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아산 이순신고교 ‘꿈을 향한 질문중심 주제탐구’

2023년 5월 22일 개교식 행사에서 학교 안팎의 내빈과 재학생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아산뉴스>

“고려인으로 우리 이순신고등학교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을까?”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아산시 이순신고등학교(교장 김태균)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4~5명이 조를 이루어 탐구활동을 진행했다. 2024년 여름 꿈질주(을 향한 문중심 제탐구)에 참여한 팀이 무려 70개, 이미 팀 발표도 마쳤다. 인문계 고등학생은 1학년 때부터 대학입시 준비에 들어가고 학교도 주입식 교육 위주일 것으로 생각한 필자는 매우 놀랐고, 궁금했다. 2024-2학기 재외동포 이해교육을 신청한 이순신고등학교 역사 명미 교사가 보내준 ‘이음’ 팀의 2쪽 탐구개요서를 받고는 9월 11일 재외동포 이해교육 특강 전에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다.

강의 중인 필자. 강의실 테이블에는 학생들이 적은 소감과 질문 메모가 놓여 있다. 

8월 30일(금) 오후 3시 30분 이순신고등학교를 찾았다. 8월 27일 고려대 학술회의에서 만난 대구가톨릭대 신남희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최아영 연구교수도 동행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선물하려고 카자흐스탄 초콜릿을 준비했는데, ‘방과후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명미 교사도 손님들 음료수까지 준비했다. 한국사 시간에 ‘고려인’을 알려준 명미 교사의 지도가 있었겠지만, 이순신고 1학년 이음팀(김소현, 김연아, 정소윤, 조은비)의 ‘고려인 학생 학교생활 인터뷰 및 고려인 인식 조사를 통한 상호이해 방안 모색’ 탐구개요서를 재외동포청 재외동포 이해교육 담당자에게 보냈더니 “정말 훌륭하네요”라고 답신을 보내왔다.

학생들이 준비하고 진행한 재외동포(고려인) 특강

조은비 학생이 만든 포스터. ‘고려인에 관심있는 이순신고 1, 2학년 누구나’라고 적은 문구가 꽤 인상적이다. 

명미 교사를 통해 20~25명이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천안아산역에서 호두과자도 샀다. 특강 장소인 이순신고등학교 디지털음악실로 가다가 이음 팀원인 조은비 학생이 만든 수강모집 포스터를 보고 다시 놀랐다. 대학에서도 자발적인 참여가 쉽지 않은데, ‘관심 있는 소수 학생’이라면 수업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강의실에 들어가 보니 이미 명미 교사가 음료수를 준비했고, 이음 팀 학생들도 소감과 질문을 적을 스티커 종이를 책상에 붙이고 있었다. 대학보다 더 잘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순신고 김연아, 정소윤 학생, 역사교사 명미, 조은비, 김소현 학생, 필자(왼쪽부터)

이음 팀의 정소윤 학생이 강사 소개를 하고 강의 후에 스티커에 질문과 소감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의 준비와 진행에 또다시 놀랐다. 필자는 ‘고려인, 누구인가? 왜, 한국으로 귀환하나?’ 주제로 강의하면서 학생들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경청하고 있었다.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먼저,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과 소감을 읽었다.

수강 학생의 소감과 질문들은  다양하고 적확했다. 

“고려인은 왜 그들의 민족성을 끝까지 유지하려 하는가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고려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한지?” “고려인이라는 말만 알고 있었는데,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고려인에 관한 여러 기사와 칼럼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고려인과 재외동포의 이해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관련이 있는지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특강을 통해 주변에 있는 많은 고려인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한 활동을 만드는 데에 알아보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순신고등학교 재외동포 이해교육 특강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특강 후에 명미 교사가 “사회주의, 콜호즈 등은 학생들이 개념 자체를 이해하는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지적했을 때, 초등학생 특강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특강도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순신고 1학년 [이음] 팀의 탐구개요서 첫 부분

기다려지는 이순신고 1학년 ‘이음’ 팀의 10월과 12월 행사

탐구개요서에 적은 10월 21(월)과 12월 행사에 대해 팀리더 김소현 학생에게 물었다.

“탐구를 시작하며 저희 팀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진행했던 고려인 인식 설문조사에서 ‘인식이 좋고 나쁘고 할 것 없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고려인 학생들에 대해 많은 학생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교 내 학생들에게 고려인에 대해 알리는 행사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10월 21일 행사에서는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점심시간 급식실 앞에 공간을 마련하며 고려인의 역사에 대해 알려준 후 퀴즈를 맞히면 작은 간식을 주는 방식으로 할 것입니다. 또 12월 행사 때는 작은 토크쇼를 개최할 건데 직접 고려인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이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저희가 대신 전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야기하는 당사자인 고려인 학생들이 이 토크쇼에 참여 의사를 밝혀야 실현 가능할 것입니다.”

광주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 2016년 재외한인학회가 광주고려인마을을 방문할 당시 사진이다. 

2013년부터 10월 제3주 일요일을 ‘고려인의 날’로 기념해온 광주고려인마을의 행사를 한국의 고려인사회가 함께 지키는 행사로 알고 있었다. 차제에 광주고려인마을 및 관련 단체에서 이순신고 ‘이음’ 팀 학생을 제12회 고려인의 날 행사에 초청하면 어떨까. 특별히 이순신고등학교 강당에서 개최할 예정인 12월 토크쇼 행사도 고려인 단체 등에서 성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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