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선부동 노아네러시아학원①] 학생·교사·학부모 100여명 공동체 생활

대림동 서울국제학원과 선부동 노아네러시아학원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3년 6월 5일 재외동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으로 공식 출발한 재외동포청. 그 전신은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이다.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 신분인 중국과 CIS 지역 출신 재한(在韓) 중국 및 고려인동포 사회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 2015년부터다.

한국체류 동포에 대한 조사연구사업뿐만 아니라 재단의 임직원들이 서울의 중국동포타운과 안산·광주의 고려인마을을 방문하고 현안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법무부가 2014년 4월 재외동포(F-4), 2015년 4월에는 방문취업(H-2) 동포에게 가족동반을 허용하면서 중도입국 동포 자녀들이 많이 들어오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

한국에 온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가족 상봉의 기쁨도 잠깐,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중국에서 조선족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그나마 언어적 어려움이 덜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족(漢族)학교를 다닌 동포자녀들은 중국인과 다름없었다.

2014년 9월 ‘중국동포의 수도’인 영등포구 대림동에 서울국제학원이 설립되었다. 중국에서 교사를 역임하고 한국에 들어와 한국외대 중국어과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한 문민 원장은 학원 설립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국제학원 아홉번째 이야기책

“학원이 마치 ‘한국어 응급실’ 같았어요. 당장 내일 학교에 가야 하는데 자기 이름을 쓸 줄도 모르고, 인사할 줄 모르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포자녀들의 학구열이 대단했어요. 습득이 빨랐고 한국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어요.”

서울국제학원에서는 해마다 교육 일기를 모아 <서울국제학원 이야기> 소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2024년 개원 10주년을 맞아 <서울국제학원 열 번째 이야기> 소책자를 준비 중이다. 매번 100권을 인쇄하여 주로 학부모께 드린다고 한다. 

‘한국어 응급실’로 시작한 서울국제학원은 10년을 맞아 6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했고 현재 6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중학교 시절에 한국에 와서 국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도 계속 늘고 있다.

“우리가 한국에서 살고 싶지만, 아이들이 언제 다시 러시아로 돌아갈지 몰라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러시아어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해요.”

경기도 파견으로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임현숙 원장이, 2015년 안산에서 다시 만난 볼고그라드 고려인들 요청으로, 고려인 중도입국 학생을 위한 노아네러시아학원을 설립한 배경이다. 안산교육지원청에 ‘러시아학원’으로 등록했지만, 러시아 학력인증을 받는 러시아학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러시아에서와 똑같이 러시아 정규교과과정을 전일제로 수업하고 있다. 한국어 담당 한국어 교사 외에 모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교사를 역임한 고려인과 러시아인 교사 출신이다. 한국에 있는 러시아교육기관이다. 9학년과 11학년에 주한러시아대사관 혹은 러시아 현지 초중등통합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후 러시아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안산의 노아네러시아학원 외에 서울과 수원, 인천, 부산에도 ‘러시아학교’가 있다.

2023년 9년째를 맞이한 ‘노아네’ 러시아학교는 초·중·고생 100여 명과 14명의 교사가 고려인 요리사가 준비해주는 급식을 먹으며 공동체로 살고 있다. 교육을 위해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지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족이 되었다. 사실 고려인 학부모들이 역사적 조국인 대한민국에 와서 자녀교육을 위해 러시아학교를 선택하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한국학교를 선택한다.

전국의 고려인마을마다 고려인 학생이 50%가 넘는 초등학교가 여러 곳이다. 이제 중학교도 고려인 학생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선부동 소재의 한 중학교는 20명 한 반에 12~15명이 고려인 학생이다. 고려인 학생들은 수적으로 많아도 부족한 한국어와 문화의 다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노아네러시아학원에서는 고려인 학생들의 한국생활, 문화적응을 돕기 위해 ‘다문화청소년문화클럽 방주’를 설립했는데, 2021년에는 ‘방주’ 산하에 한국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을 열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교사 출신 노아네학교 교사들

방과 후 교실에서는 한국학교 수업을 끝내고 온 학생들이 모여 국어, 영어, 수학, 체험학습 등을 하면서 지낸다. 경제적이나 문화적으로 국내의 학원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주로 모인다. 또 ‘방주’ 산하에는 한국어센터가 있어 성인들을 위한 한국어와 한국어능력시험(토픽)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공동체로 생활한 9년의 세월 동안, 한국생활에 익숙해진 고려인 교사들과 한국인 교사가 협력하여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노아네러시아학원은 서울의 남포교회와 안산의 교회, 안산시 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 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한국문화교육 외 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세계시민포럼 후원)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 11학년 학생 1명에게 1년씩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아시아발전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노아네 점심 급식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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