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인천 연수동 고려인의 ‘한국살이’①…”듣고 먹고 볼거리 함께 제공”

인천 고려인마을 문화지도 <코리안리서치센터>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과거 한국외대 학생들과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및 친구들과 가진 인천 함박(고려인)마을 탐방은 인천지하철 신연수역에서 출발했다. 걷기에는 너무 멀어 버스를 타고 함박마을 초입에 내려 함박마을 표지석(붉은색 4번)에서 탐방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10일, LA에서 온 친구들과 아시아발전재단 관계자 및 연구자 등이 참여한 탐방은 수인선 연수역에서 출발했다.

<함께 하는 고려인 이야기> 공동저자 임영상 교수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포지원 NGO보다 원불교가 지원하는 단체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원불교가 소비에트체제 붕괴 이후 연해주에서부터 고려인을 지원해왔기 때문에 국내 체류 고려인이 원불교가 지원하는 ‘원고려인문화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개신교 역시 고려인 사회에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전도하면서 고려인 신자를 늘려가고 있다.” (성동기, “국내 거주 고려인 유년세대와 청년세대의 한국화 정책과 사회통합  방안 연구”,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서울 학술포럼 자료집>, 63쪽)

지난 8월 27일 고려대에서 개최된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서울 학술포럼에서 인하대 성동기 교수가 발표한 내용 일부다. 이번 탐방에서는 고려인 개신교 신자가 운영하는, 연수역에서 5분 거리인 글로리아상호문화대안학교(이하 ‘글로리아학교’)와 고려인 원장이 일하는 함박마을 원고려인문화원을 차례로 방문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앉아 있는 방문자들(임영상, 조남철, 한흥수, 백원일, 윤부용, 민병용, 이현정, 신난희)과 서 있는 글로리아상호문화대안학교의 최미리안나 대표와 김희명 교장. 오른쪽 사진은 대안학교 사무실 출입문.

 

타지키스탄 고려인 최마리안나가 운영하는 글로리아학교의 전신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려인 아동을 돌봐주는 CIS선교센터(선교원) 어린이집이다. 2019년 마리안나는 고려인 자녀를 대상으로 초·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는 인천 고려인대안학교를 열었고, 2021년 초 CIS선교센터는 어린이집인 ‘글로리아상호문화센터’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1~9학년)을 운영하는 ‘글로리아상호문화대안학교’ 두 교육기관으로 체계를 잡았다. 2023년 11학년을 마친 첫 졸업생(러시아 고등학교 학력 인정)을 배출했다. 2024년 9월 현재 230명의 고려인 아동-청소년이 글로리아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작년에 190명이었는데 학생 수 증가가 놀랍다. 그만큼 감당할 일이 많아 한국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인천 함박마을 원고려인문화원 강좌안내와 방문객들 : 왼쪽부터 한흥수, 백원일, 민병용, 차인호(원고려인문화원장), 조남철, 임영상.

인천 원고려인문화원은 2020년 6월 원다문화센터의 첫 현장 사업장으로 연수동 함박마을에서 개원했다. 타슈켄트사범대 한국어과를 졸업한 차이고르(인호)가 원장인데, 그는 이미 2018년 10월에 설립된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의 고려인 공동원장으로 일한 바 있다. 문화원에 들어가니 강좌안내 과목부터 다르다. 한국어(저녁 성인 야학 포함), 한자, 영어, 예절, 요가, 풍물, 명상, 전통문화체험, 탐방. 특히, 역사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원 내부에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가야 4국의 종이로 제작한 갑옷(종이로 차이고르 원장 제작)도 보인다. 의상체험용이다. 민족의 전통명절 한식에 제사도 지내고 탁자를 한쪽으로 정리하고 태권도수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월평균 300여 명의 고려인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 30년 이상 모스크바 원광학교가 한국과 러시아, 한국인과 고려인, 러시아인을 하나로 이어주는 한-러 친선 한국문화큰잔치를 개최해왔는데, 인천 원고려인문화원도 함박마을에서 한국인과 고려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교육과 문화사업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듣고 먹고 보고 세 가지가 즐거운 인천 고려인마을 탐방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이미 세 차례나 함박마을을 방문했다. 이번 탐방은 LA에서 온 친구들을 위한 탐방으로 준비했다. 이주민의 삶을 살아온 친구들이라 고려인과의 대화도 고려했다. 또, 고려인 음식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차이하나(‘찻집’)에서 고려인(우즈벡) 음식을 먹고 함박마을 표지석에서 시작해 ‘러시아 도서’를 갖춘 함박종합사회복지관 도서관도 들리고, 고려인 상점들이 성업 중인 함박마을 거리 모습도 보았다. 동포집거지 탐방은 동포들의 삶을 듣고, 음식을 먹고, 또 우리와는 다른 간판 등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세 가지가 즐거운 탐방이 아닐 수 없다.

함박마을 차이하나 식당 앞에서. 왼쪽부터 조남철, 이현정, 박봉수, 한흥수, 인병용, 차예카테리나, 안부용, 신난희, 백원일, 임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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