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신창면 고려인마을①] “우리도 함께하고 싶어요!”

신창면 주민총회에 참석한 고려인동포와 외국인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신창에 사는 고려인동포들이 소리쳤다. “우리도 함께하고 싶어요!!!” 

2023년 8월 22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시 신창면 순천향대 인문과학관 대강당에서 2023 신창면 제1회 주민총회가 개최되었다. 우연히 참석했지만,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주민들이 투표해 내년 사업예산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200여 명의 주민과 외부인사들이 참여했다.

‘외국인 행복학교’ 사업 발표장, 이정(앞 무대 왼쪽)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청주대 이영범 교수와 필자도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순서로 ‘신창고려인청년모임’ 이정 사무국장이 ‘신창외국인행복학교’ 사업을 소개했다.

“여러분, 잠시 뒤를 돌아보세요. 지금 이곳에 외국인들이 참여했습니다. (그 순간 <우리도 함께하고 싶어요!!!> 피켓이 나타났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이, 신창에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한국어가 잘 안 되고 분리수거도 잘하지 않는 등 불편한 점도 있죠. 그렇다고 외국인들에게 신창을 떠나라고 하실 건가요?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생활언어와 지켜야 할 법 등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신창외국인행복학교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주민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호소였다. 그날 저녁 이정 사무국장이 문자를 보내왔다: “저희 선정되었습니다^^”

사실 필자가 신창에 간 이유는 ‘신창외국인행복학교’ 소식이었다. 2022년 충청남도 청년공모사업으로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신창고려인청년모임이 주관했다. 행복학교 수업은 주말 시간에 운영했다. 외국인이 참석할 수 있게 하려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한국어 수업, 안전 운전을 위한 한국교통법규 소개, 지역 명소와 문화유산 탐방 등 현장체험학습도 진행했다. 외국인들에게 이용법을 알려주면서 지하철과 버스도 함께 탔다.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당연했다.

현장체험학습. 아랫줄 왼쪽 첫번째가 최세르게이 회장

그런데 2023년에는 아예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외국인 청년단체는 지원 자격이 없어진 것이다. 이정 사무국장은 ‘국경없는 신창’(외국인활동가단체) 모임(2023년 4월 설립)에서 논의했다. 신창면 주민자치회(회장 성재경)가 주최하는 주민총회(8월 22일)에서 ‘신창외국인행복학교’ 사업을 2024년 신창면 민관협력사업으로 신청, 주민의 선택을 받아보자. 좋은 결과가 나와 2024년 다시 ’신창외국인행복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신창외국인행복학교 안내 설명이 보이는 계단에서. 왼쪽부터 이성주, 박크리스티나, 최세르게이, 이정.

사실 신창고려인청년모임이 주관하는 ‘신창외국인행복학교’는 이미 신창고려인지원센터 역할을 해온 셈이다. 카자흐스탄 변호사 출신인 최세르게이 회장은 각종 상담에 응하고 있다. 외국생활 경험으로 이주민의 힘든 삶을 잘 이해하는 이정 사무국장은 ‘국경없는 신창’ 모임의 회장 일도 수행하면서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박크리스티나와 필리핀에서 20여 년을 살았던 이성주씨도 신창고려인청년모임의 아름다운 동역자들이다.

마침 네 사람이 지하 사무실에 올라오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위 사진)

신창면 주민자치회, 외국인에게도 ‘주민의식’ 갖게 해야!

신창면 주민자치회는 2023년 4월 설립되었다. 초대 회장인 ‘신창다문화공동체’ 성재경 대표는 1910년 개교한 신창초등학교 동창회 사무총장이다. 신창 토박이다. 고향을 떠났다가 6년 전에 다시 신창으로 돌아왔다. 이후 신창청년회는 ‘함께 사는 외국인주민’도 포용하는 신창다문화공동체로 변모했다.

2023년 7월 현재 신창면은 총인구 2만 7,565명 중에 외국인이 8,984명으로 그 비율이 33%다. 성재경 대표는 2023년 4월 주민자치회 회장이 되면서 ‘국경없는 신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경없는 신창 모임은 관민(?) 모임으로 신창면과 신창면 주민자치회, 아산시가족센터와 신창분원, 신창초등학교 다문화돌봄교실(선문대)과 순천향대 글로벌교육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이다.

성재경 대표는 외국인주민도 주민자치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민자치회 교육문화분과를 ‘열린분과’로 운영하고 있다. 비록 주민총회에서 투표권은 없으나, 고려인동포들이 주민사업 논의에 참여하게 한 것이다. 신창면 주민자치회는 외국인주민이 다수인 안산시 원곡동이나 시흥시 정왕본동 주민자치회 등과 교류하려고 한다.

원곡동의 외국인주민은 이미 글로벌 원곡동의 주체로 지역발전을 선도해 왔다. 정왕본동의 외국인주민도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앞장서 왔는데, 정왕본동 주민자치회의 글로벌분과는 중국동포 출신 오성호씨가 분과장이다.

신창고려인청년모임 사무실 차담회. 왼쪽부터 이영범(청주대), 임영상(한국외대), 윤향희(충남연구원), 임영아(신창초교다문화돌봄센터), 성재경(신창면 주민자치회), 이정(신창고려인청년모임)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