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려인마을⑤] 선주민과 외국인주민의 상호존중과 포용 ‘롤모델’ 되길…

2023년 7월 ‘고려인 문화주권’ 행사에서 방문동거(F-1) 비자 동포가족도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인천고려인엄마들단체 <기호TV 유튜브 캡처>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인천시 연수1동 함박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2호선(잠실역)–>1호선(신도림역)–>인천1호선(부평역)–>수인분당선(원인재역) 3번 갈아타고 연수역에 도착해서 다시 20분 이상 걸어야 한다.

2시간 30분 걸리는 먼 거리다. 2018년 8월 처음으로 함박마을을 찾았고, 바로 10월에는 인천고려인문화원(당시 공동원장 박봉수-차이고리)의 창립행사도 참여했다. 2019년부터 한국외대생의 주말 현장수업,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채양묵 공동대표와 SPC그룹 김범호 부사장과의 방문, 2021년 용산고 친구들과 가진 함박마을 칠순잔치, 2022년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탐방팀 방문과 재외한인학회의 ‘찾아가는 재한동포간담회’ 행사, ‘함박마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소감 나누기 행사까지 10차례 이상 방문했다. 함박마을 이야기 글도 네 차례나 썼고, 탐방용 문화지도도 제작했다.

인천 연수동 함박마을(붉은색 4번 이후) 탐방용 구글문화지도 <제작 주동완>

2023년 7월 15일 다시 함박마을을 찾았다. 고려인동포에 관심을 보인 ‘시니어’ 친구들과 ‘보고, 먹고, 듣고’ 세 가지 이로움(三利)을 나누고자. <한국에서 아시아의 비전을 찾다>(아시아발전재단, 2023)에서 필자가 소개한 함박마을 고려인주민회 리빅토로 회장도 함께했다. 

지역의 고려인은 함박마을 방문객을 어떻게 소개할까? 필자와 리빅토로 회장의 마음이 통했다. 우리는 먼저 마리어린이공원으로 올라갔다. 지난 7월 8일 인천시 관계자와 지역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리빅토르 회장이 낭독한 ‘인천 고려인 문화주권 선언문’을 다시 읽었다.

마리어린이공원에 새겨진 ‘인천 고려인 문화주권 선언문’ 동판

“이주의 관문 도시 인천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용의 도시다. 독립운동과 국권 회복을 바라며 두만강을 건넜던 고려인은 이제 어머니 나라 인천에 깃들었다. 우리는 소중하고 명예로운 역사인식을 보전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로 평화와 화합의 문화를 만든다.”

선언문의 주체가 ‘인천 고려인, 인천 시민 일동’이다. 사실 함박마을 사람의 절대다수가 고려인이지만, ‘고려인마을’이 되는 것에 유보적인 선주민들도 있었다. (<아시아엔> 2022-12-12 [인천 고려인마을④] 함박마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우리는 선언문 동판에서 왼쪽으로 약 100m 떨어진 마을공유공간 ‘함박마루’로 이동했다. 이곳은 2021년 11월 함박마을 경로당 2층을 수리해 세워졌다. ‘함박마을의 마루’라는 뜻인 함박마루는 마을주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이자, 선주민과 외국인주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개방 공간이다.

외국인주민을 위한 한국어 수업 등 각종 강좌가 열린다. 2022년 7월 재외한인학회의 찾아가는 재한동포간담회, 12월 함박마을 사람들 책 소감 나누기 행사도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 ‘상호 존중과 이해로 평화와 화합의 문화를 만든다’는 선언문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함박마루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함박마을 마을공유공간 함박마루 앞에서. 왼쪽부터 김종부, 신철준, 김기윤, 최안기, 임영상, 리빅토르씨. 임영상 필자가 들고 있는 책은 <함박마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다.

연수1동 함박마을은 단위면적 대비 최대의 고려인동포 밀집 지역이다. 방문할 때마다 고려인동포 상점이 새로 생겼다. 전국의 고려인마을마다 만나는 ‘IMPERIA FOODS’ 상점이 한 곳 더 늘어나 세 곳이 되었다. 또, 특별한 상점이 생겼다. 공영주차장 앞에서 만난 책방이다.

함박마을 책방

필자는 3~4년 전부터 함박마을이 ‘함박고려인마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자녀교육 면에서 연수1동의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다. 멀리 김포시로 일하러 가는 고려인동포 가족도 있다.

고려인동포 가족의 한국살이를 돕는 단체들도 많다. 이번에 인천시와 함박마을 문화축제 지원 MOU를 체결한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어린이집 운영) 외에 까리따스이주민센터, 디아스포라연구소, 원고려인문화원, 고려인센터/다사랑문화센터 등이 한국어 강좌와 상담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함박마을에는 구소련권, 특히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식당도 성업 중이다.

사마르칸트식당 앞에서. 왼쪽부터 리빅토르, 신철준, 최안기, 임영상, 김종부, 김기윤씨.

그런데 지난 7월 8일 ‘인천 고려인 문화주권 선언문’ 행사 보도(유튜브)를 확인하는 중에 인천(함박마을)에도 타민족과 결혼한 고려인동포 가족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그동안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2022.10.4.~2023.10.3.), 특히 유형2(동포가족) 사업이 고려인동포의 한국 정착에 유용한 비자 혜택을 주고 있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아시아엔> 2022-10-29 [토론회 후기] 인구감소지역에 ‘고려인 콜호즈’가 조성된다면)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수도권에도 ‘비자 혜택’이 주어질 수 있을까?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과연 본 사업이 어떤 내용으로 시행될 것인지?

이주민과 지자체에 함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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