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곤지암 고려인마을] 은퇴 김홍배 선교사의 눈물과 기도의 ‘선물’

카자흐스탄 선교사역을 마치고 곤지암에서 귀환 고려인동포를 섬기는 김홍배 선교사 내외.

마을 유휴시설 활용 외국인주민 서비스 ‘활발’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전국 고려인마을을 둘러보면서 지역 유휴시설이 고려인동포의 한국살이를 지원하는 단체나 기관으로 사용되는 사례를 확인했다. 안성시 대덕면 내리 마을회관·경로당 2층이 광덕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후 돌봄서비스 기관인 안성시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또 김해시 진영읍 경남단감원예농협 2층이 중도입국 고려인청소년지원센터인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등이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1리 마을회관·노인정 2층 또한 아우름다문화센터·교회로 곤지암 고려인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선주민과 외국인주민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피차 유익이 아닐까? 특히, 도·농어촌 복합 지역의 유휴시설이 우리가 함께 사는 외국인주민의 정착을 돕는 시군(위탁기관)이나 민간단체 활동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의 충북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도 진천전통시장상인회사무실의 일부를 이용하고 있는데 공간 확대가 필요해 보였다. (<아시아엔> 2023-8-5 「[진천 고려인마을②] 나그네 대접 잘했더니 100개월 연속 인구증가」)

곤지암 고려인의 생활중심지 곤지암 소머리국밥거리

곤지암 고려인들이 애용하는 러시아 마트

경강선(판교~여주) 경전철 곤지암역에서 도보로 15분이면 도착하는 곤지암 소머리국밥거리 동네인 곤지암1리 마을회관이 곤지암 고려인마을의 중심이다. 500명에 이르는 고려인 주거지는 곤지암역 뒤편 방값이 저렴하고 역에서도 가까운 신대리(新垈里)다.그러나 고려인 자녀들이 다니는 곤지암초등학교와 곤지암중학교, 그리고 고려인들이 이용하는 카페와 마트 등 곤지암의 중심지인 소머리국밥거리도 곤지암 고려인마을이다. 특히, 매주 100여 명의 고려인동포 가족이 모여 예배와 한국어공부, 친교를 나누는 아우름다문화센터가 마을회관·노인정 2층에 있다.

곤지암1리 마을회관·노인정 2층을 사용하는 아우름다문화센터·교회 앞에서. 왼쪽부터 김홍배, 김지영, 이근영, 반충무, 필자


은퇴 선교사의 아름다운 제2의 선교사역

어떻게 곤지암 소머리국밥거리가 곤지암 고려인의 생활공간이 되었나? 2013년 20년간 카자흐스탄 선교(교회+신학교)사역을 마치고 65세에 귀국한 김홍배 선교사. 파송교회에서 마련해준 곤지암 선교관에 살게 된 김홍배 선교사 내외는 “100세 시대인데 은퇴 후 무엇을 할까?” 하고 은퇴 2년 전부터 고민하는 중에 한국사회도 외국인 이주민이 늘어나 다문화가 주요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다문화 선교사역에 집중하는 한국교회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정류장)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거나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적은 아우름다문화센터 안내지’를 나누어 주었다. 한국인과 결혼한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운영하는 우즈벡식당도 찾아가 러시아어로 인사도 나누었다. 러시아어로 통하니 쉽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가족동반 고려인 및 이주민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마침 곤지암1리 마을회관·노인정 2층을 저렴하게 임대해 2014년 1월 30일 아우름다문화센터에서 고려인동포들과 첫 만남을, 2014년 4월 20일에는 첫 예배를 드렸다. 지금은 100여 명의 고려인 등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매주 모여 예배를 드린다. 예배 후에 전 교인이 중앙아시아 볶음밥인 플롭과 당근채인 마르코피 등으로 점심 식사도 함께 나눈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도 20여명 된다. 고려인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자원봉사로 일요일 예배 전후에 한국어교실(초급반, 중급반)도 열고 있다.

아우름다문화센터의 초기 역사 <아우름다문화센터 제공>

곤지암 고려인들, 이제 스스로 돕는 공동체 만들어

처음에 김홍배 선교사는 고려인동포 가족을 위해 공항 마중부터 주택과 일자리 소개, 학교 편입학과 은행구좌 개설 등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고려인의 한국살이를 도왔다. 아무래도 카자흐스탄 20년 선교사역 덕분일까. 카자흐스탄 고려인이 많은데, 곤지암 고려인공동체도 벌써 10년째다. 코로나19 이후 줄었다가 다시 서서히 늘고 있다. 이제 한국어도 잘하는, 먼저 자리 잡은 고려인동포가 새로 들어오는 동포를 위해 온갖 서비스를 도맡고 있다.

특히 일자리도 알아서 구하고 있다. 스스로 돕는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아우름다문화센터·교회 운영도 완전 자립단계로 접어들었다. 아래는 2022년 12월 7일 한국어교육 전문가인 이근영, 김지영 박사 등과 함께 곤지암 아우름다문화센터를 찾았을 때, 김홍배 목사님이 들려준 말이다.

“십일조로 52만원을 헌금하는 고려인 성도까지 있습니다. 가족과 정착하려는 고려인동포들은 야간작업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매일 밤 9시까지 일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제자를 양성해 전국의 고려인마을에 선교사 10명을 보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주일예배 후의 점심식사. 플롭(우즈배키스탄 볶음밥)과 마르코피(당근채) 등이 제공된다.

카자흐스탄에서 선교하다 은퇴 후 다시 고려인동포를 섬기는 김홍배 선교사, 타지키스탄에서 사역하다 화성시 남양읍에서 고려인 어린이집과 러시아학교를 운영하는 고가이 스베틀라나 목사,(<아시아엔> 2023-7-25 「[화성 고려인마을⑥] 타지키스탄 출신 스베틀라나·스텔라 모녀가 섬기는 고려인공동체」 러시아선교 대신에 양산시 북정동에서 고려인교회와 학원을 운영하는 김동원 목사(<아시아엔> 2023-6-10 「[양산 고려인마을②] 구심체 역할, 하나인교회와 고려인마을학원」) 등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화를 아는 지도자들이 전국의 고려인마을에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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