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전북백년포럼에 거는 기대…열정·비전과 실천

전북백년포럼 참석자들. 왼쪽부터 이규택(전북테크노파크원장, 이현웅(전북자치도 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 김대식(전북국제협력진흥원장), 나해수(전북자치도 교육소통협력국장), 이남호(전북연구원장), 최병관(행정부지사), 김정태(전주상공회의소회장), 임영상(한국외대 명예교수), 전정희(전북여성가족재단원장), 한종관(전북신용보증재단이사장), 오진규(남원의료원장), 최정호(전북개발공사장)

 

전국 28개 인구감소지역 지자체가 수행한 2022~2023년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서 전북자치도는 가장 많은 400명(총 1500명)의 우수인재 쿼터를 배정받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이 많이 일하는 대규모 산업단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취업박람회 개최 및 우수인재의 거주 혹은 취업을 도내 14개 시군으로 확대한 결과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정규사업화가 된 2024년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에서도 전북자치도는 총 3291명의 우수인재 가운데 가장 많은 703명을 배정받았다.

전북의 10개 시군을 포함해 전국 66개 인구감소지역이 수행 중인 2024년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은 외국인 우수인재뿐 아니라 동포가족 유치·정착 사업도 중요해졌다. 2024년부터 유형2(동포가족) 비자 신청자도 광역지자체 장의 추천을 받고 또 그 성과가 2025년 유형1(우수인재) 쿼터 배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동포집거지’가 부재한 전북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5월 14일 필자는 2024 전북백년포럼(주최 전북특별자치도, 주관 전북연구원·전주상공회의소)에서 “전북 동포(고려인)마을, 왜 그리고 어떻게?” 주제로 발표했다.

조인트세미나를 주재하는 김동영 박사(왼쪽)와 답변하는 필자(오른쪽)

전북 동포(고려인)마을, 익산시·정읍시·임실군


필자는 ’어떻게? 어디에? 부분‘을 더 나누고 싶었다. 마침 전북연구원이 포럼에 이어 전북 미래백년/조인트세미나(“전북 동포(고려인)마을 조성을 위한 실행방안 모색”)를 개최했다. 포럼에 참여한 김정기(전 KBS 피디), 전승일(한국문화연구원장), 주춘매(전주착한벗들센터장), 김태영(전주글로벌시민학교장) 등도 조인트세미나까지 같이 했다. 전승일, 주춘매와 필자는 김태영 목사의 장동교회에서 오찬 대화도 가졌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역사적인 조국 대한민국으로 이주한 고려인동포 가족은 먼저 한국에 와있는 가족, 친척 등 네트워크를 통해 이주하고 있다. 안산과 인천, 광주와 경주, 김해와 아산 등 이미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고려인마을‘을 떠나 이주할 수 있는 동인(動因)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저렴한 주거, 자녀교육의 비전, 그리고 기존 고려인마을과의 접근성(교통) 등이다. 대학과 특성화고의 유무도 고려인동포의 이주에 중요할 수 있다. 한족 배우자(F-1 비자)와 사는 중국동포도 이주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남의 관문이자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인 익산은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1시간 10분이다.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관심지역‘이나 익산시는 이미 다문화이주민+센터(익산역), 글로벌문화관(중앙동) 등 이주민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이다. 주변에 저렴한 주거만 가능하면 당장에라도 수도권의 고려인동포 가족이 이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광대와 원광보건전문대, 2025년 마이스터고(국제에너지고)로 새롭게 준비 중인 이리공업고와 2024년 특성화로 유명해진 원광보건고 또한 자녀교육에 열성인 고려인/중국동포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익산시 글로벌문화관 외관과 세계요리 경연대회 

익산역에서 조금 더 내려가는 정읍시도 전북과학대와 특성화고인 (글로벌)학산고가 있어 유리하다.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승용차/기차로 40분인 점도 중요한 이점이다. 전국의 거점 대도시 가운데 하나이자 1천만 관광객을 돌파한 한옥마을의 고장 전주는 전북 동부권의 인구감소지역과 연계해 고려인동포가 거주 혹은 취업할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예원예술대와 임실치즈과학고가 있는 임실군이 유망해 보인다.

그 외 지평선 산단이 있고 전주, 익산, 군산이 지척인 김제와 전북대 고창캠퍼스가 있는 고창과 부안베이커리고가 있는 부안 등 다른 도시들도 얼마든지 동포(고려인) 가족을 초청할 수 있다. ’관심지역‘인 익산을 비롯한 10개 인구감소지역 지자체마다 동포가족 유치·정착을 위한 안내 브로셔를 준비하고, 8월 말경에 동포(고려인)마을 활동가와 동포 리더를 초청하는 ’익산역 출발 팸투어‘가 필요할 것이다.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김기영 연구위원의 <고려인 고학력 여성의 초국가주의적 선택과 전략: 이주와 자녀교육을 중심으로>를 읽었다. 또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고려인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안산 고려인마을에서 이사해 한국 학생들이 다수인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을 알았다.

인천 연수동 함박고려인마을에서 디아스포라연구소를 운영하는 박봉수 소장도 인천교육청에서 고려인 엄마들과 나눈 대화를 전해주었다. “엄마, 러시아 애들하고 어울리기 싫어요. 이사해요. 한국 학생으로 살고 싶어요.” 수원에 사는 중국동포가족도 학교선택에 민감했다. 지방 도시에 작은 동포(고려인)마을이 가능한 이유다.

한국살이 중인 고학력 고려인 여성들은 잘 안다. 자녀들이 한국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전문가로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 학생도 가고 싶어 하는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을 시켜야 한다는 것을. 물론 아직도 고려인은 모여 살아야 하고 자녀의 방과 후에도, 부모의 퇴근이 늦어지는 야간에도, 주말 특근 시에도 자녀 돌봄이 가능한 ‘동포지원센터’가 필요하다. 기존의 가족센터로는 어렵다. 가족센터 공간에 ‘동포지원센터’를 마련할 수는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한국인과 또 고려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고려인도 필요하다.

전주장동교회의 사회선교 증표들

지난 번 전북백년포럼과 조인트세미나를 마치고 방문한 전주장동교회. 교회 자체가 전주글로벌시민학교로 이주민(청소년)에게 ‘빛’이 되고 있었다. 전주글로벌시민학교는 이미 전북의 동포(고려인)마을 동포지원센터에 협력할 수 있는 시니어 봉사자들을 지속해서 양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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