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고려인마을①] 정말로 가능하고 필요한가?

수도권 인구집중과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전국에서 89곳의 인구감소지역을 발표했을 때 한국사회는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수도권과 도심 공동화 문제를 겪는 부산과 대구광역시 내 일부 자치구도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전주, 익산, 군산, 완주 4곳을 제외한 10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에 들었다.

전국 인구감소 지역 89곳

2022년 7월 8일 윤석열 정부의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전국 시·도지사 대표인 김관영 전북도 지사는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의 역할과 권한 강화를 위해 지역대학 학과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시·도지사에게 10% 범위 내 비자발급 권한을 이양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통령은 ‘좋은 제안’이라며 “관계부처에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라고 답했다.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시·도지사 간담회 후 보름이 조금 더 지난 7월 25일 법무부는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한다 발표하고 시범사업을 수행할 지자체 선정을 위한 공모의 진행에 들어갔다. 인구위기에 대응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투 트랙(Two Track) 이민정책으로 유형1(지역 우수인재)과 유형2(동포가족) 사업이 제시되었다. 중앙부처-지자체 협업으로 인구감소지역 외국인 주민 확보와 외국인 정착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유형1 사업은 지역의 대학 유학생이나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5년 이상 체류한다는 조건에서 선발될 경우, 체류비자(F-2)를 선(先) 부여하고 ‘가족초청’도 가능한 특례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이는 법무부의 1인 비자 정책이 ‘가족 이민’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유형2는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 가족에 대한 비자특례 사업이다. 이른바 3D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최장 4년 10개월 체류할 수 있는 방문취업(H-2) 비자 소지 동포가족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해 2년 이상 정착한다면, 체류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재외동포(F-4) 비자를 선(先) 부여하고 3D업종 일도 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또한, 일을 할 수 없는 방문동거(F-1) 비자를 소지한 배우자도 일할 수 있게 해준다. 8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가족의 지역정착을 유도해 인구감소지역에 도움을 주려는 방안이다. 조선족과 고려인은 이미 ‘귀환’ 동포로 한국에 왔으나 여전히 외국인이다. 따라서 법적 지위가 아주 중요한 상태에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은 H-2, F-1 동포가족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한 내용이었다.

유형2 사업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포스터

2022년 10월 27일 아시아발전재단이 <아시아엔>, 제천시·단양군 국회의원 엄태영과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고려인동포의 ‘한국살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같은 ‘귀환’ 동포이지만, 한국어를 상실한 고려인동포는 이미 지방의 산업단지 인근에 모여 사는데 비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영구 정착이 가능한 재외동포 비자를 먼저 받으면서도 공장과 농어촌에서 일할 수 있고 타민족 배우자도 일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소련 시대의 콜호즈(집단농장) 명칭을 쓴 것은 한국내 고려인마을이 이주민으로 어려움을 헤쳐온 고려인 콜호즈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 고려인마을 활동가와 대한고려인협회, 재외동포재단, 추가공모를 준비하는 제천시, 그리고 법무부·행안부·교육부 관계자를 토론회에 초대했다. 토론회는 대면 및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 필자는 토론회 직후 성과를 정리했다. (<아시아엔> 2022-10-29 「[토론회 후기] 인구감소지역에 ‘고려인 콜호즈’가 조성된다면」)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이후, 필자는 경주고려인마을 장성우 고려인마을협동조합 이사장, 원광대(김제 파견) 법무부 사회통합과정 김지영 한국어 강사(군산대 국문학박사), 또 추가공모 준비과정부터 고려인마을 내용을 제안서에 담은 제천시 담당자와 지속해서 대화하고 있다. 경주의 장성우 이사장은 경주의 40여 고려인가정의 영천(인구감소지역) 이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김지영 박사는 지평선산업단지 등 일자리가 많은 김제에 고려인마을이 조성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추가공모에 선정된 제천시는 현재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수행 중인 전국의 28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구체적인 관심을 보인 유일한 지자체이다.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과 전라북도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지자체는 전라북도이다. 먼저, 전북은 김관영 지사의 주도로 사업 공모 기간(2022.7.25.~8.19)인 8월 10일 외국인 우수인재 지역정착을 위한 산·학·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9월 5일 법무부가 시범사업 지자체를 선정했다. 기초자치제 차원에서 신청해 선정된 경기 연천군과 경남 고성군도 환영했지만, 전북과 전남, 충남과 경북 4개의 광역지자체는 인구문제 해결책이 보인다면서 축제 분위기였다. 특히, 이원택 국회의원(김제·부안)은 뛰어난 외국인 인재들이 스마트팜 등 지역 내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전북금강일보> 2022-9-13 「이원택 의원 “김제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선정 환영”」)

