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고려인마을①] 고려인은 ‘비자 혜택’, 영천시는 ‘인구 증가’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역특화형 비자 유형2(동포가족) 사업의 첫 성과가 경북 영천에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아시아엔> 2023-03-19 「[경주 영천·고려인마을⑤]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과 경주·영천 고려인동포」) 장성우 경주고려인마을 지도자는 경주에서 영천으로 이주할 고려인동포 40여 가족과 이미 영천에 사는 119명의 고려인동포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할 것 같아 3월 20일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를 열었다.

경주고려인마을 페이스북 화면 <사진 장성우>


그런데 3월 24일 경주고려인마을 페이스북에 올라온 ‘비자 혜택’ 소식을 보고 경기도 안성에 사는 고려인동포 가족 7인이 영천을 찾았고 곧이어 원룸까지 구했다.

왼쪽부터 주마예프 파벨, 심스베틀라나, 필자

지난 3월 31일 오후 필자는 영천 고려인통합지원센터 장성우 센터장, 대구 박경진 행정사와 함께 김해 동포지원센터 동포역사·문화관 개막식에 참석한 후 영천에 들렀다. 마침 이사할 집에 일부 짐을 갖다 두려고 안성에서 영천으로 내려온 심스베틀라나 부부를 만났다.

스베틀라나는 몸이 아파 더는 공장 생활을 할 수 없고 방문동거(F-1) 비자인 남편 주마예프 파벨(플로프)이 일할 수 있다는 소식에 다른 두 가족과 함께 영천으로 이주하기로 한 것이다. 스베틀라나 부부 자녀 둘은 이미 한국에서 일하고 있고 아직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있는 자녀 둘도 한국에 들어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당장은 이들 부부만 왔으나 장차 모두 영천에서 삶터를 이룰 예정이다.

이제 영천시가 귀환 고려인동포를 맞을 때이다

장성우 영천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장은 그간 영천시를 방문했으나 유형2(동포가족) 사업은 동포 스스로 준비해야 해서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찾느라 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뜻밖에 지난 주 영천시 설동수 부시장이 전화했다. 영천 거주 고려인과 영천으로 이주할 고려인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고, 고려인의 주거, 일자리, 교육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자는 연락이었다. 이제 영천시가 귀환하는 고려인동포를 맞고자 준비하는 듯해서 참으로 반가웠다.

부활절 4월 8일 일요일 다시 장성우 센터장이 사진과 함께 영천 소식을 전해왔다. “어제는 한국어 수업을 위해 영천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했습니다. 이중 다른 지역에서 온 고려인 가족과 현재 영천에서 거주하는 고려인 가족 중 하양에서 온 가족도 있습니다.”

일터는 영천인데 방값이 비싸서 대학도시 경산시 하양에 모여 사는 40여 고려인 가정 중에 일부가 영천 센터를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영천에 고려인센터가 있어서 정말 좋다고 하면서 영천으로 이사하고 싶은 고려인 가정이 더 있을 것이라 했다.

리사 통역원으로부터 영천 상황을 경청하고 있는 고려인동포 가족들 <사진 장성우>

한국어 초급과정(강사 황소영) 수업 소식도 전했다. “어제 진행한 초급반 한국어 첫 수업에 고려인동포들이 대만족을 표시하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는 토요일과 일요일 초급과 중급반(강사 최성희)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황소영 강사의 수업을 듣고 있는 심스베틀라나 부부를 포함한 영천 고려인동포들 <사진 장성우>

놀랍고 감사했다. 경주의 40여 고려인동포 가족이 영천으로 이주하기도 전에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내리 고려인마을에서 또 이웃 경산시 하양읍에 거주하는 고려인동포 가족이 영천고려인센터에 모였고 한국어 수업까지 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지난해 10월 27일 국회에서 가진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유형2)과 ‘고려인 콜호즈’ 토론회> 이후 5개월 만이다.

이제 경상북도도 지원해야 하겠지만, 영천시가 고려인마을 조성에 나설 때다. 혹자는 고려인마을에 모여 사는 것에 부정적이다. 한국어 습득과 한국사회 적응이 더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고려인마을이 게토(ghetto)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국(LA, 뉴욕 등)과 일본(오사카, 도쿄 등)의 코리아타운, 국내 광주와 인천, 청주 등 고려인마을이 낙후된 게토인가? 오히려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지역경제도 활력을 찾고 있다.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의 주체인 법무부도 불법으로 취업한 방문동거(F-1) 비자 동포가족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겠다. 법을 어겼으니, 벌금은 내야겠지만 크게 감면해주면 좋겠다. 아울러 앞으로는 준법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의무화하면 좋겠다.

Leave a Reply