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선부동 노아네러시아학원②] 고려인 청소년 진로·취업이 ‘핵심 과제’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19년 1월 법무부는 “4세대 고려인동포 등이 재외동포로 인정받지 못하여 국내 체류 중인 부모와 헤어지는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해 7월 공식 통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려인 4세 청소년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연합뉴스> 2017-8-27 「”할아버지 나라에 정착하러 왔는데” 체류 위기 고려인 4세들」) 이제 더는 ‘동포’ 범위에서 제외되었던 청소년들이 부모와 헤어질 필요가 없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러시아/중앙아시아로 돌아갈 것도 대비해 노아네러시아학원 등 ‘러시아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2023년 1월 10일 서울국제학원 문민 원장과 노아네러시아학원을 방문했다. 문민 원장에게 임현숙 원장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두 원장은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아네러시아학원엔 2015년 개원 첫해부터 11학년으로 들어온 학생이 있었다. 지금까지 러시아대학에 6명이 진학했다. 한국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3명이고 준비 중인 학생들도 여럿이다.
특히, 2019년 고려인 4세도 동포 자격을 얻게 되면서 한국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늘어났다. 물론 노아네러시아학원도 처음부터 한국어 수업을 필수 교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대학에도 진학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자격을 졸업 전에 따도록 지도해왔다. 생활 속에서 한국어도 익히고 한국 역사 및 문화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문화청소년문화클럽 방주’를 운영한 이유이기도 했다.
러시아대학보다 한국대학 진학 희망이 늘어나면서 노아네러시아학원에서도 학생들의 진로·취업 교육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부터 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이 학생들의 다양한 써클활동(연극, 베이커리, 토픽, 과학실험 등) 및 체험학습 답사를 지원해주고 있다. 2022년부터는 러시아 교과과정 외에 특별히 세계시민교육(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지원), 환경문제, 그리고 진로지도도 힘써왔다.
2022년 50년 전통의 전문대학인 안산대학교와 협력 관계를 맺고, 안산대학교 입학팀이 노아네러시아학원에 와서 ‘정원외 특별전형 재외국민 및 외국인전형’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안산대학교는 학력은 국내 혹은 외국에서 우리나라 초등과 중·고교 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한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노아네 졸업생은 지원에 어려움이 없었다. 어학 요건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 이상을 요구해 역시 문제가 없었다.
2023년 3월 노아네러시아학원 학생 중에 3명이 장학금을 받고 안산대학교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학생이 많이 늘어 2023년 9월 마침내 초·중고등학교 과정에 100명 입학했는데, 이번에는 11학년 학생이 13명이나 되었다. 그만큼 노아네 학생들의 국내 대학 진학지도가 중요해졌다. 이에 2023년 10월 5일 안산대학교에서 견학을 겸한 입학설명회를 개최했다. 11학년뿐만 아니라 10학년과 9학년 총 34명 전원과 교사 3명이 참여했다. 물론 노아네 졸업생 중에는 한국외대에 입학한 학생도 있다. 2022년 최재형기념사업회 장학생은 인천대에, 2023년 장학생은 고려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아네러시아학원에서는 취업에 유리한 전문대학 진학을 더 추천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고려인동포 부모들 생각은 거의 한결같다. 자신들은 공장에서 미숙련노동자로 고생하지만, 자녀들은 전문직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당연한 바람이다. 필자는 서울국제학원과 노아네러시아학원 모두 설립 초기부터 주목하면서 성원해왔다. (<경기신문> 2018-1-11 「[숨n쉼]서울국제학원과 노아네러시아학원」 ) 귀환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 사회의 최대 현안이 자녀교육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아네러시아학원 임현숙 원장과 대화했다. 러시아학제를 마친 고려인 학생들이 한국대학에 들어가 한국학생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생하는 부모를 위해서라도 취업에 유리한 전공에 장학금과 기숙사비 지원을 받는 조건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지역 지방 대학(전문대학)의 취업에 유리한 제조기술(뿌리산업) 및 의료(보건사업) 전공을 선택한다면, 장차 한국의 주류사회로 살아가는데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현숙 원장은 필자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모들이 일하는 안산에서 통학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임현숙 원장은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대학과 전문대학 입학 관계자들이 노아네러시아학원에 와서 장학조건 등 입시설명회를 개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안산 선부동 노아네러시아학원 외에 인천 연수동 글로리아상호문화대안학교(1~11학년 155명) 등에서도 많은 고려인 학생이 러시아학제로 공부하고 있다. (<경기신문> 2023-5-21 「“세계를 이해하는 고려인으로 자라길”…인천 글로리아학교, ‘세계인의 날’ 기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