정읍, 김제, 남원 3개 시가 신청해 선정된 전북은 유형1 우수인재도 가장 많은 200명을 배정받았다. (추가공모로 순창, 고창, 부안군이 선정된 후 400명으로 늘어남) 전북은 다른 지자체와 다른 ‘전북형 모델’을 제시하면서 2022년 11월 18일 모집 공고를 냈다. 우선, ‘20~39세 외국인’으로 도내 전문학사(전문대) 이상의 학위취득 또는 졸업예정자를 자격 요건으로 정했다. 그리고, 3개 시범지역에 뿌리산업, 스마트팜, 보건의료 등 3개 분야 배치를 고려해 취업 허용 업종도 자세하게 밝혔다. 3개 시 공통으로 식료품 제조업과 출판업,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등도 포함되었고, 특히 김제시는 농업과 연구개발업도 허용했다.

전북도는 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취업박람회’도 개최했다. (2022.11.29.) 김제시 농업인교육문화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취업박람회에서, 김제시는 비자 사업에 대한 설명회와 기업홍보 등 1부 행사와 본격 상담회 2부 행사로 도내 11개 대학 졸업(예정자) 외국인 유학생 300여 명과 김제시 중소기업 15개 사가 참여하여 1:1 매칭의 열띤 취업 상담이 펼쳐졌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많은 우수 외국인 인재들이 취업에 성공하여 우리 지역의 사회일원이 되어 활력이 넘치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김제시는 지속적인 우수 외국인 인재 영입을 통해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전북권 4대 도시 건설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전북일보> 2022-11-29 「김제시,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취업박람회 개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은 지역이 필요한 맞춤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발하게 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12월에 나온 지자체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전라북도와 함께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경북의 경우 50명을 선발해 법무부에 제출했다. 전북도 법무부에 요건을 갖춘 41명만 선발해 제출했다. 지자체의 홍보와 준비 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수요에 맞는 지역 우수인재가 양성되지 못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김제시는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2차 취업상담회도 다시 열었는데, 전북도는 외국인 우수인재 모집을 도내 대학에서 전국 대학으로 확대하고 상시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자체는 왜,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소극적인가?

2022년 10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비자 사업에 도지사의 의지가 두드러진 전북도에 먼저 연락했다. 왜, 유형2(동포가족) 사업에 대한 안내는 없는가? 유형1과 달리 유형2는 동포가 제반 서류를 준비해 지역의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직접 신청하는 방식이라는 대답이었다.

지역특화형 비자도입 토론회 참석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사진 경북도)

2022년 9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이자 국회의원과 함께 ‘지역산업활력과 외국인 우수인재 유입을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도입 토론회’를 개최한 경북도에도 문의했다. 역시 유형1 사업이 우선이라는 대답이었다. 경북도는 2023년 1월부터 신설된 지방시대정책국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면서 향후 유형2(동포가족)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지난 2월 16일에 법무부와 도내 대학·산업계, 이민정책연구원, 경북연구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외국인정책 간담회도 열고, 도내 55개 직업계고에 동남아·CIS지역 고등학생을 입학시켜 원스톱으로 취업을 시키고 우수 대학원생들은 지역 기업에 취업하는 조건으로 학비·체류비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每日新聞> 2023-2-17 「법무부-경북도, 인구감소·균형발전 머리 맞대」) 외국인의 유입뿐만 아니라 정착까지 아예 ‘경북사람으로 만들겠다’라는 의지로 보였다.

충청북도 외국인정책 자문회의 (사진 충청북도)

그러나 경북도는 CIS지역 고등학생 입학까지 추진하면서도 유형2(동포가족) 사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추가공모에 선정된(2022.12월) 충북도가 2023년 3월 6일 외국인정책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충청북도의 주요사업으로 ‘충청북도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 제정’과 ‘제천시 고려인마을 조성’을 소개했다. 외국인 유치에 유형2(동포가족)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첫 사례이다. 제천시의 노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 글은 <전북문화살롱> 2023년 3월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해 두 차례 나누어 싣는 첫번째 글입니다)

One comment

  1. 월급이 너무 짬.. 김제는 전부 E-9 E-7들이 주로 많음.. 고려인들을 위한 인프라가 영.. 안산가면 350주는데 여기서 그렇게까지 주는데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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