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전체 15%가 다문화 출신 천안신부초교, 고려인 정착 롤모델 어떻게?

새로 생긴 신부동 고려인마을 상점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재외동포청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재외동포 이해교육’으로 5월 23일 천안신부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재외동포청이 보낸 신부초등학교 한국어학급 이인숙 교사가 작성한 ‘교육 요청 사항’을 받고서 뜻밖이었고, 또 너무 반가웠다. 고려인과 한국 학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그랬다.

천안신부초등학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의 고려인 밀집지역 소재 초등학교로 전체 학생의 약 15%가 다문화가정 학생이며, 그중 대다수가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적의 학생들이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 이해를 통해 ‘외국인’이라는 편견을 줄이고, 다문화 학생과 비(非)다문화 학생 간 통합을 위해 서로 한발 다가설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천안신부초등학교 주변지도 

천안버스종합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이 도보로 5분, 천안역도 가까운 천안 신부동(新富洞)에 있다. 단국대, 상명대, 호서대, 백석대도 멀지 않다 보니 대학생 등 천안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구도심이라 각종 의료기관들도 있고 구축(舊築)아파트와 구축(舊築) 주택이 많아 ’집값이 싸고‘ 주변 ’산업단지 출퇴근이 편리해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선호하는 곳이다.

가족을 동반한 고려인에게 신부동은 교육여건도 좋아 고려인공동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천안신부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주변 천안신안초등학교와 천안희망초등학교에도 고려인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천안의 사립명문인 북일고등학교도 이곳에 있다.

10년 전 지역언론의 보도로 ‘천안의 고려인’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충남시사신문> 2014-1-28 ‘고려인들, 천안에 이렇게 많았나?’) 2024년 사통팔달의 ’천안사거리‘ 신부동은 이미 2천명 넘어선 천안 고려인마을의 중심이다. 2019년 조사(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의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때에 보지 못했던 고려인 상점들이 많이 늘었다.

전국의 고려인마을에서 만나는 임페리아 푸드, 평택 포승과 아산 둔포에서 보았던 식품점 타타와 꽃집 밀리, 지역주민들도 자주 찾는다는 메가식당과 레슬링클럽 엘리저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고자동차 구매 등 고려인의 한국살이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천안센터’도 생겼다.

필자가 천안신부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고려인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필자는 초등학교 6학년 120명 학생에게 120분 동안 고려인의 역사를 어떻게 소개할까 하다 유튜브 동영상(5개) 자료와 퀴즈(5회)도 준비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도 없이 100분이 금방 지나갔다. 카자흐스탄 초콜릿 퀴즈 상품도 한몫 했겠지만. 한국어학급 이인숙 교사의 ‘친구 나라 알기’ 사전 수업(3학년과 5학년에 각기 10시간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원어민 교사의 고려인과 중앙아시아 소개)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부초 학생들은 같이 공부하는 ‘고려인’ 친구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었다.

이인숙 교사와 가진 특강 전후 두 차례 대화는 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청소년의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라 부모들이 아이를 맡겨놓고 일을 하러 가도 괜찮은데, 유치원이나 학교는 교육기관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장수업을 하러 갈 때 늦게 와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도시락도 싸 오지 않아 교사가 준비한 도시락을 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챙겨 보내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도 ‘죄송하다’든지. 아예 반응이 없었어요. ‘배려’를 ‘권리’로 아는 것이 아닌지?”

천안신부초등학교 교사들은 고려인 학생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러시아어 공부도 하고 있다. “고려인은 누구인가요? 왜, 대한민국에 살아요?” 등의 재외동포 이해교육 특강에 교장선생님과 6학년 담임선생님 4분도 함께 했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이인숙 교사와 카톡 대화를 나누었다. 학생들도 좋아했고 선생님들도 고려인 동포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인숙 교사의 소감이 감사했다. “‘고려인의 역사’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이제껏 ‘고려인’을 단순히 외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대상으로 고려인 역사 강의를 한번 더 해주면 좋겠다” “러시아어로 고려인 역사 강의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고려인 학부모 대상 강의도 주선하겠다”

한편 필자는 지난 5월 14일(화) 전북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전북연구원·전주상공회의소가 주관한 2024 전북백년포럼의 제1강으로 ‘전북 동포(고려인)마을, 왜 그리고 어떻게?’를 발표한 바 있다. 천안 신부동 고려인마을을 다시 둘러보면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시행 중인 인구감소지역에서 ‘외국국적동포 사업’이 가능한 곳은 대학이 있는 도시로 교통이 편리한 구도심 지역이 적절할 것임을 생각했다.

‘외국인우수인재’와 달리 ‘외국국적동포’는 당장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동반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89개 인구감소지역뿐만 아니라 18개 관심지역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광주광역시 동구, 경상북도 구미시 외 5곳, 경상남도 사천시와 통영시,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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