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무빙’···강풀 원작·시나리오, 고은정·류승룡 주연

디즈니플러스 <무빙>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토종 OTT 회심의 컨텐츠로 넷플릭스 독주 막길

“무조건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웹튠 20년’ 강풀 작가가 20부작 ‘무빙’에서 나름의 각오를 밝혔다. 디즈니+가 내놓은 ‘무빙’은 강풀이 원작에 더해 시나리오까지 썼다.

장르가 다른 드라마의 각본으로까지 다듬어 내놓은 야심작이다. 디즈니+의 ‘무빙’은 초능력에 얽힌 스토리텔링이라서 눈길을 끈다. 초능력자 아들딸과 부모를 다룬 휴먼 액션물이다.

강풀은 2003년 ‘순정만화’로 데뷔한 후 20년간 인기 웹툰작가로 우뚝한 1세대 다. 휴머니티가 작품들 전면에 잔잔하게 흐른다. 소시민들의 ‘사람이야기’로 인기몰이를 해왔다.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이웃사람’ 등이 영화화한 이유다.

500억을 투입한 블록버스터로 거듭난 ‘무빙’에서 강풀은 유감없이 저력을 발휘했다. 원작 ‘무빙’은 2015년 문화체육부장관상, SF어워드 만화부문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조회수 2억뷰를 달성한 ‘메가 히트작’이다.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캐릭터에 신경을 썼다. 웹툰 때 마감에 쫓겨 소홀했던 배경이나 스토리텔링을 드라마에는 맘껏 넣은 거다. ‘전계도’ ‘프랭크’ 같은 새 인물들도 만들었다. 자막이 힘들면 그림이나 사진으로 소화했다. 40분 1회분 시나리오가 60쪽에 육박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처음 해봐 몰라서…”(강풀) 공을 들인 결과는 ‘초대박’으로 귀결됐다. ‘무빙’은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 주 드라마부문 최고에 올랐다.

미국 Hulu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주 시청 기준 최고 인기작이기도 했다. “히어로 바꾼 K-시리즈” 등 외신 호평도 이어진다. 단숨에 화제작으로 올라선 무빙의 작가 강풀은 인터뷰 때 “‘원작보다 낫다’는 반응을 봤다. 이런 말 처음”이라고 활짝 웃었다. “내 만화에겐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너무 기분 좋다.”

강풀 원작 10편 가량이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 받았다. “시나리오까지 쓴 마당이다.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화라면 망해도 저 혼자 책임이지만, 이 작품은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한 결과라서…”

‘무빙’ 공개 후, 강풀은 아침마다 검색한다. “의미든 뭐든,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는다. 인물에 더 집중하고 인물 서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소설이나 칼럼도 마찬가지다. 의미와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읽히게 만들고, 메시지도 전한다. “내가 생각하는 재미와 대중이 추구하는 재미를 맞추는 게 정말 힘들다.” 강풀의 솔직한 고백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원작 영화 때는 시나리오를 보지 않았다. “만화는 내 작품이지만,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란 생각에서다. 그런데 ‘무빙’은 호흡이 긴 드라마고, 그래서 애정이 남달랐다.”

강풀이 꽂힌 이유가 설득력이 있다. “마감에 맞추느라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캐릭터가 옹색하고 납작해져 버린다.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는데…”

‘트리트먼트(Treatment)’ 때 제안했다. “직접 해보실래요?”라고 흔쾌하게 받아줬단다. 강풀은 “고민이 됐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한번 써 볼 테니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이런 과정은 ‘무빙’의 대박 탄생으로 이어졌다.
대세급 주연배우들도 화제다. 고윤정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2019년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이 데뷔작. ‘스위트홈’(2020), ‘로스쿨’(2021), ‘환혼: 빛과 그림자’(2022) 등 히트작을 냈다. 연기 필모그라피를 켜켜이 쌓아가는 중이다. 이번에 ‘무빙’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초능력자 ‘장주원’(류승룡)의 딸로, 무한재생의 초능력자인 고교생 ‘희수’ 역을 맡았다. 드라마 초반에 밀도있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열연이 ‘무빙’ 대박에도 힘을 보탰다. “대박을 기대?”에 고윤정은 “네!”라고 했다. 원작도 안 보고 용감하게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런데도 대사가 술술 읽혀져 고윤정도 놀랐다.

1000만 배우 류승범을 20년 만에 복귀시켰다. “자식을 보호하려는 부모의 마음에 뭉클했어요.” 그 역시 한 아이의 아비라 더욱 공감했다. 강풀은 ‘프랭크’로 류승범을 찍어 놓았다.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 만들어가야 했다. ‘부당거래’ ‘베를린’에서 개성있는 연기자였다. 비밀요원 ‘프랭크’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단다.

류승범은 “‘프랭크’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삶의 전부다. 따뜻한 가족과 삶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없었다. 그저 임무만 수행할 뿐”이라 했다. 그는 천상 배우다. 배우俳優는 한자로 사람 ‘人’에 아니 ‘非’가 붙는다.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새기면 안 된다. 배역 따라 “그 인물로만 연기를 해야” 한다.

‘류승범’의 본래 정체성은 잠시 접어두자다. “개인적으로 ‘프랭크’가 안타깝기도 하다.” 그의 독백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프랭크’?는 외국에서 커, 말투가 원래 어색하다. “그래서 대사할 때보다, 침묵할 때 더 고민했다.” 류승범의 존재감은 역시 독보적이었다.

넷플릭스에 디즈니+가 모처럼 회심작으로 맞섰다. 적자에서 헤매는 토종 OTT들의 분발이 아쉽다. 토종 OTT 간 합종연횡이든 뭐든 넷플릭스 독주를 깰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국내 소비자가 넷플릭스나 디즈니+ 호갱이 안되게 말이다.

결국은 컨텐츠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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