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둔포면 고려인마을] “아산 둔포를 수도권 관문도시로”.
“아산 둔포를 수도권 관문도시로”. 박경귀 아산시장의 꿈이자 목표다.
아산 둔포에도 고려인동포가 많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이 2019년 10월이다.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조사팀과 함께 천안시 신부동 고려인 슈퍼 코진카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고려인 주인이 둔포에 코진카 2호점을 냈다고 했다.
마침내 2023년 6월 20일 둔포를 찾았다. “둔포는 충남의 최북단으로 아산의 관문이기 때문에 둔포를 발전시키지 않고는 아산과 충남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 박경귀 아산시장이 둔포 센트럴파크 도시개발 사업설명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충청뉴스> 2022-9-30)
아산시 산업지도를 보니 둔포에 왜, 고려인동포가 많이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일자리 때문이다. 충남에서 가장 고려인이 많이 사는 아산(신창)은 전철 1호선의 종점으로 이미 수도권인데, 아산(둔포)도 대중교통은 불편해도 수도권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아쉽게도 둔포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라두가(무지개) 고려인 상점이 나왔다. 평택 포승에서 보았는데, 이곳 둔포에도 두 곳이 있으며, 고려인 상점이 모두 10곳이 넘는다고 한다. 식당과 카페도 여러 곳이라니 그만큼 고려인이 많이 산다는 뜻이다.
둔포초등학교에서도 고려인 학생이 많은데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이중언어 강사가 2명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를 모르는 고려인 동포를 위한 통번역서비스 제공과 각종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업소인 ‘고려 오피스’가 지난 5월 문을 열었다는 것은 아산(둔포) 고려인마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고려 오피스’에 따르면, 근래 고려인의 영주권 신청이 많아졌다. 영주권을 취득하면,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어들고 범칙금 등으로 쉽게 추방되는 것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적취득도 얻으려는 고려인동포도 늘어나고 있다. (충남연구원 윤향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아산 신창에 2,910명, 둔포에 2,160명의 외국국적동포가 체류 중이다. 대부분 고려인동포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최디아나 가족의 친정부모와 시부모 모두 이제 한국에 살고 있다. 조상의 나라, 한국에 정착하려는 ‘귀환’ 동포다. 고려 오피스를 떠나면서, 최디아나의 시아버지가 했다는 말이 계속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 “나의 할아버지는 부산 출신인데, 왜 우리가 한국 사람이 아니냐? 우리는 한국 사람이다.”
고려 오피스(2층) 바로 위 3층 러시아 어린이집을 찾았다. 등록은 ‘키즈카페’로 해야만 했다. 고려인마을마다 러시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고려인 부모들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데 한국 어린이집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돌봄 시간이다. 또한, 한국어 의사소통도 어렵다.
남인나 원장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유치원을 오랫동안 경영했다고 한다. 그녀는 1년 후에는 아이들이 한국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찾고 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느냐?” 평택 포승읍 도곡리 고려인마을도 같은 처지였는데, 둔포도 대중교통접근이 불편하다. 그만큼 한국어 강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료를 찾다 보니 아산시가 2023년 1월부터 만 3~5세 외국인 아동 보육료를 전액 지원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충청뉴스> 2022-12-21 「아산시, 3~5세 외국인 아동 보육료 ‘전액 지원’」 그런데 관내 (한국) 어린이집 아동이 대상이다. 고려인이 날로 늘어나는 아산시다. 아산시가 고려인 아동을 돌보는 러시아 어린이집도 지원할 수 없을까? 이제 다문화 가정보다 고려인 가정의 아이들이 늘어나는데, 한국사회가 이를 감당할 때가 되었다. 고려인동포 모두 아산에서 일하면서 사는 ‘주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