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고려인마을①] 중앙아시아 대사 출신 김창규 시장의 ‘열정’ 마침내…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꼭 1년 전인 2022년 10월 27일 아시아발전재단(이사장 김준일)은 국회의원 엄태영, <아시아엔>과 함께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형2(동포가족) 사업 또한 ‘인구위기에 대응하고 지역균형발전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사업 수행 지자체에 알리고 무엇보다도 고려인동포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2022년 9월 5일 1차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 수행 지자체나 언론 모두 외국인 우수인재(유학생)를 선발하는 유형1 사업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지역의 공장과 농어촌에서 필요한 인력(개인)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그러나 유형2(동포가족) 사업은 처음부터 가족동반 상태로 이주·정착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지역의 경제·생활인구에 영향을 끼친다. 국내 최대 고려인 집거지인 안산시의 선일초등학교가 고려인 아동의 증가로 폐교 위험을 극복하고 국제혁신학교로 살아난 것이 좋은 사례다.
중국동포는 말할 것도 없고 고려인동포 사회도 2세 자녀교육을 위해 수도권을 선호한다. 그러나 현재 고려인동포는 광주와 경주, 김해, 아산과 청주 등 지방에 고려인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으므로 인근의 인구감소지역 중소도시로 이주해 정착하면 한국사회도 고려인동포도 서로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필자가 생각한 ‘고려인 콜호즈’는 소련 시대 명칭이지만, 사실은 고려인 마을(집단농장)이다.
국회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에 지방의 고려인마을 활동가를 먼저 초청한 이유다. 대한고려인협회, 그리고 법무부와 행안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2차 공모를 준비 중인 제천시도 초청했고, 김창규 시장이 바쁜 일정에도 직접 토론회에 참여했다.
2022년 12월 5일 제2차 선정까지 전체 28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수행자로 시범사업(2022.9.4~2023.10.3)을 마쳤다. 유형1(외국인 우수인재) 사업은 경북, 전북, 충북 등의 경우, 법무부가 배정한 인원을 전원 추천했고, 법무부도 외국인 우수인재에게 가족초청도 가능한 체류비자(F-2)를 부여했다. 지역에 새로운 (외국인)주민이 늘었으니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무부에 보고된 유형2 사업의 성과는 사실상 경북 영천시가 유일하다. 경주 고려인마을 활동가인 장성우씨가 영천시 고려인통합지원센터를 설립(2022.3월), 수도권과 경주에서 이주한 200여 명의 고려인 동포가족이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등록하는 것을 도왔다. 영천시에 이주·정착한 방문동거(F-1) 비자 동포가족도 ‘일할 수 있는’ 허가증이 부착된 여권을 소지하고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다.
영천시의 경우, 민간단체인 영천시 고려인통합지원센터가 고려인가족의 이주·정착을 돕고 있다. 그런 만큼 센터 설립과 운영비 등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왔고, 사실상 영천시와 지역사회의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주거와 직장을 찾는 일부터 어려움이 많았고, 일부는 다시 이전 거주지로 돌아가거나 방문동거(F-1) 비자로 불법 취업한 것이 드러나 범칙금을 물었다.
SNS를 통해 영천 소식이 알려졌다. 유형2(동포가족) 사업이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방문동거(F-1) 비자 소지자에 대한 ‘비자 특례’ 조치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동포가족의 입장이다. 배우자의 질병 등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에는 범칙금을 크게 감면하고 사회통합교육 등을 받게 하면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28개 사업 수행 지자체 중에는 원래의 사업제안과는 달리 유형2 사업은 시행하지 않은 곳이 많다. 아니 유형1 사업 시행도 버거웠고, 유형2 사업은 동포가족 스스로 서류를 작성해 지방의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등록하게 되어 있다. 굳이 비자 사업 담당자가 나설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영천시도 시민단체가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제천시는 달랐다.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에 참가한 지자체답게 ‘예산과 전담인력, 지역사회 협력’을 갖춰 나가면서 고려인동포의 유치와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해왔다.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만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2023년 10월 24일 제천시 재외동포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이제 출발이지만, 단순히 필요한 인력으로서 고려인동포(가족)의 ‘유치’가 아니라 제천시민으로 함께 살자는 ‘초청’이었다.
먼저, 제천시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조례’를 제정하고(2023.4)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협력관 위촉 및 고려인 단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인구감소시대 고려인동포의 이주정착 지원사업의 의의와 종합계획을 설명하는 시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관내 9개 협력 기관·단체(제천시청, 제천교육지원청, 제천경찰서, 충청북도국제교육원, 제천단양 상공회의소, 세명대학교, 대원대학교, 제천서울병원, 세명대학교 한방병원) 다자간 업무협약도 맺었다. 또 이주정착 지원사업 홍보, 이주자 발굴 및 추천, 각종 행사 협력 등을 위해 대한고려인협회와도 협약을 체결했다.(2023.6)
이어서 제천시는 대한고려인협회와 함께 고려인 청소년 여름 캠프를 개최하고(2023.7) 제천시 공인중개사협회와 고려인동포 주택 연계 지원 업무, 관내 병원과는 고려인동포 의료비 할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2023.8)
이처럼, 고려인 초청 관련 인프라를 갖춘 후에 제천시는 이주·정착 희망하는 고려인동포를 모집하면서 재외동포지원센터 민간위탁 사업자로 세명대학교·대원대학교를 선정했다.(2023.10) 제천시는 대원대학교의 생활관을 102명이 체류할 수 있는 숙소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재외동포지원센터로 개조했다. 고려인 전문가인 전직 러시아 외교관을 센터장으로 초빙하고 고려인동포와의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사할린 한인동포를 직원으로 채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