 알고 싶다”를 2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시행했다.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기도 하지만 한국어 소통이 어려워 학교생활에 관심이 적은 고려인 학부모를 참여 시기키 위한 노력이었다. 필자의 생각이다. 계명대 러시아·중앙아시아학과 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한 캠프 등 대학생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집과 학교 외는 전혀 세상과 만나지 못하는 고려인 학생에게 러시아 전공 학생이 아니더라도 대학생 형과 오빠와의 만남은 소중하다. 부모의 사랑 속에 한국 학생들이 누리는 ‘삶의 경험’을 일부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