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고려인마을②]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 이대로 좋은가?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영천을 떠나는 고려인이 행정센터를 찾고 있다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의 성과는? 법무부가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은 인구감소 지역의 산업, 대학, 일자리 현황 등에 적합한 외국인의 지역 정착을 장려하고 있어 새로운 이민정책의 전 단계로 사업 수행 지자체뿐만 아니라 유관 단체의 주목을 받아 왔다.
유형1(지역 우수인재) 사업은 “지자체장이 추천하는 외국인에게 인구감소지역에 5년 이상 거주 및 취?창업을 조건으로 거주(F-2) 체류자격 先 변경” 조건이다. 경상북도, 전라북도, 전라남도(해남군, 영암군), 충청북도 등 배정받은 인원을 모두 채운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지역의 경제·생활인구가 늘어나 인구 증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고려인동포와 중국동포 등을 주 대상으로 설계된 유형2(외국국적동포) 사업은 “인구감소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하고 있거나 국내 타 지역이나 해외에서 가족 단위로 동반 이주한 동포에게 인구감소지역에 2년 이상 실거주 조건으로 재외동포(F-4) 체류자격 先 변경, 취업 활동 제한 완화 및 영주(F-5-6) 생계유지능력 요건 완화” 조건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유형2 사업으로 ‘동포 맞춤 정착지원’ 프로그램 계획을 제출했다.
그런데 유형2 사업 안내에는 ‘지자체장의 추천’ 부분이 없다. 결국, 이주를 희망하는 동포 본인이 제반 서류를 준비해 직접 지역의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등록하는 형식이다.
2022년 10월 4일부터 2023년 10월 3일까지 1년간 진행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시범)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 유형2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충북 제천시가 유일하다. 전담 직원을 배정하고 행·재정 지원 계획을 실천 중인데, 제천시는 지난 7월 28~30일 고려인 등 재외동포 이주정착 지원사업의 본격 시행에 앞서 대한고려인협회와 공동으로 고려인 청소년 여름캠프를 가졌다. 그러나 제천시도 2023년 10월까지 80명의 고려인동포를 유치한다는 목표라서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비자 혜택’을 받고자 영천으로 이주했으나…
현재 유형2 사업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올린 곳은 경북 영천시다. 비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수도권에서 고려인동포 가족이 영천으로 이주한 것이다. (“[영천 고려인마을①] 고려인은 ‘비자 혜택’, 영천시는 ‘인구 증가’” <아시아엔> 2023-4-12 참조)
그 외 전북 김제시가 노력하는 중인데, 영천시(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나 김제시(전북이주민통합센터) 모두 민간단체 차원이다. 그런데 최근 필자에게 영천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월 31일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에서 만났던 심스베틀라나·주마예프 플로프 부부 소식이다. 당시 심스베틀라나는 병색이 완연했는데, 9월 17일 가장인 주마예프 플로프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게 되었다. 영천에 오기 전인 2022년 주마예프 플로프가 병원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반가족(F-1) 비자 상태로 일한 것이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결국, 주마예프 플로프는 범칙금을 내고 러시아로 떠나게 되었다. 인구감소지역인 영천으로 이주하면 F-1 비자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일이 잘못된 것이다.
영천을 떠나는 동포가족, 무엇이 문제인가?
불법 취업은 결코 온당하지 못하다. 다만, 한국에 들어올 때 출신국의 가산도 정리하고 들어오는 동포가족이 상당수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만 일해서는 ‘정착하는 일’이 쉽지 않다. 편법으로 일하는 예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구감소 지역으로 이주하면, 동거하는 배우자(F-1)가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이 유형2 사업의 매력 중의 매력이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영천까지 왔다.
그런데 막상 낯선 지역 영천에 와보니 일자리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어려움이 많았다.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에서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영천시 관계자의 협력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유형1(우수인재)의 경우,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간신히 일자리를 찾아 근로계약서를 받았는데, 출입국에서 허가해주지 않았다. 영천에 사업장이 있는 아웃소싱 업체 ‘본사 주소지’가 인구감소 지역이 아닌 경산, 경주라는 이유다.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한 몇몇 고려인동포 가정이 이미 영천을 떠난 데 이어 간신히 일자를 구한 동포가족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에 모여서 ‘일할 수 있는 F-1 비자’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포 가족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시범사업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와 진행은 어떠한지? 법무부(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