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고려인마을①] 외국인주민 비율 15%, 전국 1위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필자는 전남 영암과 충북 음성을 오래 전부터 꼭 방문하고 싶었다. 아래 기사을 읽고서다.
“외국인 인구 비율 10% 넘어선 영암·음성은 ‘작은 아시아’”(<중앙일보> 2016년 12월20일자)
“안산 12%, 음성 15%가 외국인…”(<조선일보> 2021년 6월28일자)
“‘이주노동자의 도시’ 음성”(<경향신문> 2022년 4월13일자)
‘군 단위’ 이주노동자의 도시, 충북 음성과 전남 영암. 궁금했다. 어떻게 농촌 지역 외국인주민이 전체 주민의 10%를 넘어 12~15%까지 되었나? 2016년부터 영암·음성이 ‘이주노동자의 도시’, ‘작은 아시아’로 주목을 받았는데, 마침내 2019년 11월 1일 기준 음성군이 15%로 전국 1위가 되었다.
영암군은 12.6%로 7위. 한국의 대표 다문화도시 안산시가 13%로 5위였다. 2023년 6월 12일 음성을 찾았다. 영암은 7월 1일 방문했는데, 이로써 필자는 안산시(경기), 화성시(경기), 포천시(경기), 김해시(경남), 달성군(대구)에 이어 음성군(충북)과 영암군(전남) 등 ‘한국 속의 대표적인 다문화 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음성군에 외국인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산업단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이후다. 수도권과 가깝고 땅값이 싸기 때문에 공장이 들어서는데 최적이었다. 음성의 외국인은 대다수가 공장에서 일한다. 그중에서도 내국인이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을 이주민이 채웠다.
음성읍보다 금왕읍 인구가 더 많아진 것도 외국인 덕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때 금광으로 유명했던 금왕읍, 무극리 무극전통시장 주변을 둘러보니 번듯한 외국인 지원단체가 마주 보고 있다. 음성군가족센터와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음성군다문화이주민센터. 건물 크기도 상당하다. 그런데 소피아외국인센터(옛이름 음성외국인도움센터)는 어디에 있을까?
지역 상인에게 물으니 대뜸 친절하게 알려준다. 무극전통시장 큰길가 상가건물 2층. 입구가 적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 먼저 사무실 반대편을 들어가 보니 Sophia TV Korea 유튜브 세트장. 그 앞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조리시설도 있다. ‘이주노동자의 사랑방’이었다. 사무실 내부도 각종 사진과 상패, 감사장 등으로 빈틈이 없다. 이주노동자와 동행해온 소피아외국인센터의 18년 세월이 그대로 전해졌다.
음성에서 외국인주민과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
고소피아는 직장생활로 외국에서 살았고, 또 대기업에서 해외지사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그녀는 한국 사회가 이주민과 살아야 하는 산업생태 사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2006년 금왕읍에 작은 외국인 식품점을 내면서 센터운영의 재원 마련과 다문화가족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스포츠 활동으로 외국인의 단합과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이어서 나라별 커뮤니티를 구성, 인도네시아 축구팀을 시작으로 필리핀(농구), 스리랑카·캄보디아·네팔(배구)을 만들었다. 한마음국제체육대회와 작은 월드컵 축구대회도 개최했다.
외국인의 한국살이에서 한국어 능력이 첫째다. 고소피아는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수업을 시작했다. 150여명의 외국인 학생을 혼자 가르쳤다. 2012년 고소피아의 삶을 지켜본, 해외지사 근무 등 역시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이충섭씨가 외국인을 돕는 삶으로 제2의 인생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무총장으로 센터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과정을 정식으로 공부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음성의 외국인을 돕는 가운데, 2015년 4월 충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음성외국인도움센터’ 지정을 받았다. 외국인들을 센터 회원으로 받아들여 공동체 의식을 갖게 했다.
음성외국인도움센터는 외국인 회원들에게 일터에서의 안전교육과 한국에서 지켜야 하는 준법교육, 성예방·범죄예방교육 등 정착에 필요한 강좌를 운영했다. 한편, 매월 제2주 토요일 오후에는 외국인 자율방범 봉사, 제3주 토요일 아침에는 농촌이음봉사, 제4주 일요일 오후는 거리청소 등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지역주민과 외국인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가교역할을 한 셈이다.
센터는 지역사회의 협력과 후원이 절실함을 느끼고 운영위원회도 구성하고, 매체 중요성을 인식해 2022년 4월 소피아TV코리아 인터넷 방송국도 개국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영상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2023년 7월 현재 19편이 제작되었다.
2022년 6월 고소피아 센터장은 외국인 인권향상과 지역사회 통합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충북도의회 의장 표창을 받았다. 이날 표창을 대신 전달한 충북도의회 이상정 의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사회 조직의 하나인 NGO 활동가로 꾸준히 활동해 지역사회에 본보기가 된다”며 수상을 축하했다. 센터장과 사무총장, 그리고 외국인 회원의 아름다운 협력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