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온양용화고 ‘중도입국 고려인 학생’ 교육현장을 가다

온양용화고교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재외동포청의 재외동포 이해교육 일환으로 충남 아산시 온양용화고등학교(교장 방상욱)를 다녀왔다. (1차 9월 6일, 2차 9월 20일) ‘재외동포 교육’을 신청한 한국어학급 최은혁 교사와 사전 대화를 가졌다. 아산의 다른 고등학교는 고려인 학생이 10명 이내인데, 온양용화고만 90명이다. 한국어학급의 정원도 15명이지만 어쩔 수 없이 35명을 받아 칸막이를 치고 지도하고 있다.

한누리교실 공고문

 

문제는 2025년 이후다. 관내 중학교에 알아보니 2025학년도에 100명 이상의 고려인 중학생이 진학할 예정이다. 충남교육청 차원을 넘어 교육부 차원에서 사전 대책이 절실하다. 한국어학급을 늘릴 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서 학생·교사 모두에게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온양용화고 학생에게 강의 중인 필자

9월 20일에도 ‘고려인은 누구인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어떻게 살았는가? 왜, 한국으로 귀환하는가?’를 주제로 1학년 12개 반 학생 중에 6개 반 학생에게 강의했다. 강의 시작 전에 앞줄에 앉은 5명의 학생에게 물었다. “오늘 고려인 강의를 할 것인데, 고려인이 누구인지 아느냐?” 아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온양용화고등학교는 ‘다름과 자존감이 빛나는’ 행복한 배움터에 걸맞게 고려인 학생을 교육해왔다.

한국어시험(토픽) 6급을 받고 이미 한양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학생도 있다. 1학년 때 수업을 알아듣지 못해 늘 엎드려 자기 일쑤인 고려인 학생 아흐마토바 카밀라 양도 ‘다름과 자존감이 빛나는’ 학생이 되었다. 도서담당이었던 최은혁 교사가 틈틈이 지도해 2학년 때 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지금 3학년에서 학급 반장이 되었다.

온양용화고는 2022년 10명의 고려인 학생이 2023년 30명으로 세배나 늘어날 것으로 보여 2023학년부터 한국어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학급을 운영하자 고려인 학생이 더 많아져 2024년 50명이 들어왔다. 2025년에는 100명이 넘지 않을까 걱정이다. 관내 중학교에 문의한 결과다. 지금 당장 온양용화고뿐만 아니라 충남교육청, 아산시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비해야 할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다문화 밀집학교와 한국어학급, 둔포에 충무고등학교 설립

2024년 충남 아산시에 사는 고려인이 8,300여 명에 이른다. 2만 명이 넘은 경기 안산시 다음이다. 신창면과 둔포면에 고려인동포 가족이 많아진 결과다. 신창초등학교와 둔포초등학교는 현재 75%와 80% 내외가 고려인 학생이다. 재학생 100명 이상이면서 이주 배경 학생이 30% 이상인 ‘다문화 밀집학교’의 대표 사례다. 당연히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 이에 2024년 8월 30일 둔포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충남도의회 교육위 현장 방문에 참여한 의원들은 학생·교사 모두를 위해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 점을 활용한 외국어교육 특성화 학교 운영”과 “분산배치를 통해 다문화 학생 비율을 3분의 1 정도 유지” 방안 등을 제시했다. (<충남일보> 2024-09-01 “‘다문화 밀집학교’ 아산에만 7개…학생·교사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외국어교육 특성화 학교 운영’은 2021년 3월에 개교한 한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경기도의 초중고 통합형 공립 대안학교인 군서미래국제학교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동아일보> 2024-01-04 “다양한 언어-문화 접하며 시야 넓혀… 소통 잘하는 글로벌 인재로”) ‘학생의 분산배치’의 사례는 대구교육청이 달성군 북동초등학교에 고려인 학생이 절반이 넘게 되자 한국어학급을 2개 늘리고 또 이웃 논공초등학교에도 1개 학급을 신설한 경우다. 고려인 학생을 나눈 결과, 가르치는 교사도 부담이 줄어들고 학급 분위기도 좋아졌다. (<아시아엔> 2023-7-11 “[달성 고려인마을②] 대구논공초등학교에서 만난 이태윤 교사”)

2023년 현재 전국적으로 303개 초중등학교에 527개 한국어학급이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특별학급(정식학급) 지위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힘든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 등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교육을 집중적으로 수업하고 있다. 입학생이 감소해져 다문화, 특히 고려인 학생이 많아진 경주디자인고, 김해건설고, 충남인터넷고 등 특성화 고등학교에 한국어학급이 운영되고 있는데,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시작되었다. 온양용화고 외에 대구 화원고, 청주 봉명고 등이다.

대구 화원고등학교의 한국어학급 허재봉 교사와 대화했다. 달성군교육지원청에서 관내 다문화 학생들도 진학할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학교가 받아들여 2023학년부터 한국어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화원고의 한국어학급에 배정된 학생은 12명이다. 화원고에 중도입국한 중국과 베트남 학생 각 1명(통역 멘토 활용)을 제외한 중학교를 거쳐 들어온 10명의 학생은 이중언어 강사가 불필요한 상태다. 온양용화고와 청주봉명고는 다문화(러시아어) 강사를 1명 초빙했다. 9.20일 특강에서 만난 안카리나 학생은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들어온 중도입국한 학생이다. 한국어 개인 수업을 받고 있으며, 이중언어 강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지금 당장도 어려운데 내년부터 온양용화고의 고려인 학생지도가 걱정이다. 고려인마을을 탐방하면서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협력 교육’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필자의 소견이다. 첫째, 충남에도 중·고등학교에 편입하는 ‘고려인 청소년 대안학교’가 필요하다. 경기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안성 공도읍)와 경남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김해 진영읍)의 학력 인정 과정과 학교 밖 학교 수업이 좋은 사례이다. 아산시가족센터가 운영하는 ‘한누리교실’과 충남교육청이 순천향대와 남서울대에 위탁해 운영하는 한국어학급(초·중학생) 프로그램보다 한 단계 높아져야 한다. 안성과 김해의 사례를 참고해 온양용화고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대안학교가 시급하다.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 자퇴 및 자퇴 상태의 고려인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둘째, 교육부(중앙다문화교육센터)와 여성가족부(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등 관계 기관의 협력과 지원이다. 교육부와 여가부 관계자들도 이미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 교육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충남교육청과 아산시는 고려인 학생 교육지원 계획을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성가족부가 이주배경 청소년의 정착을 돕던 ‘레인보우스쿨’ 예산을 7억 원가량 삭감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경향신문> 2024-09-19 “이주배경 청소년 느는데, 정착 돕던 ‘레인보우스쿨’ 여가부 예산은 ‘싹둑’”) 담당자가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의문이다.

덧붙여, 2025년 3월 둔포에 신설될 충무고등학교의 교과운영과 고려인 학생지도가 기대된다. 둔포 주민의 오랜 노력 끝에 이루어진 충무고등학교 신설은 둔포뿐만 아니라 아산 전체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충무고등학교는 둔포 고려인마을의 여건을 고려하여 러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인재를 교육하는 ‘국제고등학교’를 지향할 수 있지 않을까. 영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경험이 많은 고려인 교사를, 중앙아시아까지 공모하여, 채용할 수 없을까. 고려인 교사는 자연스럽게 고려인 학부모회를 주관하고 (한국인 교사와 협력) 대학진학 및 취업상담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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